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피는 꽃은 이쁘고 지는 꽃은 미운가
[연재] 피는 꽃은 이쁘고 지는 꽃은 미운가
  • 하동뉴스
  • 승인 2020.05.2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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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이 씨앗으로 이어지는 변화 常無欲以觀基妙(상무욕이관기묘라)

常無欲以觀基妙(상무욕이관기묘)
常無欲以觀基?(상무욕이관기요)

항상 욕심 없음으로써 그 미묘함을 살피고, 항상 욕심있음으로써 그 끝맺음으로 돌아감을 살핀다  <노자 1장 참조>

사람의 바람이 없음을 일러 무욕이니 무심이니 무위니 한다. 사람의 바람이 있음을 일러 유욕이니 유심이니 유위니 한다. 무위를 일러 자연이라 하고 유위를 일러 인위라 한다. 만물 중에 사람을 빼면 모든 것들은 무위의 것들이다. 그래서 무위자연이라 하는 것이다. 자연이란 그냥 그대로를 말한다. 그러니 무위란 하는 짓마다 그냥 그대로 함이다. 사자가 먹잇감을 사냥 할 때 제 몸의 힘으로 하지 막대나 칼이나 활이나 총을 쓰지 않는다. 사람만 온갖 도구를 써서 바라는 대로 하고자 한다. 사람만 이것저것 욕심낼 뿐이다. 땅굴로 집을 삼는 두더지는 나뭇가지에 둥지를 짓고 사는 새를 부러워 않는다. 오로지 사람만 제가 바라는 대로 살고 싶어서 여름이 오면 선풍기를 돌리고 겨울이 오면 보일러를 돌린다. 사람이 만든 것들은 그 무엇이든 그대로 있다가 고물이 되면 폐물이 된다. 그러나 자연의 모든 것들은 스스로 변화해갈 뿐 그대로 있지 않는다. 멈추지 않고 변화해감을 일러 묘라 한다. 묘란 소녀를 말한다. 소녀의 변화는 미리 정해져 단정할 수 없으니 묘하다는 것이다. 심청은 용왕에게 바칠 희생물로 팔려갔지만 황제의 비가 되어 아버지 봉사의 눈을 뜨게 한다. 이 얼마나 묘란 팔자란 것인가! 이처럼 만물은 저마다 나름대로 변화해간다. 들리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고 잡히지도 않게 속절없이 쉬지 않고 변화해가는 그 묘를 살피는 마음의 눈은 온갖 욕심을 버린 무심의 눈이다. 무심의 눈 그것은 무욕이고 무위이다. 욕심 없는 마음이라야 자연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어려운 말씀으로 <상무욕이관기묘>라 한다. 씨앗에서 싹이 올라와 줄기를 뻗고 줄기에서 가지를 뻗고 가지에서 잎이 나오고 꽃봉오리가 맺히고 그 봉오리가 열려서 꽃을 피워내는 슬로모션이라는 사진술이 보여주는 장면을 보았을 터이다. 이제는 무욕의 심안으로써만 변화하는 묘를 살필 수 있다는 말씀을 넘어 기술의 힘으로 육안으로도 볼 수 있는 세상이 된 셈이다. 한 씨앗을 그냥 씨앗으로 보고 마는 마음이 있다. 하나의 씨앗을 보고 그 작은 씨앗에서 싹이 틀 것이고 그 싹은 이미 뿌리와 줄기와 가지와 잎사귀가 꽃봉오리를 맺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그 속에 다시 씨앗을 두어 다음의 생을 마련하리라 살필 줄 아는 마음도 있다. 씨앗을 그냥 보고 마는 마음은 관기묘를 모르는 마음이고 씨앗이 씨앗으로 이어지는 변화를 살피는 마음은 관기묘를 터득한 마음이다. 자연이 짓는 그침 없는 변화를 살피는 마음이라야 자연이 짓는 끝맺음으로 돌아감을 살피는 마음이 된다. 꽃씨의 묘를 살피는 마음은 그 꽃씨의<요>를 바람을 지니고 살필 수 있다. 한 꽃씨의 변화를 살피는 마음은 슬로모션의 장면을 육안으로 보지 않고서도 그 꽃씨에 숨어 있는 그 꽃씨의 요를 슬로모션과 같은 장면처럼 이미 살펴서 안다. 꽃씨는 싹이 되고 뿌리와 줄기, 가지, 잎, 봉오리, 꽃, 열매로 이어져 열매속에 새 씨앗을 담아두고 끝맺음할 것임을 알 수 있음을 일러 <상유욕이관기요>라 한다. 여기 관기요의 요는 귀종을 뜻한다.  끝맺음으로 돌아감이란 생이 사로 그치되 그 죽음은 또 새로운 생으로 이어짐이다. 자연이 짓는 변화인<묘>는 새로운 <묘>로 이어지는 끝맺음으로 돌아간다. 고갱의 그림 중에‘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라는 그림이 있다. 유언 삼아 그렸다는 말도 있다. 어디서 왔음을 <기묘>라고, 어디로 돌아감을 <기요>라 답해 준다. 기묘 기요의 기는 상도를 나타낸다. 그러니 기묘의 묘는 상도에서 나옴이고 기요의 요는 상도로 돌아감이다. 나옴 즉 생도 자연의 짓이고 돌아감 즉 사 역시 자연의 짓임을 항상  살펴보라 한다.


