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 자연이다
유승도
자연 속에 파묻혀 사니 좋겠네
서울도 자연인데 뭐
그런가?
사람이 자연인데, 그들이 만든 도시가 자연이 아닐 리가 없잖아
친구는 전화를 급히 끊었다 바쁜 모양이다
호랑지빠귀는 동산에 해가 올라 숲을 환하게 만들었는데도
울음은 그치지 않는다
저 새도 바쁘구나
-시집 『하늘에서 멧돼지가 떨어졌다』(시와에세이, 2023)
【시인 소개】
유승도 / 충남 서산 출생. 1995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시집 『작은 침묵들을 위하여』 『차가운 웃음』 『일방적 사랑』 『천만년이 내린다』 『하늘에서 멧돼지가 떨어졌다』 외. 현재 강원도 영월 망경대산 중턱에서 농사를 지으며 작품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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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강원도 영월의 산중턱에 살면서 농사도 짓고 글도 쓰고 책도 냅니다. 서울 사는 친구들은 이런 시인을 보면서 “자연 속에 파묻혀 사니 좋겠네”하며 부러워하지요. 그러면 시인은 친구들에게 “서울도 자연인데 뭐” 이렇게 답해주지요. 서울이란 곳을 ‘자연’의 반대인 ‘인공’의 정점이라고 여기는 친구는 “그런가?”하고 되묻고, 시인은 부연설명을 해주지요. “사람이 자연인데, 그들이 만든 도시가 자연이 아닐 리가 없잖아”.
하지만 우리는 압니다. 사람은 자연의 일부분이지만 사람이 만든 것들은 ‘자연(自然)’이 아니라 ‘인공(人工)’이 되고 만다는 걸. 자연은 곧 우주운행의 순리를 따르는 탓에 여유롭고 조화로우며 선하다고 사람들은 여깁니다. 그래서 자연 속에 묻혀 사는 시인도 응당 그럴 거라고 여기며 부러워하지요.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자연’은 우리의 환상일 뿐입니다.
자연불인(自然不仁)이라고 하지요. 그 안에서는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이 작동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서울살이만 바쁜 게 아닙니다. 산속에서도 먹고사는 일은 바쁩니다. 호랑지빠귀도 바쁘고, 시인도 바쁩니다. 몸을 놀려서 목숨을 잇는 일은 바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가장 치열하게 먹이사슬이 작동하는 서울은 ‘인공으로 울창한 자연’인 셈이지요.
(김남호 / 문학평론가, 박경리문학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