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피는 꽃은 이쁘고 지는 꽃은 미운가]
[연재] 피는 꽃은 이쁘고 지는 꽃은 미운가]
  • 하동뉴스
  • 승인 2020.06.23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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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란 땅을 본받아 사는 목숨(人法地 인법지라)

인법지 지법천(人法地 地法天)
천법도 도법자연(天法道 道法自然)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상도를 본받고 상도는 자연을 본받는다. <노자 25장 참조>

 우리가 사는 곳을 지, 땅이라 한다. 이제는 땅을 지구라 한다. 먼먼 옛날엔 땅은 동서남북 사방이라 했다. 네모 배기 땅이 허공에 놓여 있다고 보았다. 그 천은 하늘이다. 그 하늘을 우주라 한다. 사방상하가 우이고 왕고래금이 주이니 우주란 때와 자리를 말하는 집이다. 사람은 떵이라는 이 집에서 한동안 머물다가 간다. 물론 이 땅에 있는 모두는 목숨이 있는 것이든 없는 것이든 저마다 얼마간 머물다 간다. 어디로 가는가? 우주를 낳은 상도로 간다고 노자께서 우리를 위안해준다. 죽으면 끝이라고 딱 잘라버린 불타와는 달리 죽으면 돌아갈 곳이 있다니 그래도 위안이 된다는 말이다. 죽으면 흙으로 돌아간다고 함은 곧 상도로 돌아감을 말한다. 영영 있는 것은 상도 하나뿐이다. 우주도 있다가 없어질 것이니 그 안에 있는 태양계란 두말할 것도 없다. 100억 년이 태양계 나이라는데 벌써 반이 지났다니 앞으로 50억 년 동안 태양과 그 행성이 자리 잡고 있다가 상도로 돌아갈 것이다. 태양계도 어부가 던진 그물 안에 든 한 마리 고기라고 여겨도 될 일이다. 상도라! 하염없이 그물을 던져 놓고 있는 한 어부라 한들 허망할 것은 없다. 상도가 던져 놓은 그물을 천망이라 한다. 우주가 그 천망 안에 들었으니 태양계도 따라 들었고 땅이야 말할 것도 없다.

 인법지라, 이는 사람은 땅을 본받는다는 것이다. 사람은 이 지구를 떠나서는 살 수 없다는 말이다. 설령 인간이 달에 간들 화성에 간들 달 따라 살 수 없고 화성 따라 살 수 없음이다. 지구에서 살던 집과 똑같은 집을 거기로 가져가서 그 속에서만 살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이다. 인간이 화성에 갔다 한들 화성인이 되는 것은 아니나. 그러나 우주과학이 인간을 화성에 상륙시켜준다 해서 함부로 화성인이라 호들갑 떨 것은 없는 편이다. 인간이란 오로지 인법지의 목숨인 까닭이다. 황인종 백인종 흑인종 홍인종 등등 나누어 따진다 한들 인간의 이목구비나 사지나 오장육부로 보면 인간이라는 종은 다를 바 없이 단 하나이다. 그런데 먹는 것 입는 것 말하는 것 다 다르고 살림살이 온갖 버릇을 모아놓은 문화라는 것들이 인간의 사는 터 따라 다 다르다. 이는 인간의 법지 때문이다. 인간은 제가 사는 곳 따라 의식주를 마련했고 말을 나누며 살아왔다. 말하자면 경상도 사투리 전라도 사투리 등등 왜 생겼을까? 옹기종기 모여 끼리끼리 사는 터가 달라 풍속도 다르고 말씨도 다르고 먹을거리 등등 따라서 성질머리도 달라지는 것이다. 물론 이제는 인간들이 비행기를 타고 오대영 육대주를 옆집 울타리 넘듯 오가며 지구는 하나라고 야단법석이지만 수구초심이라 여우도 죽으면 머리를 제 고향으로 돌린다지 않는가. 남아공에서는 집쥐를 잡자고 미어캣을 키우고 우리는 집쥐를 잡자고 고양이를 키운다. 이런 사소한 것마저도 서로 다름은 인간도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법지로써 살아야  하는 목숨인 까닭이다.

 야구장에서 부산팀과 광주팀이 경기를 하면 부산사람은 부산팀을 응원하고 광주사람은 광주팀을 응원한다. 그런데 광주팀이 일본팀하고 붙는다면 부산사람도 광주팀을 응원한다. 왜 그런 것인가? 법지라는 천리 즉 자연의 법칙 때문이다. 피그미족한테는 화장실이 따로 없다고 흉본다면 법지의 천리를 몰라서이다. 열대우림에 사는 피그미족은 밀림 속인지라 나무 밑 어딘가로 가서 일보고 그냥 가버리거나 흙으로 묻어주고 가면 그만이다. 양변기 위에서 똥오줌 누지 않는다고 야만인이라 손가락질 말아라. 인간은 저 사는 고장 따라 문화를 일구면서 살아갈 뿐이다. 그러니 문화에 선진 후진이 있는 듯이 호들갑 떨 것이란 없다. 만약에 불란스 빵이 우리 밥보다 선진문화의 산물이라고 생각하려는 자가 있다면 그런 자는 법지의 천리를 모르는 인간 앵무새일 뿐이다.

