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자작추천시> 임재도 작가의 실안 낙조
사진은 사천 실안 죽방렴 모습
바람도
물결도
어둠에 밀려
날아가 버린 새도
그 새가 떨구고 간 눈빛도
붉게 젖어 있었네
문득
그대에게
편지를 쓰려다가
눈물이 먼저 흘렀네
실안 낙조 저무는
죽방렴* 해안
기억의 바다 저편
기슭 바위언덕 가슴에
그대 뒷모습
새 발자국화석처럼 찍혀 있었네
-작가 노트
▲ 임재도 작가
누구나 가슴속에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그대’를 한 사람쯤은 품고 산다. 가슴속 ‘그대’가 연인이든 부모형제든 또는 다른 누구이든 묻지 않는다.
사천시 「노산공원」에 있는 박재삼 시인의 시비와 문학관을 둘러보고 실안 해안도로에 나왔을 때 낙조는 이미 많이 기울어 어둠이 밀려들고 있었다.
스러져가는 낙조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이별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우리 정서에서 이별은 슬픔과 한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이별이란 그 대상을 다시 만날 수 없게 된다는 상실상황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 대상과 함께 했던 시간의 기억이 지워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억이 존재하는 한 이별의 상태가 완성되거나 고착된 것은 아니다.
하물며 그리운 ‘그대 뒷모습’이 가슴속에 화석처럼 새겨져 있는데, 어찌 이별했다 할 수 있겠는가. 화석처럼 새겨진 기억의 가슴에 이별은 없다.
현재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기억의 바다 어느 기슭에서 언제든지 ‘그대’를 만날 수 있다. 이별은 상실이 아니라 기억의 바다를 항해하여 다른 시간과 공간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이별은 그 여행에서 마주치는 또 다른 만남의 시작이다.
임재도는 소설가이자 시인으로 장편소설 『피터 팬, 법정에 서다』(2014년), 『코리아타워(상/하)』(2015년) 등을 펴냈고, 기타 다수의 중, 단편소설과 시를 발표했다. 2017년 <제1회 영남문학상>을 수상했다. 하동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