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피는 꽃은 이쁘고 지는 꽃은 미운가
[연재]피는 꽃은 이쁘고 지는 꽃은 미운가
  • 하동뉴스
  • 승인 2020.04.28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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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는 꽃은 이쁘고 지는 꽃은 미운가

■만물마다 도가 깃들어 있다. 道者萬物之奧(도자만물지오라)

道者萬物之奧(도자만물지오)
善人之寶(신인지보)
不善人之保(불선인지보)

도라는 것은 만물마다에 가려져 있는 근원의 것인지라 좋은 사람은 보물로 여기고 나쁜 사람도 간직한 것이다.  <노자 62장 참조>

주머니가 작으면 큰 것을 담을 수 없고 두레박줄이 짧으면 깊고 깊어서 보이지 않는 우물의 물을 퍼 올리지 못한다.  사람의 마음도 주머니나 두레박줄 같다고 여겨도 된다. 요새는 ‘아이큐IQ’니 이큐EQ니 등등으로 마음속의 넓이나 깊이를 재서 숫자로 나타내 마음의 주머니 속이 넓은지 좁은지 두레박줄이 긴지 짧은지 매겨서 상하 선후 좌우에 서거나 앉을 자리를 정해두고 사람값을 따져 진열대에 전시하려는 물건처럼 취급 하려는 세상 같아 보이기도 한다. 이렇듯 사람값을 따지니 마치 사람마다 이마에 정가가 들어있는‘바코드’라는 딱지를 붙이고 산다는 기분을 벗겨내기 어렵다. 이런 세태에서도 사람의 존엄성을 앞세우자는 이런저런 말들이 여전히 쏟아져 나오니까 다행스럽기는 하다. 물론 사람은 저마다 마음 주머니의 부피가 다르고 두레박줄의 길이가 다르기도 하다. 다양한 문제들로 시험을 쳐서 같은 점수를 얻은 자가 다섯이 나왔다 해서 그 다섯 사람 마음의 부피와 깊이가 같다고 할 수는 없을 터이다. 이처럼 사람의 마음은 천태만상인지라 변덕이 죽 끓듯 해 살맛이 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올망졸망 알록달록 맛내고 멋 부리는 바람을 타고 사람은 신바람난다고 으쓱으쓱 뽐내기도 한다. 하여 사람 마음은 저마다 다르다고 판정내릴 수도 있다. 그런데 사람 마음은 저마다 오로지 서로 다를 뿐일까? 피는 꽃을 반기고 지는 꽃을 아쉽다고 말하면 누구나 다 그 말을 맞는다 할까, 틀렸다 할까? 다들 맞는다고 할 터이다. 피는 꽃은 아쉽고 지는 꽃이 반갑다고 말하면 누구나 다 그 말을 맞는다 할까, 틀렸다 할까? 다들 틀렸다고 할 터이다. 이렇게 본다면 사람의 마음은 저마다 다르다고만 할 수는 없고 다 같은 수도 있음이다. 그러나 왜 꽃은 피고 지는 것일까? 이런 질문 앞에 먹고사는 문제 풀기도 정신없는데 그런 질문으로 골머리 썩힐 까닭 없다고 팽개칠 수도 있을 터이고 그 까닭을 알고자 몸부림칠 수도 있는 것이다. 눈에 보이고 귀로 들리고 손으로 만져볼 수 있는 것만 살피는 마음도 있고 만물은 모두 있다가 없어지니 그 까닭을 알고자 하는 마음도 있을 수 있다.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보이는 것만 생각하고 보이지 않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 마음만을 갖추었더라면 도 같은 낱말이 인간한테서 생겨나지 않았을 터이다. 아무리 현대과학이 증명되는 것만 사실이요 진리라고 주장하지만 인간은 증명될 수 없는 것을 깨닫고자 하는 마음을 버리지 못하는 동물이다. 그래서 인간한테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깨달아 알고 싶음이 깊고 깊은 우물 속 물같이 아니 지하수같이 마음속에 잠겨 숨어 있다. 앞으로 인간이 별의별 현미경을 만들어내  저 멀리 있는 은하계 어느 한 별에 있는 털끝만 한 것을 볼 수 있게 된다 할지라도 인간이 결코 두 눈으로 그 자체를 볼 수 없는 것이 도라는 것이다. 도라는 것은 무엇을 통해서만 이러구러 말해볼 수 있을 뿐인지라 우주 삼라만상이 곧 도를 나타낸다는 말이 생겼다. 그 말씀이 바로 ‘도자만물지오’이다. 도가 만물을 내주면서도 그 도는 만물을 떠나지 않고 그 만물에 머물러 있다는 말씀이 ‘도자만물지오’이다. 도가 만물에 머물러 있음을 일러 ‘오(奧)’라 한 것이다. 이 ‘오’란 도라는 것이 만물마다에 머물러 있음을 비유해주고 있다. 방의 네 모서리 중에서 서남쪽 모서리를 ‘오’라 한다. 이렇듯 가장 후미진 구석이 ‘오’이니 가장 깊숙한 곳이라는 말이다. 방에는 후미진 구석이 있게 마련이지만 사람은 방만 알지 방에 구석이 있음을 모르고 산다. 그 구석을 비유로 들어 만물마다에 도가 깃들어 있음을 깨우쳐 보라는 말씀이 이 ‘오’ 한 자에 실려 있다. 이는 쉽게만 마음 쓰지 말고 만물이 있고 없게 하는 근원이라는 것을 생각하며 살라 함이다.


