2024년 말 기준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0.6명대로 떨어진다고 한다. 전 세계에서 압도적으로 꼴찌다. 많은 나라들이 사회발전 과정에서 출산율 하락을 경험한다. 그러나 출산율이 아무리 나빠져도 1명대에서 반등하거나 정체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며 이웃 나라 일본도 심각한 인구감소가 시작된 후 2005년 1.26명에서 소폭 올라가 1.3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과 같은 급격한 출산율 감소세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어찌 됐든 인구절벽 시대에 진입한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제일 불행한 계층은 아이들이다. 함께 뛰어놀 동무들이 없어져 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기성세대로써 너무나 미안한 생각이 든다. 도시 지역은 좀 나은 편이지만 농어촌 지역의 학교는 위기를 넘어 절멸 상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학교 통폐합 등의 구조적 조정이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고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도 올해 도봉고등학교가 인근 학교로 통폐합 되었다고 한다. 우리 경남지역은 하동군의 하동고와 하동여고 통합 추진 과정에 귀추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하동읍 소재 하동고교와 하동여고는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붙어 있으면서 공립과 사립, 남고와 여고로 나뉘어 있다. 이러한 특수성으로 인해 이미 20여 년 전부터 두 학교의 통합 시도가 여러 차례 있어 왔는데 사립학교인 하동여고의 반대로 빈번히 무산되어 오다가 2022년 민선 8기 하승철 군수가 교육발전 공약으로 제시 하면서 다시 한 번 통합의 논란에 불씨를 지폈고, 경남교육청도 통합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본격적인 통합 추진을 위해 지난해부터 민간협의회체를 구성, 8차례 회의를 거친 후 지난 5월 30일부터 학부모 설명회를 세 차례 개최한 바 있다.
비슷한 시기 사립학교법인 하동육영원에서 배포한 입장문에 의하면 반대하는 이유가 학교 통폐합은 민주적 시민 양성이라는 교육적 목표에 반하는 것이고, 지역소멸을 부추기는 것이라 한다. 그리고 현재 9학급 규모이며 6학급 규모까지는 교육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통합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맞는 말일까? 아니다. 이는 너무나 궤변이고 억지 주장이다. 학교통합으로 적정한 학생 수가 바탕이 되면 ‘민주시민 양성’이라는 교육의 근본 목적을 더 잘 달성할 수 있게 되고 시설과 교육환경도 훨씬 더 개선되는 게 당연하다. 그리고 학교통합은 ‘적정규모학교 육성사업’이라는 교육부 정책으로 적정한 학생 수와 시설을 유지하여 교육결손을 최소화하고 학습권을 보장하며 교육적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 수립한 국가적인 교육정책이다. 일선 학교장이 이를 부정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며 궤변이다. 그리고 통합의 효과를 기대하기에 너무 소규모인 학교는 ‘작은 학교 살리기’ 정책으로 교육청과 지자체에서 많은 지원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통합이 지역소멸을 부추긴다는 말은 근거가 없이 허무맹랑하다.
그리고 6학급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아직은 통합에 반대한다는 주장이 가장 어처구니가 없다.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한다. 학교통합을 추진하는 제일 근본적인 이유가 줄어드는 학생 수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서 미래 아이들에게 피해를 최소화 하자는 것인데 끝까지 버티다가 문제가 생기면 그때 통합하겠다는 말은 정말 이기적이고 교육자로서 너무나 무책임한 주장이 아닌가? 사실상 냉정하게 바라보면 학교통합 반대의 이유는 간단하다. 하동여고가 사립학교이기 때문이다. 사립학교의 운영주체인 하동육영원 관계자들의 카르텔과 기득권, 현실 안주 이런 것들이 미래교육을 위한 변화를 거부하게 하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사립학교는 각 지역의 교육 발전에 큰 공헌을 하며 책임과 사명을 다하고 있지만, 소규모화로 진행 후 통합이라는 단계로 들어서게 되면 어쩔 수 없이 학교조직의 생존 본능이 나타난다. 그러니 특정 개인을 비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그러한 사립학교 생존 본능이 교육이라는 이름을 달고 학생들 뒤에 숨어 있을 때 사회적 논란과 갈등이 증폭되고 애꿎은 학생들이 방패막이가 되는 것이다.
지금과 같이 학령인구 절벽 시대에, 사립학교의 특수성을 충분히 인정해 주고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그러한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 2007년 전후 한시적으로 사립학교 법인 해산 장려금 지원이 있었는데, 그때 당시 전국적으로 수많은 영세 사립학교들이 해산하고 인근 공립학교로 통합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사립학교 법인 해산 장려금 제도를 부활시키고, 교육부와 교육청에서는 사립교원들에 대해 통합 시 파격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해서 농어촌 지역 영세 사립학교의 퇴로를 마련해야 한다. 갈수록 줄어드는 학령인구 추세 속에서 영세 사립학교들이 끝까지 명맥만 유지한다면 그로 인한 교육재정은 훨씬 더 비효율적으로 사용될 것이며 나아가 학생들의 학습권도 침해되는 상황이 될 것이다. 오늘과 같은 인구절벽 시대에는 학교 관계자들과 교직원들의 밥그릇 논리와 기성세대들의 모교에 대한 향수 읊조림에 더 이상 눈치 보지 말고 오직 아이들을 위해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당당히 낼 수 있어야 한다. 지금 하동고와 하동여고의 통합 논란은 지역소멸 위기의 대한민국 농어촌이 겪고 있는 전형적인 사례로 투영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과연 통합에 성공하여 미래를 위해 한발 나아갈 수 있을지, 아니면 또 주저앉고 기회를 잃을지 하동군을 바라보는 눈이 많다. 부디 하동군의 사례가 전국적인 모범이 되길 바라며 하동군민을 응원한다. 하동군 학교운영위원장 협의회장 박성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