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고옫소리] 정기룡 장군은 왜 빠졌나?
 [노년의 고옫소리] 정기룡 장군은 왜 빠졌나?
  • 하동뉴스
  • 승인 2020.07.21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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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7년 임진전란사 간행위원회에서 발간한 ‘임진전란사’에 이순신 장군은 44번, 정기룡 장군은 38번 이름이 나온다. 이순신 장군은 23전 23승, 정기룡 장군은 66전 66승으로 전투에서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 소설가 이병주 씨는 “나폴레옹 보다 전투를 잘했다!”고 썼다. 전란이 끝난 뒤 정신을 차린 선조 임금은 “기룡이 아니었더라면 종사(宗社)가 위태했을 것이다!.”라고 극찬, 정기룡 장군을 사직을 지킨 명장으로 칭송했다. 그런데 임진왜란이 토평된 뒤 왜란 극복 공신들을 이른바 선무공신(宣武功臣)을 책록했는데, 1등 공신에 이순신·권율·원균 등 3원(三員), 2등 공신에 신점(申點)·권응수(權應銖)·김시민·이정암(李廷?)·이억기(李億祺) 등 5원, 3등 공신에 정기원(鄭期遠)·권협·유사원(柳思瑗)·고언백(高彦伯)·이광악(李光岳)·조경(趙儆)·권준(權俊)·이순신(李純信)·기효근(奇孝謹)·이운룡(李雲龍) 등 10원, 모두 18인인데, 정기룡 장군은 빼버렸다.

 조선시대 명장으로 기록된 인물로 최윤덕(崔潤德)·허종(許琮), 박만(朴蔓)·이준(李浚)·황형(黃衡)·신립(申砬)·변협·김여물(金汝?)·곽재우·이순신·권율·정충신(鄭忠信)·유림(柳琳)·임경업(林慶業)·심총(沈摠)·정봉수(鄭鳳壽)·신류(申瀏)·이완(李浣) 등 19인이었다.  우리에게 생소한 인물이 많은데, 정작 명장이었다는 ‘정기룡’은 눈 딱고 살펴도 이름이 없다. 또 조선시대 문무요인 일람표에 기록 된 선조·광해군 때의 무인으로는 신립·변협·권율·김경서(金景瑞)·곽재우(郭再祐), 이순신·유림·이기빈(李箕賓)·변양걸(邊良傑)·이천(李薦)·이시언(李時言)·이수(李璲)·성윤문(成允文)·이문전(李文?)·변응성(邊應星)·이준계(李遵階)·원수신(元守身)·이흥립(李興立)·구사직(具思稷)·이순신(李純信) 등 20인이었다. 하지만 역시 ‘정기룡’은 없다. 
 
 임진왜란을 체험한 광해군이 등극, 맹장으로 이름을 떨친 정기룡 장군을 오위도총부 총관에 임명, 상호군으로 승진시켜 도성 방어책임을 맡겼다가  이어 최고 직급인 정1품 보국숭록대부로 올려 삼도수군 통제사 겸 경상우도 수군절도사에 임명, 정기룡을 군부 최고의 직위에 앉혔다. 그런데 광해군을 쫓아낸 집권자들은 정기룡을 빼버렸다. 충무공 이순신에 대한 기록은 ‘선조실록’에 실린 본래의 내용이 뒤에 편찬된 ‘개찬 선조실록’에 크게 부풀려졌다는 역사적 평가가 있다. ‘개찬선조실록’편찬 책임자였던 실록총재관 이식(李植)이 같은 덕수 이 씨 문중 인물 이순신을 챙겼다는 것이다. 뒤에 숙종 임금이 ‘개찬선조실록’ 의 이순신에 대한 기록에 감명을 받아 현충사를 지었다. 그때 정기룡은 유성룡(柳成龍)과 함께 선무 1등 공신 5위에 추록 됐고, 장군이 세상을 뜬 151년 뒤인 영조 49년(1773)에 비로소 충의공(忠毅公)으로 시호가 내려졌다. 

 하지만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한참 뒤인 일제 강점기 친일 작가 이광수가 한민족을 당파싸움만하는 저질 민족으로 폄하하면서, 이순신 장군이 시달리는 모습을 그려 넣어 ‘성웅 이순신’으로 격상, ‘불멸의 이순신’이 됐다는 것이다. 몇 년 전 우리 군에서 정기룡 장군 재평가 학술 용역을 대학에 맡겨 결과 발표를 할 때 들어봤다. 정기룡 장군이 전투를 잘했다는 기록만 넘쳐 났다. 나는 장군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 있을까 기대했지만 그냥 ‘전투를 잘했다’는 것으로 끝났다. 속으로 ‘괜히 군비만 낭비했구나’ 싶었다. 그런 용장이 왜 역사 기록에는 없는가. 의문점만 더했다. 며칠 전 노인대학에 강의를 온 전직 교수에게 물었다. “혹시 임진왜란 때 맹장 정기룡 장군을 아느냐?” 그 교수는 인천에서 학교를 다녔고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현재는 파주에서 생활한다 했다. 그는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처음 듣는 이름입니다.” 했다. 역사에 관심을 둔 사람은 누구나 정기룡 장군이 역사에 빠진 까닭을 안다. 인조반정으로 정권을 잡은 위정자들이 광해군을 폄하하느라 광해군이 총애한 인물은 흔적 없이 뭉개 버린 게 아닐까? ㈔대한노인회 하동군지회 지회장 정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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