-3장 경솔하면 곧장 뿌리를 잃는다.

■사람을 잘 쓰는 사람은 그의 아래가 된다.善用人者爲之下(선용인지하라)

善用人者爲之下(신용인지하)
是謂不爭之德(시위부쟁지덕)
是謂用人之力(시위용인지력)
是謂配天之極(시위배천지극)

사람을 잘 쓰는 사람은 그의 아래가 된다. 이를  겨루지 않는 덕이라 하고 이를 사람을 쓰는 힘이라 하며 이를 자연과 단짝이 되는 극치라 한다. <노자 68장 참조>

개도 주인이 쓰다듬어주면 꼬리를 치고 쥐어박으면 송곳니를 드러낸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도 위아래의 관계는 위가 아래가 되어줄수록 아래가 위쪽에 마음을 열어준다. 이런 이치를 황희 정승도 길 가다 한 농부한테서 배운 이야기가 잊히지 않고 전해온다. 황희가 길을 가다 두 마리 소가 밭가는 모습을 보고 농부에게 묻기를 “어는 소가 밭을 더 잘 가는가?”하니 농부는 밭갈이를 멈추고 황희한테로 다가와서 귓속말로 “왼쪽 소가 더 잘 간다”고 하였다. 황희가 “어찌하여 그것을 귓속말로 하오?” 하니, 농부는 “비록 소일지라도 그 마음은 사람과 다를 바 없으니 오른쪽이 들으면 싫지 않겠느냐”고 귓속말로 타일러주었다 한다. 황희는 밭가는 농부한테서 선용인의 덕을 배웠던 셈이다. 임실군 오수면에는 온몸에 물을 묻혀 불길을 막아 술꾼 주인의 생명을 구하고 죽은 개의 무덤이 있고 상주시 낙동면에는 호랑이와 격투하여 농부의 생명을 구하고 죽은 소의 무덤이 있다. 오수면 개 주인은 개를 늘 아껴주었을 터이고 낙동면 소 주인도 늘 소를 아껴주었을 터이다. 개나 소마저도 은혜를 입으면 그보다 더 큰 은혜로 갚아준다는 가르침이 개 무덤 소 무덤 민담이다. 춘추시대 진나라 군주 위무자가 병석에 눕자 아들 위과에게 자신이 죽으면 애첩을 재가시켜주도록 당부했다가 죽음이 임박해 혼미해지자 재첩과 함께 묻어달라고 유언을 남기고 숨을 거두었다. 전혀 다른 두 유언사이에서 고민하던 위과는 부왕께서 맑은 정신에 남긴 유언을 따르겠다며 부왕의 애첩을 재가시켜주었다. 세월이 흘러 이웃 진나라가 진나라를 침략했다. 전쟁에서 위과가 진나라 군사를 무찌르고 적장 두회의 뒤를 쫓는데 갑자기 한 무덤 앞의 풀줄기가 올가미로 둔갑하여 두회의 발목을 걸어 거꾸러지게 해주어 위과가 적장을 잡았다. 그날 밤 한 노인이 위과의 꿈에 나타나 이렇게 말해 주었다. “나는 네가 시집보내준 여아의 아버지이다. 오늘 결초보은(結草報恩) 한 것이다. 풀을 묶어 네가 베푼 은혜를 갚았다. 이처럼 살면서 은혜를 베풀면 저세상 혼령도 갚아주니 세상살이 하면서 산사람들하고 척지지 말고 살아가라는 게다. 어는 조직이든 여러 사람들이 끌어가는 수레 같다. 그 수레가 오르막길이든 내리막길이든, 포장길이든 자갈길이든 굳건히 나아갈 수 있자면 윗사람 하나가 아랫사람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윗사람 이름 밑에 붙는 ‘장’이란 어른 노릇 덕으로 하라는 명령이다. 한 조직의 장이 후덕하면 아랫사람들이 뒤돌아서서도 머리 숙이고 마음속으로 즐겁게 일해 준다. 이러면 장 노릇 제대로 하는 것이다. 장이 박덕하면 아랫사람들이 앞에선 굽실거리되 뒤돌아서면 꽁해져 어긋나기만 한다. 이러면 장 노릇 제대로 못하는 것이다. 장 노릇 잘하나 못하나, 이는 선용인 여하에 달려 있는 것이다. 선용인이라 사람을 잘 써라. 그러면 후덕은 절로 따라 온다. 선용은 덕용이라는 말과 같다. 선하게 씀은 곧 덕으로 씀이다. 선은 덕의 다른 이름인지라 덕선이든 선덕이든 같은 낱말이다. 선하게 용인하는 윗사람은 누구한테든 결코 갑질 하지 않는다. 오히려 선용인하는 장은 아랫사람들을 높여주고 자신을 진정으로 낮춘다. 그래서 윗사람으로서 아랫사람의 마음을 얻고 따라서 절로 후덕한 장이 된다. 선용인의 장은 한 되 짜리한테는 승질하는 일을 맡기고 한 말 짜리한테는 두 질하는 일을 맡긴다. 그래서 후덕한 장 아래 사람들은 즐겁게 일하는 것이다. 서로 즐겁게 밀어주고 끌어주어 하나로 어우러짐을 일러 다툼이 없는 덕이라 한다. 이런 부쟁의 덕이 사람을 부리는 힘이라 하고 이런 힘을 불러 자연과 짝이 되는 묘수라 한다. 글/윤재근 정리/하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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