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정호승 시인 길 되돌아보자
[발행인 칼럼] 정호승 시인 길 되돌아보자
  • 하동뉴스
  • 승인 2021.08.24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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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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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이 지난해 경전선 복선화로 폐선된 구간에 조성된 공원 이름을 ‘시인 정호승 길’로 최종 확정했다. 시인 정호승 길은 지난해 전 군민을 대상으로 한 명칭공모에서 모두 172건을 접수, 이 중 1차로 내부 심사를 거쳐 상위 15건을 선정했다, 선정된 15건은 지난해 12월 15일 소회의실에서 열린 선정위원회에서 10명의 선정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심사를 벌여 최우수에 ‘시인 정호승 길’을, 우수에 ‘정호승 시인 길’, 장려에 섬진강 달빛 레일파크‘를 각각 당선작으로 뽑았다.

 최우수에 선정된 ‘시인 정호승 길’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서정시인으로서 용기와 희망을 전하는 한편, 사랑과 고통의 본질을 끝임 없이 고민하는 시인으로 1000편의 시를 발표하는 등 현재까지 왕성한 활동으로 모든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으며 고향 하동을 널리 알리고 있는 시인이라는 점을 높이 샀다. 여기에 정호승 시인의 시가 있는 산문집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 는 시작(詩作)의 숨은 이야기를 소개하며 친근하게 다가와 독자에게 말을 거는 친절한 책이다. 시인은 “섬진강에서”라는 시와 함께 “내 마음의 정자 섬호정”이라는 산문을 통해 섬진강이 내려다보이는 섬호정을 잊을 수 없는 유년의 공간이라고 한다. 섬호정 밑에 있는 집에서 6살 때까지 살다가 평택으로 이사 가기 전까지 섬호정 정자는 자신의 놀이터였으며 시인 어머니의 추억 속에도 시인과 섬호정은 한 공간 속에 있음을 이야기 하고 있다. 나무작대기로 친구들과 칼싸움을 하고 놀다가 섬진강 철교위로 “철거덕 철거덕” 소리를 내며 기차가 지나가면 놀기를 멈추고 기차가 안 보일 때까지 바라보곤 했다고 한다. 어른이 된 뒤 철교 위를 지나가는 기차를 다시 한 번 오랫동안 보고 싶었는데 마흔이 되어서야 해남 대흥사를 다녀오는 길에 섬호정에 올라 철교를 지나는 기차를 보았다고 한다.
  
 그러나 시인은 1950년생으로 6살 때 하동을 떠난 후  30여년 만에 이리저리 읍내를 기웃거리다 길을 묻고 또 물어 섬호정에 오르니 “한 눈에 섬진강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내 기억 그대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것을 미루어 볼 때 섬진강 철교위로 “철거덕 철거덕” 소리를 내며 기차가 지나가면 놀이를 멈추고 기차가 안 보일 때까지 바라보곤 했다는 것은 시인의 기억 속에 없는 상상이 만들어 낸 착각일 가능성이 많다. 옛 하동 역 앞의 경전선 개통 기념비에는 1964년 4월에 착공하여 1968년  2월 7일 개통된 걸로 기록되어 있다. 6살 때 하동을 떠난 시인이 살던 하동에는 철길이 없었고 철교를 달리는 열차도 없었다. 경전선은 1968년에 개통되었고 시인은 1956년에 하동을 떠난 후, 30년 만에 묻고 또 물어 섬호정에 올랐다고 하니 시인의 기억 속에 철교를 지나는 기차는 상상의 터널을 지나온 것일까?
 
 경전선 개통 기념비에서 폐 철길을 따라 100m 정도 지나면 정호승 시인 길이란 표지석과 시인의 시 2편을 만난다. 시인은 수많은 명시(名詩)를 발표한 시단의 거목으로 하동에서 태어났다는 사실 하나로 하동의 자랑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하동에 대한 상상의 추억을 가진 시인과 “미 8군의 차” 라는 장시(長詩)로 서슬 퍼런 군사독재시절 필화사건을 겪고도 한국현대시인협회장 등을 역임하며 격변기 한국문단의 발전을 이끌어 오면서도 고향 하동에 대한 애정을 담은 “찬불이 하동” MBC 라다오의 인기프로그램 “전설 따라 삼천리”를 집필한 작가이기도 한 정공채 시인 ( 2008년 작고 )을 비교해 보면 정호승 시인길이 부끄럽지 않을까? 정호승 시인 길은 상상의 기억이 상상의 기적을 만나 만들어진 길이다. 김춘수 시인은 꽃이란 시에서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고 노래 했다. 정호승 시인 길은 시인의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이름일까? 상상 속의 기억도 향기가 있을까? 라고 다시 한 번 의문을 던져봐야 한다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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