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호의 시로 여는 세상] 안녕, 나야
[김남호의 시로 여는 세상] 안녕, 나야
  • 하동뉴스
  • 승인 2024.10.15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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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야

                                       이가현


만나서 반가워 이 시를 읽는 나야
너의 이름을 모르니 ‘나’라고 부를게
‘나’야, 지금 인생을 만족하니?
너의 미래는 어떨 것 같아?
너의 미래가 나쁘든 좋든
난 이 시를 읽는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어
지금 인생이 어떻든
꼭 성공하길 바랄게
오늘 하루도 너무 수고했어!
태어나줘서 고마워:)
안녕, 나야

- 하동중앙중학교 학생문집 『쪼르르 쪼르르륵』(쓰리피플, 2024)

【시인 소개】
이가현 / 하동중앙중학교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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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기성시인이 아니라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쓴 작품입니다. 사춘기를 겪고 있는 학생의 혼란과 아픔과 다짐이 시의 형식으로 잘 형상화되어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내 안에는 무수한 내가 있지요. 내가 잘 아는 내가 있는가 하면, 나도 모르는 내가 있습니다. 이를 ‘나와는 또 다른 나’라는 뜻에서 ‘타자(他者)’라고 합니다. 
이 학생은 또 다른 나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나는 이가현이지만 내 속에 있는 또 다른 나는 누군지 잘 모르니 “‘나’라고 부를게” 하며 내 안의 타자(他者)를 인정하고 호명합니다. 그리고 묻습니다. 너는 지금의 삶에 만족하느냐고, 너의 미래는 어떨 것 같으냐고. 이 물음의 이면에는 현재의 내 상황이 숨겨져 있습니다. 사춘기가 그렇듯이 억압된 현실의 고통스러움과 앞으로 펼쳐질 미래의 불안함 때문에 혼란스럽지요.
하지만 “너의 미래가 나쁘든 좋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지금 인생이 어떻든/꼭 성공하길 바”란다고 위로하며 격려합니다. 더 감동적인 장면은 “오늘 하루도 너무 수고했”다고, “태어나줘서 고”맙다고 내가 나에게 감사해하는 부분입니다. 이 학생은 이렇게 자기를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지금의 어두운 터널을 지혜롭게 통과할 것입니다. 
시쓰기는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그럼으로써 자신이 맞닥뜨린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게 하고 해결할 수 있게 하지요. 이것이 바로 문학수업의 목적이고, 학생들에게 시쓰기를 가르쳐야 하는 이유입니다.

(김남호 / 문학평론가, 박경리문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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