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호의 시로여는 세상]
[김남호의 시로여는 세상]
  • 하동뉴스
  • 승인 2018.11.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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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개구리

                                최동옥

변기에 무당개구리 한 마리 빠져 있다

올라오지 못해 미끄러지고
또 미끄러지고
줄줄 미끄러지고

미끄러지려고 올라오고
올라오려고 미끄러지고

이승은 어딜 가나
냄새 나고 미끄러운데

이 변기 속을 어떻게 빠져나가나?

바지를 올리다 말고
엉거주춤 서서
붉은 내 배를 내려다본다


ㅡ시집 『앉은뱅이꽃』(심지, 2017년)


【시인 소개】
최동옥 / 1960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남. 2007년 토지문학제 하동소재문부문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2010년 《문학마당》으로 등단했음. 하동문인협회와 지리산섬진강권문학연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음. 현재 하동읍사무소 앞에서 ‘중앙상회’를 운영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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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개구리라고 있지요. 이 개구리의 배가 매끄럽고 밝은 붉은색 바탕에 검은색의 불규칙한 반점이 나 있어서 마치 홍철릭을 입은 무당처럼 보여 ‘무당개구리’라고 불리지 않았을까요. 위험에 처하면 붉은 배를 드러내고 죽은 체하기도 하지요. 또 그게 재밌어서 아이들은 일부러 괴롭히기도 하고요. 여름철에 습한 수로나 화장실 변기에서 이 개구리를 만날 때가 있습니다.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바닥으로 추락하고 마는 그들의 모습에서 바닥을 헤어나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게 되지요. 냄새나고 미끄럽기로는 어디 변기만 그렇겠어요. 우리네 사는 데는 다 그렇지요. 그러니 시인은 저 개구리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만나는 것이지요. 하지만 예전에는 이 무당개구리를 말려서 가루로 만들어 소화제로 썼다네요. 그래서 일명 '약개구리'라고도 부릅니다. 무릇 시인이야말로 시대의 무당이자 약사여래 아니겠습니까? 참고로 최동옥 시인은 하동읍사무소 앞에서 ‘중앙상회’를 운영하며, 겨울철이면 가게 앞에서 호떡을 굽습니다. 그의 구수하고 달콤한 호떡 냄새로 하동읍의 겨울은 따뜻하고 풍요롭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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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호 시인/문학평론가

김남호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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