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하동군에도 이런 이야기가 있어요-하동스토리텔링
[연재] 하동군에도 이런 이야기가 있어요-하동스토리텔링
  • 하동뉴스
  • 승인 2023.02.2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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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감찬의 일갈에 이곳 옛 하동시장의 모기는 아직도 도망가고 있는 중?

[강감찬과 모기] 고려 현종 9년 강감찬과 강민첨이 거란군 10만 대군을 맞아 싸울 때이다. 대장군 강감찬이 진주가 고향인 강민첨과 함께 어느날 하동을 지나게 됐다. 날이 어두워 읍내 구시장터에서 하룻밤을 묵는데 밤에 모기가 너무 많아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밤은 깊어가고 어디선가 멀리 두견새 소리가 들리는데 갑자기 강감찬 장군이 벌떡 일어나 호령했다. “요망한 모기들이 무엄하게 덤벼 잠을 잘 수 없구나. 한 마리도 남김없이 썩 없어져라.” 그 모습은 마치 군사를 호령하여 대군을 물리치는 듯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모기들이 사라진 것이었다. 그날 밤 강감찬 장군이 잠을 달게 잔 것은 물론이고, 그때이후로 구 시장에는 모기가 없다고 한다. 이곳 모기들이 강감찬 장군의 일갈에 얼마나 놀랐는지 기겁을 하고 달아나 아직도 도망가고 있는 중이란 우스개도 있다. 여름날 하루쯤 자면서 ‘진짠가!?’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 굴뚝이다.

◆돌 사이를 지나간다고 ‘돌티미’, 100m 줄서고 배를 탔던 나루터

[돌티미 나루터] 돌티미 나루터는 화심리 어귀 옛 흥룡초등학교 앞이었던 것으로 전한다. 하동의 구전설화에는 옛날 이 마을 앞길에 바위 두 개가 나란히 붙어있었다. 그런데 그 바위틈으로 길이 나있어 마을 사람들이 바위 돌 틈을 지나다녔다고 한다. 돌티미는 ‘돌틈’에서 유래됐다고. 또 다른 이야기는 강 쪽으로 돌아가는 길목에 돌이 아주 많았다고 해서 돌티미라 불리었다고 한다. 마치 칼을 꽂아놓은 듯 한 큰 칼바위가 있었다고도 한다. 이곳 돌티미 나루터는 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장날이나 통학 시간이면 장꾼들과 학생들로 몇 백m 줄을 서야 했다. 
앞에 ‘똥섬’이 있었다지만 지금은 흔적도 찾을 수 없다. 읍내 쪽으로 가는 바로 위 두 읍내 나루터에는 아직도 여러 척의 배들이 묶여있다. 강폭은 넓어지고 수심도 깊어진 이곳은 마치 바다같은 느낌이다. 갈대밭과 바위들이 있다. 물결 철썩이는 소리에 돌아보면 흔들리는 배들을 볼 수 있다. 돌티미 나루터 앞은 하동군의 명품배가 생산되는 ‘만지들’이다. 섬진강 물길이 휘어 돌아가는 곳이라 강물의 흐름에 따라 지금의 만지들이 생겼다고 한다. 벚꽃 지는 4월 중순이면 이곳 만지들에서는 흰 배꽃들이 일제히 피기 시작한다. 그 광경이 또 ‘죽인다.’ 돌티미 나루 바로 위가 흥룡 뱃석거리다.

◆술 한잔에 광양현감이 ‘만지들’을 하동부사에게 팔았다는데... 

[만지들] 지금도 하동 지역에서 회자되는 말 중에 ‘섬진댁 친정은 강 건너 광양이고요, 만지들 친정은 전라도라네’라는 말이 있다. 오래 전이었던가. 뱃놀이 하러 나온 두 현감이 있었으니 때는 햇볕 좋은 춘삼월이라. “여보게, ‘만지들’을 어떻게 하는 게 좋겠나.” “음, 계속 이러다간 양 도간에 싸움이 일어나것네.” 하동 부사 권재윤과 광양현감 한창교는 모처럼만에 만나 술잔을 나눴지만 관할 지역의 현안이나 서로의 고민을 툴툴 털어놓는 그런 자리였다. 원래 하동 ‘만지들’은 행정구역이 전라도였다고 한다. 경작은 경상도 하동 사람이 하는데 세금은 전라도 광양에서 징수해 가니 사람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지역감정의 상징적인 장소가 될 것도 같고, 괜한 감정이 더 커질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한 현감, 그러지 말고 만지들을 경상도에 팔아넘기는 건 어떻겠나.” 술잔이 거듭 오가고 취기가 오르자 하동 부사가 툭 던지듯이 말을 건넸다. “그려, 딸래미 경상도로 시집보냈다 생각하지.” 광양 현감 또한 그 편이 나을 거라는 생각에 두말없이 찬성을 했다. 하동 부사와 광양 현감의 덕망으로 ‘기분 좋은 술자리’에서 주민들의 오랜 숙원이 너무도 쉽게 해결돼 버린 것이었다. 만지들은 이름난 하동배의 주산지로, 하동읍에서 화개로 가는 그 넓디넓은 들이다. 국도 19호선을 따라 배 직판장이 구멍가게처럼 끝없이 늘어진 바로 그곳이다. 배 맛좋기론 전국 으뜸이고, 동네방네 소문난 곳이었다.

