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하동에 스며들다-13 '나의 귀농 10년'
[연재] 하동에 스며들다-13 '나의 귀농 10년'
  • 하동뉴스
  • 승인 2024.04.09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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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읍 여경모

나는 국립 경상대학교 영문학과 86학번으로 1993년 졸업하여 외국계 항공사 통역관을 마지막으로 회사생활을 마치고 고향인 하동으로 귀농을 결심하였다. 그때 내 나이 45세로 귀농하기에 이르긴 했지만 힘든 타지 생활과 외국생활을 접고 고향에 간다는 생각에 좀 들뜨기도 했다. 외국계 항공사에서는 앙코르와트에서 서울까지가 주 항로인 항공기 이착륙 관리와 사장님 및 임원 통역이 주 업무였다. 흙을 만져 보지도 않은 완전히 도시인으로 살다 돌아온 고향에서 처음엔 아버지가 시키는 일만 하고 쉬는 날이 많았다. 

“홈페이지 직거래로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사는 서울, 경기 그리고 인천지역을 타겟으로 홈페이지 광고를 통해, 생매실을 팔았는데 그 효과가 대단하였다. 가격 면에서 2~3배 더 받고 인지도를 넓혀가면서 중간 거래 마진을 직거래를 통해 농가가 가지는 구조로 바꾸니 농사가 재미있어졌다. 미래의 비전을 발견한 건 덤이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하시는 농업은 매실을 수확하여 알음알음 파는 일이었는데 가격도 낮았고 잘 팔리지 않아 힘들어 하셨다. 마침 농업기술센터를 페이스북을 통하여 알게 되어 E-비지니스 교육과 강소농 교육을 수강하게 되었다.
E-비지니스 교육을 받으면서 블로그 만드는 작업을 배우기 시작했다. 컴퓨터와 영어는 평소에 잘하는 터라, 손쉽게 잘 가르쳐 주시는 강사님들과 교수님들 덕택에 블로그를 쉽게 완성할 수 있었다. 강사 분들은 블로그를 완성하기 전에 사진 찍기 교육과 사진 편집 교육을 겸하여 강의해 줘 내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 오늘날 제2의 인생을 살게 된 계기를 만들어 주신 하동군 농업기술센터 공무원들과 그 당시 교수님 강사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지금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운용하여 우리의 주력 제품인 매실장아찌를 팔지만, 몇 해 전만 해도,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어 제품을 팔아야 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홈페이지를 혼자 1주일 만에 완성하였다. 홈페이지 직거래로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사는 서울, 경기 그리고 인천지역을 타겟으로 홈페이지 광고를 통해, 생매실을 팔았는데 그 효과가 대단하였다. 가격 면에서 2~3배 더 받고 인지도를 넓혀가면서 중간 거래 마진을 직거래를 통해 농가가 가지는 구조로 바꾸니 농사가 재미있어졌다. 미래의 비전을 발견한 건 덤이다. 6차 산업이라는 과목을 이수하고 가공 체험을 농사에 접목하게 되었다. 6차 산업은 1차 2차 3차 산업을 합하여 체험과 가공 산업과 교육 체험을 가미하는 농업의 새로운 산업인데, 나하고 꼭 맞는 농업 기법인 것 같아 귀담아 교육을 들었다. 6차 산업의 한 가지 방법을 밤 줍기 체험에 적용해 본 일은 특히 기억에 남는다. 농가에 밤나무가 50여 그루 있는데 가을에 밤을 줍자니 너무 힘이 들고 연로하신 아버지 어머니가 밤 줍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였다. 그래서 밤 줍기 체험 광고를 내고 경품잔치를 한다고 인터넷에 광고하였다. 그해 9월 말쯤 한 중견 자동차 부품 만드는 기업에서 회사 야유회를 밤 줍기로 하고자 한다는 연락이 왔다. 인원은 300명 쯤 되고 밥과 재첩국 반찬 그리고 하동의 특산물 배도 경품으로 50상자 준비하라고 해서, 나는 농장에 환영 플래카드를 걸어 주고 고기 굽는 테이블 30개를 만들어 대대적인 준비를 하였다. 그때 밤을 주우면 300만원이 채 안되고 그마저 인건비가 절반 이상인데 하루 행사로 1000만 원 정도의 수익을 냈다. 일인당 밤 줍는 입장료가 2만원x 300명=600만 원에다 밥과 고기 그리고 하동 배와 재첩 국을 팔아 하루 1000만 원 수익을 올렸다. 6차 산업의 힘을 가히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고 참으로 뿌듯했다. 다시 한 번 하동군 농업기술센터 직원 여러분께 감사를 드린다.

가을이 되면 대봉 감 시즌이다. 우리 농가는 대봉 감 과수원이 4000평정도 있다. 아버지 어머니가 농사지어 알음알음 파는 것을 보고 다른 방법을 고민했는데, 기존 홈페이지에 한 페이지를 더 추가하여 인터넷 판매를 시도하여 작은 성공을 거뒀다. 더 비싼 가격에 더 손쉽게 대봉 감을 판매할 수 있었던 것이다. 대봉 감을 하동을 대표하는 상품으로 내놓아 이제는 대봉 곶감 대봉 감 말랭이 등으로도 인기가 높아졌다. 인터넷 판매의 이점은 중간 마진을 농가가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간상들이 다 가져가는 중간 마진을 농가수익으로 만들 수 있으니 정말 컴퓨터, 인터넷교육과 E비지니스 교육(하동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주관) 덕분에 큰 덕을 본 셈이다. 나는 대봉감 수확 체험도 홈페이지에 넣어 일인당 50,000원의 입장료를 받고 한 컨테이너 가득 따가게 해서 일손도 줄이고 수확도 늘리고 일거양득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우리 농가 가공제품의 백미는 매실장아찌와 매실 액기스다. 생매실을 파는 것보다 5배 이상의 수익효과를 맛볼 수 있어 좋았고 일 년 내 내 팔 수 있어 너무 행복했다. 무엇보다 어머니 아버지가 고생하시는 것을 덜어 드릴 수 있어 정말 가슴 뿌듯하고 보람을 느낀다. 매실장아찌는 연간 8톤의 매실을 깎아 장아찌로 담아 두어 일 년 내 내 판매하고 있다. 우리 농가의 매실장아찌는 인터넷상의 인기 상품으로 해마다 억 단위의 수익을 안겨주고 있다. 이런 행운이 오기 전에 하동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시행한 매실장아찌 만들기와 매실엑기스 만들기 교육을 받아둔 게 아주 잘한 일이었다.

하동군에서 실시하는 강소농 기본교육 심화교육 및 후속 교육은 나의 농업 생활에 대한 마인드를 바꾸어 주었고 좀 더 넓게 크게 볼 수 있는 비전과 시각을 배우게 해줬다. 강소농 전문가이신  김종옥 교수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요즘 젊은이들은 컴퓨터 앞에만 앉는 일만 하려 하지만 농사도 잘 지어 잘 팔면 사무직을 능가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다시 한 번 유명 교수님을 초빙하여 교육에 힘써주신 하동군농업기술센터 직원들과 농업에 대한 마인드를 바꿔주신 강소농 교수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덕분에 저는 사진 찍기, 편집 그리고 홈페이지 만들기, 광고, 마케팅이 스스로 가능한 작지만 강한 농부가 되었다. 앞으로도 미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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