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하동에 스며들다-체리, 라임, 레몬 등 특수작물로 귀농하기
[연재] 하동에 스며들다-체리, 라임, 레몬 등 특수작물로 귀농하기
  • 하동뉴스
  • 승인 2023.11.1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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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천면 박철경

나는 횡천면에서 체리 및 특수작물을 재배하고 있는 열대 정글농장의 대표 농부 박철경이다. 50대 초반으로 도시에선 명퇴했거나 명퇴 1순위이지만, 농촌에선 아주 젊은 일꾼에 속한다. 가족은 아내와 아들, 그리고 부모님이 근처에서 거주하고 계신다. 귀농 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서 미루어 놓았던, 아니 할 여건이 되지 않아서 못했던 결혼을 하게 되었고 아들까지 얻은 것은 가장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귀농 8년 차 후계농으로서 나름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해 글을 써보게 되었다. 귀농을 하기 전엔 호텔 등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다가 자영업을 했다. 서비스 업종은 나이가 있으니 서서히 밀려나고 자영업은 생각만큼 수입이 오르지 않아 손해가 많았다. 과감하게 정리하고, 새로운 인생을 생각할 즈음, 불현 듯 농사를 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 어떤 작물을 심어야 할지, 과연 생산해서 판매를 하고 그 소득으로 생활이 가능할지, 고민이 많아졌다. 우선 내가 한 일은 노트를 만드는 일이었다. 나름 기준을 만들고 정리를 해보기로 하였다.
첫째,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농작물을 하자.
둘째, 남들이 안 하거나 못하는 농산물을 하자.
셋째, 노동 집약적 보다는 기술 집약적인 것을 찾자.
넷째, 현재 가격이 좋으며 앞으로도 좋을 가능성이 있는 농산물을 하자.

젊은 사람들이 꾸준히 좋아하는 농산물은 앞으로 시장이 줄어들지 않고 커질 가능성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중에서 남들이 못하는 품종을 성공만 하면 투자 대비 성과도 많고 지속 가능 영농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첫 시작은 자색 아스파라거스, 체리, 구아바, 라임, 레몬 등이었으며 지금도 꾸준히 수익을 주는 작물들이다. 자색 아스파라거스는 처음에 소득을 내기가 정말 어려웠던 품종이다. 하동이라는 지역적 환경으로 고급 채소의 대명사인 아스파라거스 유통의 한계에 금세 부딪쳤다. 주변에 물어보니 ‘저런 작물을 심으면 밥도 못 먹는다’는 얘기뿐이었다.
부모님도 비슷한 이야기였다. 수확은 시작되었고 지속적으로 생산량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정말 고민이 많아졌다. 인터넷 직거래도 시도해보고 경매장에도 가져가 보고 했는데 별로 신통치 않았다. 그러나 유통을 위한 노력은 멈출 수 없었다.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던 중 ‘로컬푸드’를 알았고 그곳이 판로에 전환점이 되어주었다. 하동군 로컬 푸드 생산자협의회의 강수문 회장님께서 멘토가 되어 주시고 판로와 고민 상담도 해주셨고, 또 로컬푸드 매장을 통해 적은 양이라도 꾸준한 판매가 이루어지면서 안정감과 희망을 갖게 되었다. 생소한 채소인 아스파라거스의 홍보와 판매를 위해 고기와 함께 구워 드시라고 로컬푸드 매장 옆 한우식당 앞에서 시식, 판매도 해보았다. 홍보행사에 시식용으로 준비한 아스파라거스 장아찌를 꼭 사가야 겠다며 뺏다시피 가져가시는 분도 계셨다.

그 뒤로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직거래 장터 등을 다니며 꾸준히 판매를 하였고 KBS 1-TV ‘6시 내 고향’에도 아스파라거스를 가지고 출연하면서부터 안정적인 판매를 하게 되었다. 지금은 내실을 다지기 위해 외부 활동을 줄이고 재배 량도 줄였으며, 재배기술을 전수한 농민들의 판매를 도와주고 있다. 또한 현재는 300여 종의 다양한 아열대 및 특수 작물을 시험재배 및 주력 작물로 키우고 있다. 그 중 주력 작물은 체리, 레몬, 라임, 구아바 등이며 망고 바나나, 황금용과 등은 주력 작물 후보로 준비 중이다. 다양한 종류를 구해 시험 재배를 하다 보니 어려움도 많았고, 지출도 많았지만, 그러한 노력이 현재는 큰 자산이 되고 있다. 하동군이 전국에서 일등 하는 대표 농산물이 없다고 하는데 내 개인 농가로서는 1등을 하거나 근접한 농산물이 5개 이상은 될 것이라고 자부한다. 레몬이나 라임은 제주 감귤연구소나 농진청 그리고 일반 농가보다 경제성 면에서 앞서 있는 수준이다. 예전에 제주 감귤연구소에 근무하시고 지금은 농진청 남해 출장소에 근무하시는 좌재호 박사님이 과수계장님과 같이 와서 말씀하시길 제주보다 2배 이상 많은 품종을 보유한 것 같다고 하시며, 제주감귤연구소 담당자 분들과 같이 다시 견학을 오시고 싶다고 하셨다.