◆치자의 마음이 고요하면(我好精而民自正(아호정이민자정이라)

我好精而民自正(아호정이민자정)

내가 고요함을 좋아하니 백성은 스스로 발라졌다.<노자 57장 참조.

산속 못물 위로 바람이 불면 없었던 물결이 일고 비치던 산 그림자들은 삽시에 없어진다. 거울 같은 못물이라도 물결이 일면 바람 불어 생긴 물결 탓으로 그만 수정을 앗기고 만다. 그러면 못물은 고요를 잃고 어지럽고 시끄러워진다. 이렇듯 못물이 고요를 잃어버림은 밖에서 불어온 바람 탓이다. 사람의 마음도 마치 이런 못물 같다. 본래 마음을 심성이라 한다. 심성이니 본성이니 천성이니 등등은 다 같은 말이다. 심성은 고유한 못물 같아 심정이라 한다. 그래서 인생이전이라 한다. 태어나면 곧장 응아응아 울지만 그 갓난애의 마음만은 ‘고요정’ 바로 그것이라는 말이다. 그 갓난애도 젖꼭지를 물로 젖을 빨기 시작하면 서서히 이런저런 사물을 만나기 시작한다. 그러면 갓난애의 마음이 심정을 타기 시작한다. 그렇게 자라 댓살이 되면 꽃을 보면 ‘고와라’하고 똥을 보면 ‘더러워’할 줄 안다. 곱다느니 더럽다느니 이러구러 시비나 호오를 내는 마음은 심성을 물리고 심정을 앞세운다. 심성을 보면 사람들 마음이 다를 것이 없다. 심성은 마치 고요한 못물과 같다. 그래서 심성을 비유해 명경지수라 하는 것이다. 심성은 멈춘 물 같아 거울마냥 깨끗하다는 것이다. 거울은 앞에 있는 것을 그대로 비춰주고 그것이 떠나면 흔적 하나 남기지 않는다. 이렇듯 심성도 오면 오는 대로 맞이하고 가면 가는대로 보내준다. 그래서 심성을 일러 심정이라 한다. 왜 심성을 고요한 마음이라 할까? 심성에는 욕이랄 것이 없는 까닭에 붙들어 챙기거나 내쳐서 저버리는 짓거리를 꾀하지 않는다.

 그러나 심정으로 보면 사람들의 마음은 전혀 같지가 않다. 백인백색 이라 거니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게다. 심정 탓에 사람의 마음은 죽 끓듯 변덕스럽다고 흉잡힌다. 왜 그런가? 서슴없이 욕심으로 돌변하는 심정 때문이다. 심정에는 철정이 범람하는지라 돌개바람으로 요동치고 거기다 탐욕이 빚어지면 홍수로 생긴 흙탕물에 쓸려온 쓰레기들로 범벅이 된 채 출렁출렁 범람하려는 못물 같다. 오죽하면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하겠는가? 물론 중생치고 사람만 마음이 있다고 우길 것은 없다. 하루살이도 그냥 날갯짓 않고 먹이 찾아 날아다닌다. 그것을 본능이라 한다면 본능도 하나의 마음 짓이다. 그러니 소리 못내는 초목을 함부로 대하면 아파하리라는 생각을 허무맹랑하다 비웃을 수 없을 테다. 살아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마음이 있다고 여기면 오히려 마음속이 따뜻해지고 후련해지는 법이다. 따뜻한 마음이라야 사나운 칠정의 마음을 녹일 수 있는 게다. 정열이라 하지만 열이 지나치면 무엇이든 태우고 그것이 식어버리면 빙지(氷池)같이 돌변한다. 못물이 얼어버리면 물은 그만 멈추고 말아 온갖 목숨을 적셔주고 헹궈주면서 흐르지 못한다. 심정이란 이처럼 변덕스럽다. 그래서 윗사람일수록 심정부리지 말고 무슨 일이 있어도 심정을 잃지 않고 누려야 한다는 것이다.

 순풍이 불면 잘 날아오르던 연도 돌풍이 내치면 연줄에서 벗어나고자 이리저리 회오리치다 낙하하여 죄 없는 나뭇가지를 칭칭 감아 제치고 만다. 이처럼 윗사람이 심정부리면 그 동티가 아랫사람의 마음으로 마치 염병처럼 옮겨 붙는다. 그러면 아랫사람은 윗사람이 퍼뜨린 병균 탓으로 죄 없이 앓아야 하는 것이다. 하물며 나라를 다스리는 자가 심정부리면 그 나라 백성은 고스란히 못 죽어 사는 열병을 앓아야 한다. 그러면 백성은 그 열병의 법망을 빠져나가려고 온갖 꾀를 부리게 된다. 백성의 마음은 본래 천심인데 새잡이 그물 같은 치자의 심정 탓으로 백성은 흉흉한 인심으로 속임질을 밥 먹듯 하려 든다. 이처럼 치자가 심정 부리면 따라서 백성은 마음을 감추고 오그라든다. 그러나 치자가 심정을 누리면 빙지(氷池)가 햇볕이 쪼여 녹듯이 치자는 백성의 마음을 녹여줘 백성은 온 시름 접고 곧이곧게 마음 편히 살아간다. 글/윤재근. 정리/하동뉴스 hadon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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