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고동소리]‘사는 것’과 ‘존재하는 것’
[노년의 고동소리]‘사는 것’과 ‘존재하는 것’
  • 하동뉴스
  • 승인 2019.02.19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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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경시대를 거쳐 공업, 서비스업만 알고 살아 왔던 오늘날의 노인들은 기술혁명 시대의 4차 산업 세상에는 설 곳을 잃은 모습이다. 오늘날의 노인들은 사는 게 아니라 그냥 존재할 뿐이라는 느낌에 빠져 있다. 하지만 세상을 냉철하게 꿰뚫어 보는 노인들에게는 나름대로 긍지가 살아 있다. ‘꼰대’라고 눈총을 받을지라도 노인도 사명(使命)이 있고 오랜 경험에서 쌓은 지혜가 있다. 사람은 그에게 주어진 사명이 다할 때까지는 죽지 않는다. 사람이 늙어 비 맞은 가랑잎 신세가 돼 버리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바가 아니다.

몇 해 전 정부의 정책을 다루는 자리에서 있었던 일이다. 장관인 한 국무위원이 작심한 듯 대통령 면전에서, 크게 나라를 걱정하는 어조로 발언을 했다. “서울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로 인하여 지하철 운영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으니, 그 시책을 재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봅니다!”. 좌중이 조용한 가운데 가만히 듣고 있던 어느 여성 장관이 상기된 표정으로 대통령 눈빛을 살피며 반론을 제기하였다.

“저는 달리 생각합니다! 오늘날의 우리 노인들은 지난 시대 피땀 흘려 이 나라를 이만큼 일으켜 세운 주인공들입니다. 일제의 핍박에서 겨우 살아남았고, 6 · 25 전란 때는 몸소 전투에 뛰어 들어 싸웠거나 분신 같은 자식들을 군대에 보내 잃은 분도 많습니다. 보릿고개를 극복하고 새마을 운동에 젊음을 바쳤는가하면 민족중흥을 위하여 각자 위치에서 열심히 일해 국가 발전에 기여한 사람들입니다. 서울의 지하철 건설도 그들의 힘이었다고 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복지국가의 길로 가고 있습니다. 복지사회에서 가장 먼저 챙겨야 할 대상은 곧 노인들이 아닌가 합니다. 지하철 노인무임승차는 국가가 해야 하는 가장 효과적인 노인 복지라 생각합니다!”.

여성장관의 말을 듣고 있던 다른 국무위원들은 할 말이 없다는 듯 입을 다물고 있었다. ‘서울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재검토’는 더는 논의 되지 않았다. 그런데 나라 걱정을 사명으로 여기는 (사)대한노인회에서 문제 제기를 했다. 국가의 혜택을 받는 노인 자격을 65세 이상부터 하는 것은 ‘100세 시대’를 맞아 늘어난 건강지수에 어긋난다고 봐, 나라의 부담을 줄이는 의미에서 노인 연령을 상향하자는 주장을 했다. 그러나 반대하는 연령층의 항변 때문에 장래의 검토 대상으로 미뤄졌다.
사람이 ‘사는 것’은 일하며 자녀들 치다꺼리하고 사회적으로 역할을 감당하는 것이고, ‘존재하는 것’은 의식은 있지만 역할은 잃어버린 채 나이만 쌓아 가는 무기력한 존재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선진국 어느 경제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는 2대 악재가 있다. 젊은이 들이 아이를 갖지 않으려는 것과 노인이 오래 사는 것이다.” 듣기 거북한 말이지만 틀린 지적은 아닌 것 같다. 나라에 부담만 주는 ‘존재하는 노인’이 되지 않으려면 몸에 배인 관성(慣性)을 훌훌 벗어 던지고, 사회봉사와 같은 나름대로의 지혜로운 역할을 찾아 사명으로 삼고 살아야 한다. 서산에 걸린 태양처럼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지각 있는 노인들도 우리 주변에는 많다.    (사)대한노인회  하동군지회  회장 정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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