“돌아보면, 방송 등 매스컴의 경우 30~40 회 가량 노출되었다. KBS 1-TV ‘6시 내 고향’의 경우 최소 20만 명 이상 보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다른 방송에 소개된 유트브는 조회 수가 4개월 만에 26만 이상이 되고 있다. 타 방송까지 포함해서 최소 60~70만 명 에게 내 개인 농가와 농작물이 전국에 알려진 셈이다.”

일부 품종은 국내 유통할 수 있는 물량의 99%를 보유하고 있다. 지금은 하동군보다 다른 지자체에서 더 많이 알려졌고 거제시의 경우, 지난 4월 자문, 강의, 묘목 판매까지 함께 진행시켰다. 해남군은 시험 재배 작물 10여 종을 구매해 갔으며 자문을 계속해서 해주고 있다. 우리나라 묘목 생산의 성지라는 옥천군에서도 30여 명이 기술센터를 통해 견학을 하고 갔다. 이외에도 도 기술원이나 남해군, 창녕군 등 다양한 지자체들과도 공유를 하고 있다. 다른 지자체 및 군에선 은근히 ‘우리 쪽에 와서 같이 해봅시다. 지원 많이 해드릴 겁니다.’ 라는 농담성 제의도 들어왔다. 그럴 땐 나도 농담 삼아 3천 평 시설 지어서 10년 무상 임대 해주시면 이사해서 모든 작물 재배기술과 종자를 보급하겠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한다. 돌아보면, 방송 등 매스컴의 경우 30~40 회 가량 노출되었다. KBS 1-TV ‘6시 내 고향’의 경우 최소 20만 명 이상 보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다른 방송에 소개된 유트브는 조회 수가 4개월 만에 26만 이상이 되고 있다. 타 방송까지 포함해서 전국에 최소 60~70만 명에게 내 개인 농가와 농작물이 알려진 셈이다. 여러 매체를 통해 80만~100만 명은 스치듯 이라도 한번은 나를 접했을 것이다. 내가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 중에 하나가 정동원 같은 연예인을 제외하고 군수님까지 포함해서 내가 하동 사람 중 전국에서 가장 알려진 사람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의 성과나 발전 가능성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첫째는 종자와 묘목의 확보와 재배 방법이다. 라임의 경우에는 필자가 국내 최초 재배자이다. 농산물 품질관리원을 통해 없던 작물코드를 새로 만들어, 농경지에 최초로 재배 작물로 등재를 하였는데 현재는 구례군에서 재배 및 활성화되고 있어 상당히 아쉬운 마음이다. 처음 종묘사에서 사서 심은 것은 품종 미상의 체리였는데, 알고 보니 최소 8년 이상 키워야 하는 애로사항이 있는 묘목이었고, 두 번째는 나름 공부를 했다고 생각하고 개인한테 구매한 묘목인데 이것 때문에 또 2~3년은 고생한 경험이 있다. 처음에는 좋다는 말과 사진 등 영상만을 보고 구매해서 키웠는데 결실이 없고 자꾸 죽어가는 증상을 보여서 확인해 보니 묘목 생산지가 문제가 많은 습한 땅이었고 이러한 것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체리 농사를 지은 지는 8년이 넘었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현재 수확하는 제1농장의 경우, 나무 수령이 4~5년 밖에 안 되는 문제점도 있었다. 둘째로 어려웠던 점은 하우스 시설을 지을 때였다. 지역 업체에서 저렴하게 잘 지어주겠다는 말만 믿고 맡겼는데 처음 약속과는 달리 공사하는 날이 들쭉날쭉하더니 일주일에 한두 번 와서 잠시 하는 시늉만 하고 가기 일쑤였고, 외국인 노동자만 시켜놓고 감독자가 없는 경우도 많았다. 결국 공사는 늦어지고 부실시공으로 이어져 법적 분쟁까지 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공사를 할 경우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업체의 신뢰성을 확인하고 일을 맡기고 품종이나 묘목을 결정할 경우에는 직접 재배나 판매 환경을 확인하고 있다. 싸고 좋은 물건은 없으며, 항상 웃으며, 좋은 말만 하는 업자는 경계해야 한다는 걸 절실하게 느꼈다. 귀농 후 다양한 품종과 새로운 것을 시도하다 보니 남들보다 많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게 된 것은 또 다른 수확이다. 비율로 보자면 그동안 만난 사람들이 10명이라고 가정하면 4명은 제게 많은 도움을 주었고 1명은 저한테 피해를 입혔고, 나머지 5명은 보통 관계였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많았기 때문에 내가 현재의 자리에 있는 것이며, 이 분들 덕분에 더 밝은 미래를 꿈꾸어 본다. 글/하동군 정리/하동뉴스 hadongnews84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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