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고동 소리] ‘꼰대’와 ‘어른’
[노년의 고동 소리] ‘꼰대’와 ‘어른’
  • 하동뉴스
  • 승인 2019.04.23 07: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시는 ‘노인’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행정적 용어에 일체 ‘노인’이라는 단어를 지워 버렸다. 나이든 사람들을 존경한다는 의미에서 반드시 ‘어르신’으로 적어야 한다. 2∼3년 전부터 그런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서울시의 그런 조치가 크게 효과를 거둔다고 했다. 나이든 분들이 어른스럽게 행동하려고 마음을 쓰는 모습들이 흔하게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본래의 취지는 젊은이들에게 나이든 분들을 존경하라는 의미에서 그렇게 한 것인데 이외의 방향에서 매우 긍정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노인’과 ‘어르신’의 차이는 무엇일까. 첫째 ‘노인’은 단순히 나이를 먹어 늙어간 사람인 반면 ‘어르신’은 주변으로부터 존경을 받는 사람이다. 두 번째 ‘노인’은 세월 따라 늙어버렸다고 여기는 주름진 사람인 반면 ‘어르신’은 늙었다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자신을 다듬으며 열심히 사는 사람이다. 세 번째 ‘노인’은 자기 생각을 앞세워 고집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인 반면 ‘어르신’은 먼저 상대방을 이해하고 자기 뜻을 낮춰 아량을 베풀 줄 아는 사람이다. 넷째 ‘노인’은 상대방을 자기 기준대로 평가하고 있는 반면 ‘어르신’은 상대방의 장점을 찾아 덕담으로 인정해 준다. 다섯째 ‘노인’은 간섭하기를 즐기고 잘난 체하며 사람들이 자기를 어떻게 보는지를 살펴 다스리려하는 반면 ‘어르신’은 스스로를 절제할 줄 알고 알아도 모르는 체 겸손하며 느긋하게 행동하는 사람이다. 여섯째  ‘노인’은 베푼 것도 없이 받는 것을 좋아하고 ‘어르신’은 널리 베풀기를 즐긴다. 일곱째 ‘노인’은 주변에 사람이 없어 고독하고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이고 ‘어르신’은 좋은 친구를 많이 두고 밝은 모습을 지닌 사람이다. 여덟째 ‘노인’은 더 배울 것 없다는 생각에서 자기가 최고인양 여기는 사람인 반면 ‘어르신’은 언제나 배워야한다는 자세로 노력하는 사람이다. 아홉째 ‘노인’은 말하기를 좋아하는 반면 ‘어르신’은 입을 다물고 남의 말 듣기를 좋아한다.

따져 보니 ‘어르신’이 되려면 하해(河海)같은 마음을 지녀야 될 것 같다. 넓은 마음을 가져야 ‘어르신’이 될 기본이 갖춰지는 것 아닌가 싶다. 중국 속담에 “귀 먹고 눈멀지 않으면 어른이 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웬만한 일은 못 본 척, 못 들은 척 참아버리고 안고 넘어가야 한다. 권력 있는 자가 자기 부하를 거느리기는 했지만 자기 사람으로 만드는 데는 실패하여 낭패를 보는 경우가 이 세상에는 즐비하다. 권력을 거머쥔 자가 어른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 지하철 열차 안에서 나이 지긋한 노인이 학생 차림의 청소년이 비껴 주는 자리를 한사코 마다하며 “괜찮다! 고맙구나!”라는 인사와 함께 미소를 보내고 서 있기를 고집하는 ‘아르신’들이 있어 참으로 보기가 좋았다. 하지만 우리 사회 일각에는 아직도 세대 차이가 나는 젊은 사람들로부터 ‘꼰대’로 폄하 당하는 노인들이 많다. 입씨름에서 지지 않으려고 자기 근성만 내 세우는 구닥다리, 지나간 일을 끄집어 내 상대방의 손 까락 질을 받는 늙은 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사람이 누구인지 늘 신경 쓰는 고독한 노인, “옛날 우리가 젊었을 때는 그러지 않았다” 는 흘러간 푸념으로 현실을 재단하려는 한 물 간 노추(老醜)들이 바로 ‘꼰대’들이다. 일본 젊은이들은 현실 감각에서 멀어진 ‘꼰대’들을 노해(老害)라고 극단적인 표현을 쓰기도 한다.

곱게 물든 단풍은 꽃보다 아름답고, 하루의 햇빛 중에는 저녁노을이 가장 아름답다. 고운 단풍이나 찬란한 저녁노을은 ‘어르신’들 몫이다. 노인들이 새겨 둬야할 말이다. 사)대한노인회하동군지회 지회장 정연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