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고동소리] 안 되는 것 일곱 가지
[노년의 고동소리] 안 되는 것 일곱 가지
  • 하동뉴스
  • 승인 2020.06.09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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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을 여행하는 한국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오사카 성에서 경험했던 일이다. 햇살이 포근하던 봄날, 오사카 성의 입구 한쪽에 자리한 커다란 바위를 쳐다보고 신기하게 여기며 서성 거렸다. 내가 선 자리 옆에 일본인 노인들 두서너 명이 손에 작은 책자를 쇼핑백에 담아 거닐다가 초등학생 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에게 한권 씩 나눠 주고 있었다. 작은 메모장처럼 엮은 그리 두껍지 않은 소 책자였다. 나는 책의 내용이 궁금하여 노인에게 다가가 내가 한국인임을 밝히고 책자 한권을 달라 했다. 머리가 하얗고 이마가 시원스럽게 벗어진 노인은 미소를 띠며 책값을 달라 했다. 얼마냐고 물었더니 700엔이라 했다. 우리 돈으로 7000원이었다. 조금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화 700엔을 건넸더니 노인은 두 권을 주었다. 나는 필요 없다며 한권은 되돌려 주었다. 책 내용만을 아는 데는 한권이면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일본글을 알 수가 없었으나 한자로 된 글은 무슨 뜻인지 풀이 할 수가 있었다. 책의 앞부분에는 이런 내용의 글이 실려 있었다. 첫 머리에 “안 되는 것 일곱 가지”라고 적힌 큰 글자 밑에 이렇게 일곱 가지항목이 나열 돼있었다.
1. 부모의 말을 거역해서는 안 된다.
2. 어른 앞에서 버릇없이 굴어서는 안 된다.
3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4. 비겁하게 굴어서는 안 된다.
5. 약자를 괴롭혀서는 안 된다.
6. 밖에 나가 길을 걸으며 음식을 먹어서는 안 된다. 
7. 부녀자를 희롱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적은 일곱 항목 아래에는 조금 큰 글체로 이렇게 못을 박아 강조하고 있었다. “안 되는 것은 절대 안 되는 것이다!”
 
 나는 책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곧 알 수가 있었다. 저녁에 숙소에 돌아와 일본어에 능통한 선배에게 책자를 보여 주며 우리말로 번역해 달라고 하였다. 책의 내용은 제시된 ‘안 되는 것 일곱 가지’를 풀어 아이들이 알아듣기 쉽게 설명한 것이었다. 나는 뒷날부터 일본 노인들을 보고 느끼는 생각이 달라졌다. 노인들이 아이들 장래를 걱정한 나머지 자기들의 할 일을 하고 있다고 여겼다. 어느 아파트 촌 가운데 연못이 있었다. 봄철이라 개구리들이 겨울잠을 깨고 나와 밤을 새워 울어 대니 주민들이 잠을 설친다고 했다. 이에 마을 노인들이 나서서 자신들의 밤잠을 줄여가며 연못가에 나와 둘러 앉아, 가끔 연못으로 작은 조약돌을 던져 풍덩거리는 소리에 개구리를 놀래 울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노인들이 낮에 열심히 일하고 쉬는 젊은이들이 잠을 제대로 잘 수 있도록 마음을 쓴다는 것이었다. 일본 노인들은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착한 일을 찾아 적극적으로 봉사하는 사람들 같았다.

 사람은 날마다 착한 행동을 했는지를 되새겨 봐야하고, 잠자리에 들어서는 오늘 하루 동안 잘못된 일은 없었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 희망적이다. 사람이란 손해 보지 않으려는 이기심 때문에 선한 일을 외면하게 되고, 자기 욕심에 이끌려 옳지 못한 일을 가볍게 여긴다. 아홉 가지가 모두 선하고 한 가지만 악해도 선한 사람이 아니고, 아홉 가지 악한 일을 저지르고 한 가지 착한 일을 하였다하여 결코 착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공(功)과 과(過)를 따질 대상이 될 뿐이다. 정약용(丁若鏞)이 남긴 말이다. 노인은 공쪽으로 무게가 실리도록 마음을 써야한다. 명이 다해 색이 바래 진 채 땅 바닥에 떨어져 딩구는 비맞은 낙엽도 아직 해야 할 사명은 있다. 낙엽은 흙이 되어 또 다른 탄생을 위한 밑거름이 되거나, 불에 태워지며 내 품는 탄소는 다음 세대를 위한 탄소동화작용을 돕는 귀한 역할도 한다. 석양에 긴 그림자를 드리운 노인은 자신이 한계를 설정해야 한다. 평범한 세상에 평범한 범위만 따르려 하면, 불안한 마음에서 쉴 사이가 없지만, 스스로 한계를 정하고 이를 좀 더 높은 방향으로 뛰어 넘으려 애쓰는 사람은 세상의 중심에 설 수 있다. 세월은 주름살을 늘게 하지만 마음속 정열까지 시들게 하지는 못한다. 샤므엘 존스가 한 말이다. 노인들이 한 번쯤 곱씹어 볼 이야기다. 사)대한노인회 하동군지회 지회장 정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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