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고동소리] 대통령 당선자의 청탁
[노년의 고동소리] 대통령 당선자의 청탁
  • 하동뉴스
  • 승인 2020.09.22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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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기억속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여러 정황을 따져 볼 때 사실인 것 같았다. 어떤 강직한 장군이 있었다. 그는 6?25 전쟁 때 사단장이었다. 전쟁 중에 어느 날 시골 형님이 찾아왔다. 형은 아우에게 “이번에 네 조카 아무개가 군대에 갔다. 전방에 안가도록 네가 힘써 달라!” 했다. 아우 사단장은 즉각 받았다. “형님! 내 조카라고 빼 돌리고 그러면 전투는 누가 할 거요! 그만 운명에 맡기시오!” 사단장의 조카는 전투 현장에서 불행하게도 전사했다. 이후 사단장과 그의 형은 원수처럼 지냈다.

 한국 전쟁 때 미군 장성들의 아들들 142명이 참전했다. 그 가운데 35명이 전사하고 부상 후유증으로 제명대로 살지 못한 이들도 많았다.
제2차 세계 대전 중 독?쏘 전쟁에서 소련 권력자 스탈린의 아들 야콥 주가시빌리 소련군 중위가 독일군 포로가 됐다. 독일 총통 히틀러는 스탈린에게 흥정을 걸었다. 야콥을 풀어 줄 테니 소련군에 포로가 된 독일군 제6군 사령관 프리드리 폰 파울루스를 보내 달라는 것이었다. 스탈린은 단칼에 거절했다. 스탈린 아들 여콥은 수용소 철조망에 죽은 채 걸려 있었다. 그는 탈출하려다가 비참하게 사살당한 것이었다. 노르만디 상륙작전을 지휘, 2차 대전을 연합군 승리로 이끌었던 전쟁 영웅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가, 1952년 12월 미국 대통령 당선자 자격으로 전쟁 중인 한국을 방문하였다. 목적은 전 미국인들의 애를 태우는 한국 전쟁 현장을 살펴보기 위함이었다. 

 아이젠하워는 미 8군 사령부를 찾아 밴플리트 8군 사령관의 브리핑을 받았다. 초강대국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한국 전쟁을 어떻게 풀어 갈것인지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었다. 각국 주요 언론사 기자들은 물론 한국과 미군 고위 장성들이 모두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묵묵히 보고를 받은 아이젠하워의 첫 질문은 참으로 엉뚱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장군! 내 아들 존 아이젠하워 소령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순간 지난 4월 외아들을 북한 상공 적지에서 잃고 시신도 찾지 못한 밴플리트 장군은 기분이 묘했다. 차기 대통령이 너무 사적인 질문을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밴플리트 장군은 태연스럽게 답했다. “네! 존 아이젠하워 소령은 전방 미 3사단 정보처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밴플리트 장군이 극히 사무적으로 말하자 아이젠하워는 전혀 예상 밖의 참으로 사적인 부탁을 했다. “사령관! 내 아들을 후방 부대로 보내 주시오!” 요즘 우리나라 같으면 분명히「김영란 법」위반이다. 참석자들이 모두 웅성거렸다. 밴플리트 장군은 답변을 못하고 아이젠하워 차기 대통령을 의아한 눈길로 바라봤다. 눈치를 챈 아이젠하워는 곧장 말했다. “내 아들이 전투 중에 전사한다면 슬프겠지만 나는 그것을 가문의 영광으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에 내 아들이 포로가 된다면 적군은 분명히 미국 대통령의 아들을 가지고 미국과 흥정을 하려 들 것입니다. 나는 결단코 그런 흥정에 응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사령관이 잘 알다시피 우리 국민은, 대통령의 아들이 포로가되어 고초를 겪는 것을 용납하질 않고「대통령의 아들을 구하라!」고 외치며, 나와 미국에 적군의 요구를 들어 주라고 압력을 가할 것입니다. 나는 그런 사태를 원치 않습니다. 그래서 사령관이 내 아들을 적의 포로가 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 주실 것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밴플리트 장군의 오해는 즉각 풀렸다. 장내 분위기는 순간적으로 밝아져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밴플리트 장군은 우렁차게 대답했다. “즉각 조치하겠습니다. 각하!” 아이젠 하워 차기 대통령은 전사한 밴플리트 장군의 외아들과 스탈린의 아들 야콥을 염두에 두고 자기의 뜻을 솔직하게 밝힌 것이었다. 사)대한노인회 하동군지회 지회장 정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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