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선조들의 지혜로운 삶을 통해 배우는 리더의 청렴   
[기고] 선조들의 지혜로운 삶을 통해 배우는 리더의 청렴   
  • 하동뉴스
  • 승인 2021.03.23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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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문 하동소방서장

 경남 하동군 북천면 화정리 755번지는 필자가 태어난 고향이다. 코흘리개 개구쟁이 어린아이는 초등(국민)학교를 다니다가 1979년에 진주로 이사를 갔다. 2021년 1월 1일 하동소방서장으로 부임하면서 41년 만에 고향에 돌아왔다. 늘 고향을 떠올릴 때면 어렵고 힘든 시절이었다는 기억에 그때만 생각하면 눈물이 절로 난다. 그래서 필자는 공직자로서 청렴(淸廉)과 엄정(嚴正), 정직(正直)과 봉사(奉仕)로 안전한 고향을 위해 맡은 책무를 다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공직자의 수신(修身)이 말 같이 쉽지 않고 또 실천하기도 힘들고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선조들의 지혜로운 삶을 따라 가슴에 새겨 청렴한 리더(Leader)를 실천하고자 한다. 유한양행 창업주 유일한 박사는“불이나면 소방서에 불을 꺼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국민의 권리라면, 소방서에 소방차를 사는데 돈을 내는 것이 바로 국민의 납세의무이다.”라고 하셨다. 이 말씀은 세금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지만 기업인의 청렴과 정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었다. 

 율곡 이이는 13세부터 29세까지 총 아홉 번의 과거시험에서 모두 장원급제를 해‘구도장원공’이라 불렸다. 그런 선생도 은퇴를 하고는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대장간을 차려 농기구를 만들어 팔았다고 한다. 당시 친구인 재령군수가 대장간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쌀가마니를 보냈는데 받지 않다고 한다. 그 이유가 ‘관아(官衙)의 곡식을 덜어서 보낸 것 같아 도저히 받을 수 없었다.’고 하니 그 청렴정신이 본받을 만하다. 1993년 KBS에서 방영된 ‘판관 포청천’의 주인공 포증은 자녀들에게“후손들 가운데 관리가 되어 뇌물 수뢰 등으로 죄를 지은 자는 고향에 돌아오지 못하게 하고, 죽은 뒤에는 가족 무덤에 묻히지 못하게 하라.”고 하며, 청렴을 강조했다고 한다. 세종 때 19살로 장원급제한 맹사성이 파주 군수가 되어 고승을 찾아“스님 군수로서 지표를 삼아야 하는 좌우명이 무엇이 있습니까?”하니, 스님이“나쁜 일하지 말고 착한 일하면 됩니다.”했다. “그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 아닙니까?”라고 하니, 이에 답은 않고 스님은 찻잔에 물이 넘치게 부었다. 맹사성이 바닥이 젖는 것을 보고 말하자 스님이“찻잔이 넘쳐 바닥을 적시는 것을 아시면서, 지식이 넘쳐 인품을 망치는 것은 어찌 모르십니까?”라고 했다. 이에 부끄러워진 맹사성이 황망히 방문을 나가려다 문틀에 머리를 부딪치자, 스님은“고개를 숙이면 매사에 부딪히는 법이 없지요. 겸손을 배우려 하지 않는 자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합니다.”라고 했다. 이후 맹사성은 청렴과 겸손으로 황희와 더불어 백성들에게 정승이라 불리는 사람이 되었다. 

 중국 전국시대 말기 진나라의 승상 여불위가 문객들과 만든 우화집‘여씨춘추’에‘엄이도종(掩耳盜鍾)’이라는 말이 있다. 엄이도종은 춘추시대 진나라 때 한 백성이 종을 훔치려다 너무 크고 무거워 망치로 깨서 가져가려고 했더니 소리가 크게 울려 다른 사람이 올까 두려워 자신의 귀를 막았다는 일화에서 유래했다. 이 말은 종소리가 다른 사람에게 들리는 것이 두려워 자신의 귀를 막는 리더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항상 낮은 자세로 군민의 말씀과 어려움을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알며 재난으로부터 귀중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안전행복권을 지키는 책무의 기본은 청렴(淸廉)과 겸손(謙遜)일 것이다. 하동소방서장 조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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