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피는 꽃은 이쁘고 지는 꽃은 미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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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동뉴스
  • 승인 2020.05.12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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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뉴스가 소개하는 책

▲족제비는 제 탐욕 탓으로 굴욕을 당한다-知足不辱(지족불욕이라)

知足不辱-지주불욕 
知止不殆-지지불태 
可以長久-가이장구

만족할 줄 알면 굴욕당하지 않고 멈출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 이로써 장구할 수 있다. <노자. 68장 참조>

 “족제비는 아낙네 목도리나 늙은이 토시가 되거나 서생의 붓털이 되어도 싸다,” 덫에 걸린 족제비가 덫을 빠져나오고자 발버둥치는 꼴을 보고 덫 놓은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저주이다. 족제비나 오소리가 닭장에 들면 닭을 한 마리만 물고 가지 않는다. 살기가 넘치는 놈들인지라 닭장 안의 닭들을 모두 죽이고 닭 한 마리 물고 도망친다. 이런 살기 탓으로 오소리나 족제비는 제명대로 못 살고 만다. 소리 없이 들어와 닭 애목을 물어 끽소리 못하게 조용히 물고 가면 그놈들을 잡아낼 수 없을 터이다. 그러나 닭장에 든 족제비나 오소리는 살기를 쏟아 이 닭 저 닭 다 죽이려 든다. 그런 탓으로 닭들이 비명을 질러대 화들짝 뛰쳐나온 주인한데 들켜 몽둥이질을 당하고 줄행랑을 치는 놈이 오소리이거나 족제비이다. 그놈들이 한 번 눈독들인 닭장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그놈들은 다시 한밤이 돌아오면 그 닭장으로 들어갔던 바로 그 구멍으로 반드시 들어가 닭을 물고 가려고 한다. 족제비나 오소리의 이런 습성을 아는지라 대나무로 엮어 만든 용수를 덫으로 변조하여 그 구멍 안쪽에다 용수 덫 전후좌우에 막대를 박고 단단히 덫을 묶어 설치하고 그 덫 안에 북어대가리 여려 개를 미끼로 달아둔다. 

 북어대가리 냄새는 바람을 타고 멀리 산발치 바위틈에서 밤이 오기를 기다리는 오소리나 족제비의 코를 자극하게 마련이다. 한밤중이 지나면 발버둥치는 소리가 들린다. 미끼를 채려다 용수 속에 갇히고 만 놈이 도망치려고 사나운 이빨로 용수 댓살을 물어뜯으면서 발광하는 것이다. 그놈을 용수에 든 채로 가마니 속에 집어넣고선 질끈질끈 밟아준 다음 새끼로 둘둘 묶어 즉시 개울가로 들고 가 물속에 담가 질식하게 묵직한 돌로 눌러둔다. 날이 밝아 개울가로 가 가마니 속에 든 놈의 주검을 마주하고 족제비면 “필모 중에 필모는 족제비 황모 꼬리지” 중얼거리고, 오소리면 “가죽은 가죽대로 비싸고 고기는 고기대로 맛나 오소리 기름으로 등잔불을 밝히면 그을음도 냄새도 없노라” 좋아한다. 그러나 족제비나 오소리 입장에서 본다면 생죽음을 당했으니 제명대로 못 살고 만 것이다. 그 생죽음을 스스로 자초한 셈이다. 닭장 안에 들어가 살기를 품어 살생을 즐기다 생죽음을 당한 오소리나 족제비는 사자나 호랑이처럼 만족할 줄 몰라서이다. 육식하는 짐승이 먹이 사냥을 먹을 만큼만 하면 그것은 살생이라 할 것이 없다. 호랑이가 사슴을 사냥해 먹을거리로 삼음은 천리이지 살생은 아니다. 탐욕이 목까지 찬 인간을 흉보는 경우 “족제비 같은 놈”이라 한다. 족제비한테 탐욕의 살기가 없다면 아낙네의 목도리가 되거나 늙은이의 토시가 되거나 꼬리는 필장의 손에 들어가 붓털이 되지는 않을 터이다. 오소리는 하도 잽싸서 덫이 아니고선 잡히지 않을 터인지라 산하에서 제 목숨대로 자유롭게 살다가 갈 놈이다. 족제비는 제 탐욕 탓으로 굴욕을 당한다. 어찌 족제비만 그렇겠는가? 탐욕을 부리면 인간 역시 굴욕을 면하지 못한다. 탐욕이란 자연이 허락하지 않는 욕심이다. 자연이 허락하지 않는 짓을 하면 천벌을 받는다고 함을 비웃거나 얕보거나 업신여기면 그 끝은 재앙으로 드러나고 만다. 
 한 승의 땀을 흘렸으면 한 되의 보람으로 만족하고 한 두의 땀을 흘렸으면 한 말의 보람으로 만족을 누린다. 과욕을 만족의 즐거움이라 하고 쉽게 누릴 수 있는 행복이라 한다. 왜냐하면 행복이란 마음이 만족하는 즐거움인 까닭이다. 그러나 과욕하면 마음에서 사나운 갈증이 끊이지 않아 한강물을 다 마신들 지나친 욕심이 빚어내는 갈증을 어이 할 수 없다. 탐욕이란 아무리 들이켜도 점점 더 갈증만 심해져 가 자신을 스스로 더럽게 하고 만다. 이는 만족할 줄 몰라 만나는 굴욕이라는 소용돌이이다. 굴욕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만족밖에 없다. 그래서 만족할 줄 알며 굴욕을 멀리 할 수 있는 하여 <지족불욕>리라 하는 것이다.

