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뉴스가 권하는 책-제3장 경솔하면 곧장 뿌리를 잃는다
하동뉴스가 권하는 책-제3장 경솔하면 곧장 뿌리를 잃는다
  • 하동뉴스
  • 승인 2020.11.24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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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경솔하면 곧장 뿌리를 잃는다(輕則失根 경즉실근이라)

輕則失根(경즉실근)
躁則失君(조즉실군)

경솔하면 곧장 뿌리를 잃고 조급하면 곧장 이금을 잃는다 <노자 26장 참조>

뿌리 없는 나무에 잎이 필까? 뿌리가 없으면 줄기가 없고 줄기가 없으면 가지가 없고 가지가 없으면 잎이 없고 잎이 없으면 꽃이 없고 꽃이 없으면 열매가 없고 열매가 없으면 씨앗도 없다. 이처럼 뿌리가 없으면 그 무엇도 없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초목이다. 어떤 나무 어떤 풀이든 뿌리가 땅속에 있어서 땅 위에 꼿꼿이 서서 햇빛을 받고 한자리에서 살아간다. 소나무 뿌리는 소나무로 버드나무 뿌리는 버드나무로 민들레뿌리는 민들레로 잔디 뿌리는 잔디로 드러나게 된다. 잔디 뿌리에서 민들레가 나올 리 없고 소나무 뿌리에서는 버드나무가 나올 리 없다. 그래서 뿌리가 다르면 줄기가 다르고 줄기가 다르면 가지가 다르며 가지가 다르면 꽃이 다르고 꽃이 다르면 씨앗이 달라 산천에 온갖 초목이 저마다 제 뿌리로 모습을 갖추고 산다. 사람을 빼면 뿌리를 저버리는 것이란 하나도 없다.

 온갖 것의 뿌리를 천지라 한다. 사람은 한사코 이런 말을 의심하고 외면하면서 살자고 한다. ‘장자’에 ‘천지자 마물지부모야’라는 말이 나온다. 하늘땅이라는 것은 만물의 어버이이다. 이제는 이런 말은 헛소리로 팽개치려 한다. 또 ‘논어’에는 ‘의천명’이라는 말씀이 나온다. 하늘의 시킴과 가르침을 두려워하라. 이제 사람들은 하늘을 두려워 않는다. 오히려 하늘을 얕보고 업신여기려 든다. 이렇게 되고 보니 현대인은 이 땅덩이에서 가장 가벼운 동물로 타락해버린 셈인지라 조상이 밥 먹여주느냐고 빈정대며 손뼉치고 노래하며 한 세장 놀고 가자는 듯 왁자지껄하다. 따라서 저를 낳아준 제 부모도 받들 줄 모르고 저 잘나 한 세상 누리고자 한다. 점점 인간세는 뿌리 잘린 나무토막들이 바짝 메말라 이리저리 가볍게 굴러다니는 야적장 같다는 생각이 앞선다.

여름에 검푸르렀던 나뭇잎들이 가을이 되면 단풍이 들어 산들바람에도 견디지 못하고 낙엽이 되어 땅 위로 떨어져 바람 따라 팔랑개비처럼 굴러다닌다. 봄여름 동안 뿌리가 제공해주었던 온갖 양식을 더는 얻지 못해 가랑잎이 된 것이다. 뿌리를 잃어버리면 굴러다니는 가랑잎처럼 되고 만다. 소나무를 사철 푸르게 해주는 솔잎도 뿌리를 잃으면 갈비가 되어 땅위에 쌓이는 법이다. 나무의 뿌리는 근본이고 이파리는 그 나무의 말단이다. 말단이 근본을 잃어버리면 그만 가볍게 되고 만다. 사람도 이와 다를 것이 없다. 사람의 가벼움은 마음씀씀이로 드러난다. 이런 연유로 뜻에 의지하고 말에 의지하지 말라는 것이다. 뜻은 말의 뿌리이고 말은 뜻의 말단인 까닭이다. 뜻은 말의 뿌리인지라 드러나지 않는다. 말은 뜻의 말단인지라 드러난다. 나무뿌리는 드러나지 않고 줄기와 가지 그리고 이파리들은 드러난다. 그러니 드러나는 것에만 매달리면 절로 가벼운 마음으로 놀아나고 만다. 

가벼운 마음은 깨달을 줄을 모른다. 깨달을 줄 모르면 가볍게 되고 만다. 뜻이 뿌리가 될 수 있음은 깨달음인 까닭이다. 말로써는 깨달음에 이르지 못한다. 귀에 들리는 말의 바탕이 무엇인지 깨달아 들어야지 그렇지 않고 말만 따라 믿는 사람은 저절로 가벼운 사람이 되고 만다. 뜻 없이 지껄이는 사람은 근본을 잃어 뿌리 없는 나무 꼴이 된다. 사람은 서로 말을 주고받고 살아간다. 밥 먹지 않고 살 수 없듯이 말하지 않고 살 수 없는 목숨이 인간이다. 묵인하는 경우일지라도 마음속에서 말들이 피어나게 마련이다. 참말이란 마음과 입이 하나가 된 말이다. 헛말은 마음에 없는 입말이다. 참말은 사람을 무겁게 하고 헛말은 사람을 가볍게 한다. 뜻 없이 함부로 입 놀리는 사람은 가벼워지기 마련이다. 말의 근본인 뜻을 잃어서이다. 뜻이란 마음이 가는 바이니 뜻을 따라 나오는 말은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을 수 있고 근본을 잃은 가벼운 입놀림은 세치 혀로 재앙을 부른다.

