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피는 꽃은 이쁘고 지는 꽃은 미운가
[연재]피는 꽃은 이쁘고 지는 꽃은 미운가
  • 하동뉴스
  • 승인 2019.08.13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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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고 아끼며 낮추어라
我有三寶(아유삼보라)

我有三寶(아유삼보)
持而保之(지이보지)
一曰慈 二曰儉(일왈자 이왈검)
三曰不敢爲天下先(삼왈불감위천하선)

나한테는 세 가지 보물이 있어 그것을 간직해서 지킨다. 첫째는 사랑이고 둘째는 검소이며 셋째는 세상에서 감히 앞서려 하지 않음이다.<노자 67장 참조>

무엇이 사람을 가장 아름답고 선하고 미덥게 할까? 노자께서 밝혀 놓은 삼보를 떠올린다면 사람을 아름답게 하고 선하게 하며 미덥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챌 수 있다. 노자께서 밝혀둔 그 세 가지 보물이란 자이고 검이고 불감위선이다. 자는 사랑하는 마음이고 검은 아끼는 행동이며 불감위선은 자신을 뒤로 하고 낮춤이다.

크고 화사한 모란꽃보다 작고 초라한 찔레꽃이 더 아름다운 까닭을 나는 매우 어려서부터 알 수 있었다. 향기 없는 모란꽃이란 사랑할 줄 모르는 꽃이고 향기를 품어 벌떼를 불러들여 씨를 맺게 하는 찔레꽃은 사랑할 줄 아는 꽃인지라 찔레꽃이 아름답고 선하다고 어머니가 어린 나에게 가르쳐주셨다. 꽃이라면 열매를 맺어 씨앗을 안겨주어야지 모란꽃처럼 눈만 흘리는 꽃이란 허울이다. 난초꽃 향이 아무리 일품이로서니 씨앗을 맺지 않는지라 사랑이 없는 꽃이sl rm 또한 허울이다. 하물며 꽃이 이러할 진데 사람에게 사랑이 없어서야 어찌 사람이겠는가? 춘삼월 봄바람을 향기로 물들이는 송화 가루를 생각해 보면 자연은 사랑으로 가득함을 알 수 있는 일이다. 이런저런 자연의 자는 어미가 새끼에게 주는 사랑이지 연인끼리 주고받는 그런 사랑이 아니다. 그러니 본받는 자야말로 인간에게 천하에 제일가는 보물이다.

수많은 목숨들이 이 땅떵이에서 살고 있지만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목숨은 사람밖에 없다. 사람을 제하면 낭비하는 족속이란 없다. 본래 자연은 무엇 하나 낭비하지 않는다. 소가 풀을 먹고 쇠똥구리는 쇠똥을 뭉쳐 그 속에 알을 낳아 제 새끼들의 요깃거리로 삼다가 땅으로 돌아가게 한다. 이처럼 자연은 무엇 하나 낭비하지 않는다. 그러니 사람을 빼버리면 모든 목숨들은 그야말로 검박하다. 뱁새는 꾀꼬리의 황금색 깃털을 탐하지 않고 생쥐는 황소의 몸집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모두 자연이 허락하는 대로 살아갈 뿐이지 사람처럼 이리저리 꾸미고 다듬지 않는다. 이런 연유로 개미는 개미대로 나비는 나비대로 사슴은 사슴대로 다 저마다 만족하면서 산다. 오로지 사람만 만족할 줄 모르고 산다, 왜 사람은 일일이 만족하지 못하는가? 인간이 과욕을 서슴없이 부려서이다. 넘치는 욕심을 줄이기만 하면 그 순간 곧장 만족이라는 행복이 굴러들어온다. 만족이라는 행복은 검소하지 않으면 결코 누릴 수 없는 즐거움이다. 검소하면 삶을 만족할 수 있고 삶을 만족하는 사람이 가장 부유한 사람이다. 그러니 검이야말로 인간에게 천하에 제일가는 보물이다.

내로라하는 궁사들이 원숭이 사냥을 하려고 몰려오는 모습을 보고 수풀에서 뛰놀던 원숭이들이 급히 줄행랑을 치는데 유독 한 마리만 나무타기 재주를 뽐내면서 궁사들을 얕보았다. 궁사가 화살을 날리면 날아오는 화살을 피하면서 맞춰보란 듯이 까불었다. 그러자 궁사들이 화가 치밀어 일제히 겁 없이 잘난 척하는 원숭이를 향해 화살들을 날렸다. 비 오듯 쏟아지는 화살을 피하지 못한 건방 떨던 원숭이는 사냥감이 되고 말았다. 날아오는 화살 하나라면 피할 수 있는 재주가 있다손 쳐도 여러 화살이 한꺼번에 날아오면 나무 타는 재주 하나로써는 죽음을 피할 수 없음을 미처 몰랐던 원숭이는 잘난 척하다가 제명대로 못 살고 만 것이다.