▲자웅의 천리 알면-知基雄 守基雌(지기웅 수기자라)

知基雄-지기웅
守基雌-수기자
爲天下谿-위천하계
그 수컷을 알고 그 암컷을 지키면 천하가 흘러드는 시내가 된다.<노자 28장 참조>

 우주 삼라만상은 상도의 원기로써 생기고 그 으뜸의 힘으로써 상도로 되돌아간다고 하면 요새 사람들은 이 빅데이터 시대에 무슨 옛날 잠꼬대 넋두리내고 손사래 쳐 멀리하려고 한다. 상도니 원기니 이런 술어는 이제 관심을 끌지도 못한다. 따라서 원기가 음양을 내고 모든 것들은 바로 그 음약의 덩이라고 하면 옛날에 뭘 몰라도 통했지만 슈퍼컴퓨터-인터넷-인공지능-사물인터넷 등이 쏟아내는 수없는 데이터들로 온갖 정보를 얻어내 세상만사를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진단해 결정하는 세상에 무슨 음양이라는 옛말로 세상을 점치려 하다니 멍청한 짓이 아니냐고 핀잔 받을 수도 있다. 하기야 이제는 플러스-마이너스 전류가 온-오프하여 세상이 과학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음양이라는 낱말은 늦은 봄 아지랑이처럼 입에서 사라진 셈이다. 그러나 아무리 세상이 과학화된다 한들 자연을 과학화시킬 수는 없다. 우주선이 태양계를 떠나 은하수로 향하고 있다 하지만 자연이 허락하는 대로 인간이 과학놀이를 하는 편이다. 말하자면 아무리 과학이라 한들 수탉을 암탉으로 바꾸고 암탉을 수탉으로 바꾸어 달걀을 얻어먹게 할 수는 없다. 과학이 천리를 비웃을 정도로 발달해간들 천리가 정해놓은 자웅 즉 암수의 제 구실을 바꿀 수는 없다. 천리라고 말하면 무슨 말이냐고 갸우뚱할 터인지라 자연법칙이라고 해야겠다. 인간의 과학이란 그 법칙을 알아내 순응하고 응용해 활용하고 때로는 좀 가공해갈 뿐이다. 지엠오(GMO), 즉 유전자조작 콩이라 하여 자연산 콩과 완전히 다른 콩이 아니다. 자연산 콩의 유전자를 좀 바꾸어 콩의 질을 인간이 바라는 대로 조금 바꾸어 생산할 뿐이다. 자연이 콩에게 부여한 디엔에이 조각을 떠나 인간이 통째로 콩의 디엔에이 사슬을 만들어낼 수 없다. 만일 과학이 인간이라는 남녀를 만들어낸다면 인간은 공산품으로 전락하여 멸종하고 말 터이다. 인간을 끝없이 오만하게 하는 과학이 오히려 인간에게 치명타를 가할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자웅의 천리를 알면 전하만사를 끌어안는 시내가 된다는 말씀을 손사래 쳐 내처서는 안 된다. 들판을 유유히 흐르는 냇물을 계라 한다. 그런데 높은 산은 수많은 잔 골짜기를 모아 몇 개의 깊고 큰 골짜기를 만들고 그 큰 골짜기 맨 밑에서 콸콸 흐르는 냇물을 계라고 한다. 그래서 계라는 글자를 보면 들판의 시내인 줄 알게 되고 계를 보면 깊은 산곡의 시내인 줄 알게 된다. 여기저기 온갖 골짝의 물줄기들이 모두 시내로 모여들어 하나가 되어 흘러 바다에 이른다. 이처럼 온갖 목숨들은 저마다 암수로 저마다의 종자를 내서 목숨을 이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자웅의 본성 즉 본래대로를 알고 지키면 걸림 없이 통하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암컷한테는 암컷대로 본성이 있고 수컷한테는 수컷대로 본래대로가 있다. 인간이 짐승을 피해 오늘날 원숭이들처럼 나무 위에서 밤잠을 잤을 때는 부모가 함께 자식을 키웠던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자식들이 제 어머니는 알아도 제 아버지가 누구인지 몰랐었다. 지금도 어머니를 안사람이라 하고 아버지를 바깥사람이라 부른다. 옛날 아버지는 수풀이나 강가에 나가 먹을거리를 찾아 자식새끼를 기르고 있는 어머니를 찾아왔었다. 아버지는 움직이고 어머니는 한자리에 멈춰 있었다. 따라서 아버지는 동으로서 그 본래가 드러나고 어머니는 정으로서 그 본래가 드러난다. 이리저리 움직이는 수컷의 본래는 강하면서 굳세고, 한자리에 가만히 있는 암컷의 본래는 약하면서 부드럽다. 이것이 자웅 즉 암수의 천리라는 것이다. 모든 목숨에는 자웅이 있고 그 어떤 수컷이든 강강하며 어떤 암컷이든 유약하다. 그런데 어떤 수컷이든 나갔다가 반드시 암컷을 찾아온다. 산속의 모든 개울이 제일 밑에 있는 시내로 모여들 듯이 수컷은 암컷을 찾아오고 암컷은 제 새끼를 낳아 키우는 것이 천리 즉 자연의 법칙이다. 이 법칙을 알고 지키면 세상만사가 두루 통해 걸림 없이 풀린다. 글/윤재근 정리/하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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