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일 칼럼] 현대판 보릿고개
[박영일 칼럼] 현대판 보릿고개
  • 하동뉴스
  • 승인 2020.09.08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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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도의회 7,8대 의원
(교육사회 위원장) 박영일

 반갑지 않은 감염병 코로나19로 금수강산도 지구촌도 일상 전체가 멈춘 지 벌써 8개월이 지나고 결실의 계절 9월이 시작되었다. 독감 또는 생활에 영향은 있었지만 사스나 메르스처럼 큰 상처 없이 몇 개월이면 했는데 이젠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어 인간과 공존하는 것 밖에 기대할 수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의 생활에 경험해보지 못한 환경으로 정상이 비정상 비정상이 정상으로 바뀌고 "삶"의 질은 많이 떨어졌다. 예를 들어 마스크 미착용 시 외출에 통제받고 대중교통 승차 거부 공공기관이나 대중시설 방문 시 체온을 확인 온라인 쇼핑이 대중화되고 재택근무, 화상으로 온라인 수업이나 회의, 안방에서 콘서트를 보고 경기장에는 관중이 없고 드라이브스루 진료소, 드라이브인 영화관이 생겨났다.

 "비대면" "사회적 거리"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언어가 되었으며 옛날부터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말들을 하는데 이젠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는 것이 최고 믿음 가는 말이 되었다.

 8개월이라는 일 년의 3분의 2가 비정상적인 생활로 이어져 정부는 정부대로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보편적이고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 보니 경기는 악화될 때로 악화되고 국민의 안정적인 생활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공무원, 대기업 종사자를 제외하고는 직장을 잃을까 걱정을 해야 하고 생계 그 자체를 위협받는 계층이 많아졌다. 금융위기 때도 저소득층 차상위 계층은 큰 타격을 입었지만 중, 상위계층에서는 요즘처럼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실업자가 많아 사회 최소 구성원인 가정의 존립을 위협받고 자영업자들을 경영난으로 폐업을 하고 기하급수적인 실업자 양상으로 국가를 이끌어 감에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으며 거기다 긴 장마, 태풍, 폭염이 더해 "시계제로" 불확실성 속으로 빠져들었다.

 8개월 동안 부정적인 일들만 겹치다 보니 국어사전 또는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고 잊혀가는 단어 "보릿고개"가 회자 되고 많은 국민이 어려움에 처해있다. 한창 회자되고 있는 "보릿고개"라는 말은 보리가 여물지 않은 5~6월에 농가에서 먹을 게 없었던 시절을 표현한 것이다. 농촌의 빈곤을 상징하는 말이지만 거슬러 가보면 소작농들의 아픈 과거가 소복이 담겨 있다. 농민이 가을에 생산한 수확물 중 소작료 고리채 또는 그 이자 세금 이런저런 경비를 지급하고 나면 남은 식량은 별로 없다. 대부분 많은 자녀를 두고 있었던 시절이라 적은 식량으로 초여름 보리 수확 때까지 버티기는 어려웠었다. 그 당시 단위당 수확량은 원시적인 농사법이라 보잘것없었고 풀뿌리나 나무껍질 등으로 끼니를 잇고 걸식이나 빚으로 연명할 수밖에 없으며 수많은 유랑민이 생기고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하였다.

 역사적으로 볼 때 고대부터 조선 말기까지 가뭄이나 홍수 등으로 "보릿고개"의 참상이 있었는데 일제 강점기에 연례적이고 구조적으로 정착되었으며 1910년대에 일본의 토지조사사업을 통해 더 심각해졌다. 1960년대 초까지만 하여도 풀뿌리 나무껍질로 연명하거나 오랫동안 굶어 살가죽이 들떠서 붓고 누렇게 되는 "부황증"에 걸린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우리가 "보릿고개"에서 벗어난 것은 1960년대 후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실시된 이후부터라고 할 수 있다. 경제적 어려움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여러 번 고비는 있었지만 도시 농촌 할 것 없이 저소득 차상위층은 물론 국가의 허리 역할을 하고 있는 중, 상위 층까지 생활고에 시달리는 시대는 없었다. 이게 바로 "현대판 보릿고개"가 아닐까?

 지난날의 보릿고개는 계절을 넘기는 것이지만 지금은 시기를 기약할 수 없어 무겁고 어두운 마음이며 풍요로움에 젖어 있는 세상이라 이걸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가 염려된다. 급속한 기술 발달로 과잉생산 저렴한 가격 유혹에 "보릿고개"를 경험한 세대도 부족함과 가난의 고충을 잊었고 배고픔이 어떤 것인지 모르는 신세대는 가난의 고통을 맞을 준비를 못 했는데 현재와 미래에 불안이 어슬렁거리고 있어 안타깝고 또 안타까울 따름이다. 더 큰 어려움이 오기 전 정부의 감염병 퇴치 정책에 적극 동참하고 수입이 줄고 일자리를 잃고 따라서 소비가 위축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음에 경각심과 용기를 함께 가져야 "현대판 보릿고개"를 극복할 수 있다. 저력 있는 국민의 하나 된 마음이 절실한 때가 아닌가 싶다.

 주변에는 "아무것도 사지 않는다" "외식도 절대 안 한다" "문화 복지비도 줄인다" "생활비도 줄인다" 등 생활신조가 "안 한다" "줄인다"로 바뀌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부유층에서는 국가 경제 발전과 어려운 계층의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이번만큼은 씀씀이에 너무 인색하지 말았으면 한다. 

 위기에 처해 있을수록 강한 의지로 이겨낸 우리 민족은 "현대판 보릿고개"를 거뜬히 극복하리라 믿으며 TV 뉴스, 신문의 정치기사를 보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읽을 수 있게 위정자들의 지혜와 슬기로움과 바른길을 기대한다. 애국정신과 시민의식이 강한 오천만 국민이 함께 힘 모아 위기를 기회로 삼자. 위정자들은 "동물의 왕국" "나는 자연인이다" "미스 트롯" "미스터 트롯" 시청률이 왜? 높은지 깊이 생각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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