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추석의 의미와 둥근 보름달”
[발행인 칼럼] “추석의 의미와 둥근 보름달”
  • 하동뉴스
  • 승인 2020.09.22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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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팔월 보름날, 추석(秋夕)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명절로 손꼽힌다. 추석이 다가오면 추석빔을 얻어 입어 신이 났고, 추석 전날 밤에는 온 식구가 둘러앉아 송편을 빚었다. 뭉툭하고 찌그러진 송편을 만들며 서로 자기 송편이 더 예쁘다고 우기기도 했다. 마당 한쪽에서는 송편 찌는 솔향기가 무럭무럭 올라오고, 달이 두둥실 떠오를 즈음에는 온종일 차에 시달리며 달려온 친척들이 두 손 가득 선물을 들고 대문을 들어섰다. 이후에는 술상이 벌어지고 친척들은 그동안 못 나눈 이야기들을 밤이 늦도록 하품을 하면서도 끝낼 줄을 몰랐다. 요즈음도 송편을 만들어서 솥에 찌는 것은 보기가 힘들다.

 원래 추석의 의미는 추수를 하기 전, 농사의 중요 고비를 넘겼을 때 미리 곡식을 걷어 조상들에게 제사를 지내고 풍년을 기원하는 것이었다. 즉 여름 농사일은 이미 끝냈고, 가을 추수라는 큰일을 앞두고 날씨도 적절하니 성묘도 하고 놀면서 즐기는 명절이었다는 것이다. 추석은 여름처럼 덥지도 않고 겨울처럼 춥지도 않아서 살기에 가장 알맞은 계절이므로 속담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큼만’이라는 말이 생기기도 했다. 이제 추석이 며칠 남지 않았다. 올해는 둥근 보름달을 보고 무엇을 기원해야 할 것인지 생각해 본다. 누군가에게는 가족들을 만나는 행복한 추석이 될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바쁘게 집안일을 해야 하는 불행한 추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올해 추석만큼은 더도 덜도 말고 서로를 위해주는 추석, 기분 좋은 말 한 마디로 시름을 덜 수 있는 추석, 오랜만에 만나 지난날의 안부를 묻고 진심으로 상처받은 마음들을 서로 치유할 수 있는 복된 추석이 되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올 추석에는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고향방문도 자제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조상님은 어차피 비대면 코로나 걸리면 조상님 대면' ’불효자는 옵니다‘ 이라는 웃픈 글귀가 회자되는 언택트가 강조되는 시대다. 코로나19가 하루빨리 종식되기를 기대하며 대면 접촉은 최대한 자제하고 그렇다고 안부인사도 자제했던 건 아닌지 반성해본다. 그렇찮아도 자주 찾아뵙지 못한 부모님과 친척들께, 자녀들의 학교·학원에, 차일피일 만남을 미뤄둔 거래처 혹은 친구들에게, 스마트 폰 너머로 반가운 목소리를 전해보면 어떨까. “안녕하십니까? 잘 지내시죠.”라며 코로나19에 비대면을 위한 안부 전화가 늘어 전화 통화량이 폭증하기를 상상해본다. 둥근 보름달이 온 세상을 환하게 비추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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