◆천지만물을 낳아주되 주재하지 않는다 衣養萬物而不爲主(의양만물이불위주라)

衣養萬物而不爲主(의양만물이불위주)
常無欲(상무욕)
可名於小(가명어소) 

만물을 입혀 길러주면서도 주재를 하지 않아 늘 주재할 욕심이 없으니 작다고 말할 수 있다.<노자 34장 참조>

우주 삼라만상은 무엇이 만들었을까? 신이 창조했다는 쪽이 있다. 그렇다면 그 신은 무엇이 만들었느냐고 하면 답할 길이 없다. 또 도가 낳았다는 쪽이 있다. 그렇다면 그 도는 무엇이 낳았느냐고 하면 역시 답할 길이 없다. 그리고 또 우주 삼라만상은 이것저것이 인연 따라 만났다가 없어지는 덩이라고 하는 쪽도 있다. 목숨덩어리라고 할 때는 그 덩어리가 스스로 인연 따라 엉켰음이니 무엇이 만들었느냐고 묻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것저것은 도대체 무엇이 생겨서 있느냐고 하면 그 또한 대답할 길이 없다. 하기야 현대과학은 이 땅덩이에 있는 생명체는 우주의 먼지였다고 밝힌다. 이 역시 그 먼지라는 티끌을 무엇이 만들었느냐고 하면 대답할 길이 없다. 그러나 사람이 말할 수 있는 길이란 크게 세 갈래가 오랜 세월에 걸쳐 믿음걸이로 되어 온 셈이나 못 갈 데가 있다. 천지만물은 도라는 것이 낳았고 그 천지만물은 다시 그 도로 되돌아간다고 주장한 분이 바로 노자이다. 물론 노자 뿐만은 아니다. <시경>에서 부모생아라 했다. 나를 낳아준 부모란 곧 천지를 일컬음이니 노자 이전부터 이미 있었던 생각이다 <명심보감>에서는 부생모육이라 밝혀주고 이를 정철의 훈민가와 주세붕의 시조가 “아버지 날 낳으시고 어머니 날 기르시어”로 읊어지기도 한다. 어찌 천지가 나만 낳아주겠는가? 만물은 다 천지가 낳았으니 <장자>에 천지란 만물의 어버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천지는 만물을 낳고 천지는 도가 낳는다고 하는 것이니 천지는 도의 자식이고 만물은 도의 손자인 셈이다. 사람은 내 자식 내 자식 하면서 제 새끼 감싸기를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임진다는 식으로 입혀주고 길러주면서 제 자식의 주재자 노릇을 다한다. 그래서 주세붕은 “진자리 마른자리 가려가면서” 키워주셨다고 효도하기를 강조한다. 그래서 사람만 세상천지에서 자녀가 부모에게 효도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도는 천지만물을 낳아주되 주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도가 그 천지만물을 버려두고 떠나버린다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제아무리 극미한 것일지라도 도는 저버리지 않고 그 속에 간직돼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 몸뚱이도 곧 하나의 우주이고 하루살이도 하나의 우주이며 가을 하늘에 날리는 털끝도 하나의 우주라는 것이다. 그러니 세상천지에 도 아닌 것이란 없음이니 가짓수로 따지면 헤아릴 수 없이 많고 많지만 그 많은 것들의 소생은 바로 도이니 만물은 하나 라는 것이다. 만약 도가 만물을 편애한다면 우주는 질서를 잃고 하루가 멀다고 이런저런 변덕을 부릴 터이니 강가의 모래알 하나도 편히 있을 자리가 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도는 만물에 깃들어 있되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으니 천지만물은 걸침 없이 있다가 없어져 가는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도는 욕심 부리지 않는다는 게다, 이를 밝혀 어려운 말씀으로 <상무욕>이라 한다. 무욕 이는 욕심이 없음이다. 한때 한 스님 덕으로 ‘무소유’라는 말이 유행을 탔었다. 이는 가진 게 없다는 말이다. 가진 게 없음을 일러<소>라고 한다. 온갖 동물은 동물대로 식물은 식물대로 곤충은 곤충대로 물고기는 물고기대로 온갖 무생물은 무생물대로 저마다 가진 것들이 있어서 몸집을 갖는다. 크면 클수록 크게 짓는다. 코끼리의 심장은 크고 하루살이의 심장은 현미경으로 보아야 할 만큼 작다. 큰 심장은 그만큼 살점을 많이 갖고 작은 심장은 그만큼 적게 갖는다. 적게 가지는 작다. 무엇이든 갖고 싶어 함을 욕이라 한다. 욕이 없음은 곧 없음이다. 그래서 무욕하면 허라 한다. 허보다 더 작은 것이란 없다. 아무것도 없으니 작고 작아 빔이다. 제일 작은 것도 두고 원자라지만 허에 비하면 크고 큰 덩어리이다. 작고 작다고 원자들도 저마다 욕을 지닌 그 어떤 것들이다. 세상천지에 욕 없는 것이란 없다. 오로지 도만이 욕이 없는지라 유일하게 작다고 한다. 글/윤재근 정리/하동뉴스 hadon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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