이처럼 어리석은 원숭이 같은 인간이 사람의 세상에도 많은 편이다. 어디 가나 모난 돌 같으면 정을 맞아 깨지고 잘났다고 설치면 세상의 눈총을 받고 마는 법이다. 앞서겠지만 물러설 줄 알아야 하고 높이겠다면 낮출 줄 알아야 한다. 높이 되면 추락하게 마련이고 밝으면 어두워지게 마련임을 아는 사람은 선후를 가리되 앞서기를 남에게 돌려주고 뒤서기를 스스로 택한다면 앞세워준 그 사람이 뒤에 선 나를 즐거이 앞세워주기를 마다하지 않으니 불감위선 이야말로 세상살이를 즐겁게 하는 보물이다.

■도덕을 하면 날마다 줄고 줄어
爲道日損(위도일손이라)

爲學日益(위학일익)
爲道日損(위도일손)
損之又損(손지우손)
以至於無爲(이지어무위)

학문을 하면 날마다 불어나지만 도덕을 하면 날마다 준다. 줄이고 또 줄여서 그로써 무위에 이른다.<노자 48장 참조>

내 바깥 것들을 공부하면 그 공부는 나에게 학문이 되고 내 자신을 공부하면 그 공부는 곧 나에게 도덕이 된다. 도덕이란 내가 내 자신을 공부하는 것이다. 공부란 살피고 새기고 헤아려 가늠도 하고 깨우치기도 하는 일이다. 이것은 무엇이냐? 이런 질문을 던지면서 그것의 시와 비를 가려내 옳고 그름이나 맞고 틀림을 알아내면 그것에 관한 정답을 얻어내는 일을 일러 위학이라 한다. 학문을 위함이 위학이다. 학문을 열심히 함을 또한 위학이라 한다. 학문이란 하면 할수록 지식은 날로 늘어나 쌓이게 된다. 학자를 전문인이라 하는 까닭은 자기가 전공하는 분야만큼은 남들이 모르는 전문지식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지식이란 세상에서 두루 통하는 앎의 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위학이 날마다 쌓아주는 지식이란 점점 깊어지면서 몇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세계를 이룬다. 이런 연유로 학문에 매진하는 사람은 세상 물정은 잘 모르게 되는 수도 있다.

왜 학자를 두고 꽁생원이라고 세상 사람들이 비꼬겠는가? 제가 전공하는 분야만은 잘 알지만 거기서 벗어나면 별로 아는 것이 없는 까닭이다. 유식하되 바보 소리 듣기 쉬운 까닭은 전공분야에 매달려 있는 전문지식이란 세상에 두루 통하지 못해서이다. 이처럼 학문의 지식이 쌓이면 쌓일수록 외딴 섬처럼 되기 쉽다. 도덕을 위함이 위도이다. 자명을 열심히 함을 또한 위도라 한다. 자명이란 내가 나를 밝힘이다. 나는 무엇이며 어디서 나와 어디로 가는가? 이렇게 스스로에게 묻는 순간 학문이 바라는 정답을 얻어낼 수 없다. 나는 내 부모가 낳아준 목숨이다. 이렇게 스스로 정답을 냈다고 하자. 그렇다면 내 부모는 무엇인가? 이런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질 뿐이다. 나는 무엇인가? 이런 물음에 답을 구해보게 길을 터주는 것이 바로 도덕이다. 학문은 실험해서 검증하거나 사물을 통하여 의심할 여지없이 증명할 수 있는 지식을 축적하게 한다. 그러나 도덕은 불가사의 한 것에서 인간의 생각을 넓혀주고 깊게 해주고자 한다. 나와 너를 우리가 되게 하여 인간이라는 우리가 삼라만상과 이어져 있다고 생각해보게 하는 것이 도덕이다.

물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H2O이다. 이런 대답은 학문이 나로 하여금 간직하게 해준 지식으로 가능한 것이다. 물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상선약수)이다. 이런 해답은 도덕이 나로 하여금 깊게 생각해보게 하는 것이다. 학문은 살펴 새기고 생각하여 지식을 얻어내 갖추게 하지만 도덕은 깊은 사색으로 이끌어주는 학문이 더해준 지식들과는 전혀 다른 세계로 이끌어준다. 더없이 착함은 물과 같다. 이런 말씀 앞에서는 물은 H2O라는 지식은 아무런 쓸모가 없어진다. 물을 두고 더없는 선과 같다는 말씀은 왜 물을 가지고 선함을 비유하냐고 자문하게 되어 물을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물이 있는 곳이면 온갖 목숨이 살고 물이 없으면 어느 목숨도 살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르면 온갖 생명들로 하여금 저마다 목숨을 누리게 함을 일러 상선이라 하는구나! 이런 발견에 이르게 된다. 이처럼 스스로 새로워짐을 일러 자명이라 한다. 말하자면 자기변화이다.

학문은 온갖 지식으로 유식해져 우리를 유능하게 해주지만 도덕은 저마다의 자신을 슬기로운 길로 이끌어주니 도라 한다. 꼭 스스로 생각해 가야 하는 길을 도라 한다. 학문의 길은 여러 가지 도구들을 이용해 헤쳐갈 수 있지만 도덕의 길은 오로지 저마다의 마음이 스스로 밟아가야 하는 외길이다. 그 걸음걸음을 덕이라 한다. 덕은 도의 드러남이고 그 드러남을 변화라 한다. 도덕의 길을 걸어가면 갈수록 학문이 지식에서는 멀어지지만 나를 안온하게 해주는 새로운 변화 즉 덕을 누리게 하는 것이다. 글/ 윤재근. 정리/하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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