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모두가 잠들 때 모든 게 잠겼다!
[기고]모두가 잠들 때 모든 게 잠겼다!
  • 하동뉴스
  • 승인 2020.09.28 14: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8월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경남지역이 물에 잠겼고, 어느 한 상근예비역 용사가 침수 피해로 보트를 타고 생활한다는 보도를 접했다. 나는 ‘설마 저 정도로 심각하겠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아침이 되어서야 그 심각성을 알 수 있었다. 하동 화개장터 일대에 수해복구 작업이 있으니 중형버스에 탑승하는 방송이 나왔다. 하동대대 장병 모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삽과 대빗, 갈퀴 등을 챙기고 버스에 탑승했다.

 주말에 대민지원을 한다는 생각에 힘이 빠졌지만 화개장터로 가는 길에 목격한 장면은 나를 부끄럽게 할 정도로 심각했다. 나무 위에 걸려있는 냉장고와 쓰레기와 뒤섞인 침수된 가구, 집기류 등 참혹한 광경을 보게 되었다. 대민지원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빨리 도와드려야겠다는 열정으로 바뀌었다. 처음 투입된 주택은 정말 암담했다. 장독대와 술병이 깨져 흘러나온 액체가 뒤섞여 악취가 나 작업하는 내내 우리를 괴롭혔고, 치워도 끝이 없는 쓰레기더미는 우리의 의지를 꺾기에 충분했다. 바로 그때 피해를 본 아주머니가 와서 시원한 커피를 권하며, ‘군인들 덕분에 많이 정리됐네요. 감사합니다.“라고 말씀하시며, 웃고 계셨지만 그 너머 슬픔이 잠긴 모습이 느껴져 더욱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침수된 가구와 가전제품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말에 부수고 계신 할아버지와 말리지 못하고 눈물만 흘리시는 할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나와 전우들은 더욱 힘을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단장님도 매일같이 현장에 방문해서 장병들과 함께 뒤섞여 직접 삽을 들고 땀을 흘리시며 수해복구에 임하시는 모습은 나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 우리가 하는 임무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실감하게 되었다. 나도 비슷한 재난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 겨울철 배수관이 얼어 물난리가 났고, 모든 가족이 잠들었을 때 물이 3m정도 차올라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물에 젖은 가구들을 버리고 정리하며 우리 가족은 지쳐갔다. 그때 119대원들이 나타나서 엉망이 된 집을 정리해줬었다.

 내가 받았던 그 고마움을 성인으로 성장해 군인으로서 국민에게 그 빚을 갚고 있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119대원들에게 느꼈었던 고마움을 화개장터 주민들에게 전달하고 싶어 아수라장이 된 녹차공장 정리와 해안쓰레기 처리 등 남은 수해복구에도 최선을 다했다. 이번 대민지원을 통해 많은 땀방울을 흘렸고, 군인의 사명과 의무가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수해로 인해 피해를 입은 모든 경남도민들이 하루 빨리 일상으로 복귀하기를 기도하며, 오늘도 나는 군화 꾼을 질끈 동여매며 앞으로 부여될 임무완수에도 최선을 다하겠다. 39사단 하동대대 일병 박민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