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고동소리] 대통령이 격분한 교통사고
[노년의 고동소리] 대통령이 격분한 교통사고
  • 하동뉴스
  • 승인 2020.11.24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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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0년 12월 23일, 성탄절을 이틀 앞 둔 날. 한국 전쟁에서 국군과 유엔군이 압록강까지 진격했다가 중공군의 인해전술에 밀려 전황이 불리하게 역전되던 시기, 경기도 양주군 노해면에서 참으로 하늘이 분노할 기막힌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그 때의 그 장소는 오늘날의 서울시 도봉1동 595-5번지. 전철 1호선 도봉역 2번 출구 자리다. 근처에는「워커 장군 전사지(戰死址)」표석이 있다. 이날 사고는 한국 전쟁에 참전했던 당시의 미8군 사령관 워커 중장의 외아들 샘 워커 대위가, 소총 중대장으로 한국 전쟁에 참전, 중공군의 기습적 남하를 저지 시킨 전공에 감격한 이승만 대통령이, 특별히 샘 워커 대위에게 은성 무공훈장을 수여, 그 공적을 치하했다. 아버지 워커 사령관은 전방 순찰을 겸해 아들의 무공 수훈을 축하하고자 의정부 쪽으로 가던 길에 사고 지점에서 마주오던 차에 충격해 그만 운명을 달리하고 말았던 것이다. 

 세계 1?2차 대전을 통하여 북아프리카와 유럽 전역에서 전장을 휩쓸며 평생을 보낸 워커 장군의 생애 61년이 이렇게 끝난 것이었다. 이승만 대통령은 사고를 저지른 박경례라는 범인을 당장 처형하라고 펄 펄 뛰었고, 북한군은 미군 최고 사령관을 전사 시켰다고 손뼉을 쳤다. 이승만 대통령 입장에서는 의지했던 최고의 군 지휘관은 어처구니없게 잃었으니 참으로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었다. 사실 맥아더의 인천 상륙 작전 성공도, 한국 전쟁 발발 18일 만인 7월 13일, 한반도에 가장 먼저 발을 디딘 워커 장군이, “낙동강 방어선을 사수하라!”는 명령과 함께 ‘우리는 더 이상 물러 설 수 없고 더 이상 물러 날 곳도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결코 후퇴란 있을 수 없다!’고 했고. 밀리기만 하던 풀 죽은 한국군 장병들에게는 “내가 여기서 죽더라도 끝까지 한국을 지키겠다!”는 말로 장병들에게 용기를 주어 그야말로「버티기 작전」을 성공시켰던 것이다.

 워커 사령관은 사고 당일 오전 아들을 만나려 의정부 근처 미군 9군단 예하 24사단 전투지휘소를 찾아 짚차로 달려가던 길이었다. 그 때 한국군 제6사단 2연대 수송부 차량 정비공 박경례가, 수리를 끝낸 작은 트럭 쓰리커터를 시험 주행하다가 마주오던 워커 사령관의 짚차를 들이 받아 차가 전복되었고, 워커 사령관은 정면 유리창 밖으로 튕겨나가 땅바닥에 머리가 부딪치면서 즉사하고 말았다. 같이 탔던 부관, 운전병, 호위 병사 넷은 중상을 입었다. 고장 난 쓰리커터를 수리했던 정비공은 운전면허를 획득하지 못한 민간인 신분의 문관이었다. 장군의 외아들 샘 워커 대위는 아버지의 유해를 의전 부대에 맡기고 자신은 곧 바로 전선으로 복귀, 싸우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그러나 맥아더 사령관은 샘 워커 대위에게 아버지의 유해를 미 본토 알링턴 국립묘지까지 모셔서 정성을 다해 안장 시키라고 명령했다. 워커 중장은 대장으로 추서되고 아들 샘 워커 대위도 훗날 미군 역사상 최연소 대장으로 승진하였다.
 
 이승만 대통령을 격분 시켰던 사고 차량 운전자 박경례는 워커 장군 유족들의 간곡한 요청으로 극형은 받지 않았고, 보통의 교통사고 처벌 대상으로 3년 동안 복역하고 풀려났다. 1954년 11월 18일 한?미 양국 의회의 비준을 받아 발효된 ‘한미 동맹’은 올해로 67년을 맞았다. 2013년 한?미 동맹의 의미를 더욱 새롭게 다지고자 제1회 한?미 동맹 상을 제정, 첫 수상자로 워커 장군을 선정, 표상했다. 시상식에는 할아버지를 대신하여 손자인 미 육군 예비역 대령 월튼 H 워커 2세와 육군 중령 샘 S 워커 2세가 참석하였다. 두 손자는 서울 광진구에 자리한 워커힐 호텔 경내에 위치한 할아버지 워커 장군의 추모비에 헌화하고 할아버지를 기억해 주는 모습에 감격했다.  ㈔(대한노인회 하동군지회 지회장 정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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