-만불이란 여인숙에 머물다 가는 나그네(反者道之動-반자도지동이라) 

反者道之動(반자도지동)
弱者道之用(약자도지용)
天下萬物生於有(천하만물생어유)
有生於無(유생어무)  

돌아가는 것은 상도의 움직임이고 약한 것은 상도의 작용이다. 세상 온갖 것은 있음에 의해서 생기고 있음은 없음에 의해서 생긴다. <노자 40장 참조>

물은 흘러 어디로 가나? 바다로 간다. 그렇다고 바다가 물의 끝장은 아니다. 바다에 이른 물은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해류를 이루면서 하늘로 올라간다. 저 하늘에 둥둥 떠다니는 구름들이 땅 위를 졸졸 흐르던 바로 그 물이다. 물은 낮은 데로만 흐르면서 따뜻하면 김이 되어 공중으로 올라가고 추우면 얼음이 되어 멈춘다, 이처럼 물은 김도 되고 기체도 되고 얼음이 되어 고체도 된다. 그러나 피어오르는 김이든 꽁꽁 언 얼음이든 그것은 물이다. 물은 땅에서 하늘로 올랐다가 다시 땅으로 내려와 비도 되고 이슬도 되고 서리도 되고 눈발로 날리기도 한다. 왕래가 끊임없는 물은 영락없는 반자 그것이다.

반자란 돌아감이다. 복귀가 곧 반자이다. 생이 사를 향해 직선을 달리는 것이 아니다. 생사란 직선 위에 찍힌 두 점이 아니다. 생사란 100미터 달리기 같은 것이 아니다. 생사에는 출발점 따로 종착점 따로 없다. 100년 살다 간 생사는 길고 50년 살다 간 생사는 젊다고 함은 생사 사를 둘로 나누어보려는 인간의 셈법이다. 왜 상자의 생사는 장수이고 팽조의 생사가 요절이라고 하는 것인가? 20년도 못 채우고 죽은 자를 장수했다고 하고 700갑자를 살고 죽은 팽조가 요절했다는 말은 생과 사가 일직선상의 장단이 아니라는 말이다. 생이 사를 향해 직선으로 화살처럼 날아가지 않고 떠난 점으로 되돌아감을 일러 생사라 한다. 생사란 하나의 원둘레. 그 원둘레를 일컬어 ‘출생입사’라 한다. 나옴이 생이고 들어감이 사이다. 어디서 나오는가? 상도이다. 어디로 드는가? 이 또한 상도이다.

우주 삼라만상은 모두 출생입사의 것들이다. 그 출생입사는 달리 말하여 ‘유생어무’라 한다. 있는 것은 없는 것에 의해서 생긴다. 살고죽음을 한마디로 유라 말한다. 있는 것은 그 무엇이든 없어지니 생사는 곧 유라는 것이다. 그 유를 낳는 무는 바로 상도 그것이다. 이런 연유로 한 순간도 상도를 떠날 수 없는 것이 유 즉 천지만물이라는 것이다. 왜 만물을 하나-라고 하겠는가? 인간이 이것저것 나누어 분별 짓지 자연의 입장에서 본다면 사람이나 나비나 지렁이나 민들레나 다를 것이 없다. 왜냐하면 모든 것들은 있다가 없어질 것들이기 때문이다. 생사로써 본다면 무엇이든 다 같은 길을 밟아가야 한다. 다만 그 생사의 길이란 하루살이 길이기도 하고 한해살이 원둘레 길이기도 하고 몇십 년 몇백 년 몇천 년 몇만 년 걸리는 원둘레 길이다.

사람은 아기를 거쳐 어린이-소년-청년-장년-노년기를 거쳐 생사의 원둘레 길을 한 바퀴 돌아 일생을 마친다. 나비도 알에서 애벌레로 깨어나 며칠 동안 잎사귀를 뜯다가 번데기로 변했다가 그 고치 속에서 나비의 몸매를 갖추고 나서 고치를 깨고 나와 하늘을 날아 며칠 살다가는 생사의 원둘레 길을 한 바퀴 돌아 일생을 마친다. 이처럼 모든 것들은 생사의 원둘레 길을 단 한 번만 돈다. 그 무엇이든 생사의 원둘레 길을 두 번 돌지 못한다. 용문산 아래에 용문사가 있고 용문사 대웅전 바로 밑 기슭에 우람한 은행나무가 천 년 넘게 우뚝 서서 해마다 많은 은행을 떨어뜨려주고 샛노란 단풍잎들로 주변을 장엄해서 수많은 사람들을 오가게 한다. 하지만 천 년 살았다 해서 생사의 원둘레 길을 천 번 돌았다는 것은 아니다. 천 년 동안 그 생사의 길을 돌고 있는 중이고 앞으로 얼마를 더 돌아 나왔던 문으로 들어가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 은행나무도 상도의 움직임인 반자를 벗어날 수 없다. 이 반자를 생사라 해도 되고 출업 이라 해도 되고 내왕이라 해도 된다. 그래서 만물이란 여인숙에서 머물다 가는 나그네라 하는 것이다. 글/박재근 정리/하동뉴스 hadon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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