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고동소리] ‘마마’균은 활을 쏴 잡을 수도 없고…
[노년의 고동소리] ‘마마’균은 활을 쏴 잡을 수도 없고…
  • 하동뉴스
  • 승인 2021.01.12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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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화 이전 우리 선조들은 아이를 낳으면 큰 걱정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아이가 ‘호랑이에게 물려가지 않을까’였고, 다른 하나는 얼굴이 얽는 ‘마마(??)’였다. 사실 옛적 한반도에는 호랑이가 득실거렸다. 대낮에 궁궐에 나타난 호랑이를 호위 무사가 활로 쏴 죽였더니, 그게 경호법 위반이 되어 그 무사가 처형된 역사 기록도 있다. 또 농부 내외가 아이를 옆에 놀게 하고 들일을 하는데, 호랑이가 나타나 아이를 낚아채려 했다. 그 때 멀리서 풀을 뜯던 소가 달려와 호랑이를 쫓아 아이를 살린 사건도 있었다. 

 1년에 한 번씩 전국의 포수들로 하여금 사냥을 시켜 호랑이를 소탕하게 했다. 요즘처럼 환경론자들이 있었다면 논란이 됐을 것이다. 두 가지 큰 걱정 가운데 ‘호식(虎食) 당할 걱정’은 인위적으로 해소가 가능했으나 ‘마마’는 방법이 없었다. ‘마마’병균은 눈에 보이질 않으니 활로 쏴 죽일 수도 없고 불로 태워 없애는 것도 불가능 했다. 칸막이를 쳐 병균이 들어오질 못하게 하자는 주장이 마을 단위로 분분하기도 했다. 우리가 어렸을 때 이웃 마을에 마마가 들어왔다. 얼굴이 얽은 아이들이 몇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 마을은 괜찮았다. 학교에 입학했더니 가끔 곰보 얼굴의 학생들이 보였다. 우리 마을은 너무 깊은 골짜기라서 병균이 들어오질 않은 것 같았다. 나는 여섯 살 나이 쯤 마마 백신을 맞았다. 

 면서기를 하던 집안 형님 댁에서 백신 접종을 받은 것으로 기억된다. 어머니께서 “우두(牛痘) 맞으려 가자!”며 나를 끌고 갔는데 참으로 따끔 했다. 그 때는 ‘손님 예방주사’라 했다. ‘손님’은 한국인들이 쓴 ‘마마’의 별칭이었고, 1796년 세계 최초로 영국인 에드워드 제너가 소의 몸에서 뽑아낸 면역 물질이라 하여 ‘우두’라고 했다. 온 국민들의 큰 걱정거리였던 ‘마마’를 퇴치하는 의술이 마침내 도입되었다. 이른바 종두법(種痘法)이다. 일본에서 만든 의학적 처방이었다. 조선 고종 13년(1876) 수신사 김기수(金綺秀)의 통역관으로 일본에 갔던 박영선(朴永善)이 ‘종두귀감(種痘龜鑑)’이라는 책을 얻어와 제자 지석영(池錫永)에게 보였다. 영국에서 개발된 종두에 관한 의술이 무려 80년 뒤에 일본을 거쳐 조선에 들어 온 것이었다. 당시의 조선은 참으로 우물 안 개구리처럼 세계 물정에 어두웠다. 지석영은 ‘종두귀감’의 천연두(天然痘)가 곧 ‘마마’임을 알아채고 곧장 부산으로 내려가 일본인 의사로부터 천연두 예방법을 익혔다. 

 1879년 12월 25일. 서울로 올라가던 지석영은 충주 자기 처가에 들렸다. 그 때 처가에 두 살 난 처남이 있었다. 지석영은 어린 처남에게 우리나라 최초로 천연두 백신을 접종 했다. 지석영의 장인은 펄펄 뛰었다. “우두는 서양인들이 조선인들을 몰살하려고 만든 것인데 내 아들에게 그걸 놓다니…!”. 지석영은 장인의 지탄을 못 들은 체 충주에서 40여 명 소년들에게 우두를 놔 줬다. 이 사건이 역사상 최초의 공개적 종두법 실시였다. 이듬해 2월 지석영은 자기 자녀들에게 우두를 접종했다. 서울에서 사람들로부터 호평을 받았으나 백신 공급이 문제였다. 지석영은 1880년 2차 수신사 김홍집(金弘集) 수행원으로 일본에 건너가 종두 기술과 백신 제조법을 익혔고 아울러 백신 50병을 얻어왔다. 그러나 1882년 임오군란 때 조정은 ‘일본에서 종두법을 배워 온 죄’를 얽어 지석영 체포령을 내렸다. 지석영은 급히 피신했다가 시국이 안정되자 나와 종두법 확대 시행을 서둘렀다. 종두법을 소개한 박영선이나 지석영은 모두 양반 출신이 아닌 중인 계급 출신이다. 글만 읽던 양반들이 지배하던 세상은 참으로 멍텅구리 세상이었다. 양반들은 ‘마마’를 무당들의 푸닥거리로 막으려 했다. 임오군란 때 무당들이 자기 밥그릇을 빼앗았다고 지석영의 종두 연구소를 불태웠다. 양반들 탓이다. ‘코로나19’사태 이후 귀가 따갑도록 들은 말이 백신(vaccine)이었다. 요즘 나라 사정이 어수선하다. 정치인은 표만 보고 관료는 눈치만 보는 지금의 시대가, 옛날 종두법 시행만큼이나 늦은 ‘코로나 19’백신 대책이 아닌가 싶다. ㈔대한노인회 하동군지회 지회장 정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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