◆악양 개치까지 바닷물, 모래를 퍼가면서 생긴 생태의 변화는 끔찍했다.

80~90년도, 개치나루터 인근을 비롯한 섬진강 하류 모래채취선 등장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악의 환경파괴였다. 섬진강에 생긴 이래…. 모래를 파가면서 생긴 환경의 변화는 끔찍했다. 소금기 없는 섬진강 모래는 건설현장과 조선소 수리장 등 안가는 데가 없었고, 일본으로 수출돼 외화벌이로도 인기를 끌었다. 무분별한 모래 채취는 하류지역을 바다로 만들어 버렸고, 바다 고기가 올라오고 파래 굴이 서식하면서, 경종을 울렸다. ‘더는 안 된다’는 신호였다. 파여 버린 하구, 우기엔 중하류에 있는 모래사장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기도 했다. 홍수의 피해는 사라졌지만 이곳 하동 악양 개치마을 앞까지 바닷물이 올라와서 생태계는 완전히 파괴되고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동읍민들은 염분이 든 짭짤한 소금물을 먹어야 했던 때도 있었다. 90년대로 들어서면서, 섬진강 복원 캠페인이 하동을 중심으로 광양 구례 등에서 대대적으로 일어났다. 생명의 강 섬진강은 다시 모래를 받아 가슴으로 품었고, 품속에서 재첩을 키웠고 은어를 키워냈다. 

◆전어와 어물전이 유명했던 5일장

[개치나루터] 개치는 지금이나 그때나 역시 아름다운 곳이었다. 개치나루터에는 ‘원포귀범(遠浦歸帆)’이란 글귀가 있었다고 한다. 멀리서 돛단배가 돌아오는 포구란 뜻이었다. 개치나루 주위는 큰 5일 장이 있었는데, 섬진강변을 낀 5일장 중에서도 가장 큰 시장이었다고 한다. 전어배가 들어오고 온갖 어물전, 건어물전과 살아있는 활어까지 교화됐던 곳이다. 남해의 굵은 소금도 주요 품목이었다. 도부상(보부상)들과 물물교환이 이뤄졌던 곳으로, 이곳의 수산물이 하동읍을 넘어 옥종 산청 진주 의령 합천까지 넘어가는 내륙 수산물공급의 본부였던 셈이다. 생선은 소금에 바짝 조리고, 건어물은 층층히 쌓아 절레절레 보부상의 등짐에 얹혀 사라지던 곳이기도 했다.

◆귀신이 ‘구렁이 삶은 것을 대접받았다’는 소리에 소금장수는 바들바들 떨고

이곳 단골 보부상 중 힘이 센 총각이 있었는데, ‘어거리 총각’이라고 불렀다. 소금장수였고, 홀어머니를 모시고 생계를 이어갔다. 바지게에 두 가마 정도의 소금을 받아선 그도 여타 보부상들처럼 산 넘고 물 건너 마을이란 마을을 모조리 찾아다녔다. 지게를 바치고, 한 두어 되 씩 퍼주면서. “소금이요~ 소금을 못 먹으면 여기저기 혹이 솟는 병에 걸립니다. 소금이요.” 산촌에선 생명과도 같은 것이 소금이었다. 그의 행상으로는 악양을 거쳐, 청암을 넘고 산청, 합천까지가 그의 구역이었다. 하동과 악양의 경계인 회남재에 이르러, 큰비를 만난 그는 3년 상을 치루는 움막에서 하룻밤을 자게 됐다. 산 중이라 무섭기도 하고 잠도 안 오고 엎치락뒤치락하는데, 무덤에서 귀신들이 일어나 “오늘밤 박 생원 제삿날이니 같이 얻어먹고 옴세”했다. 발발 떨던 총각은 오도 가도 못하고, 새벽까지 잠 못 들고 있었다. 자시(자정)를 조금 넘기자 돌아온 귀신들이 하는 말이 또 기가 찼다. “그 집은 영 음복이 안 되네 그려, 구렁이를 삶아놓아서 먹을 수가 있어야지, 조상모시기를 어찌 그리도 어슬프게 하는지 그쪽 자손들은 영 아닐쎄…해서, 그쪽 손자 머리를 좀 어루만져주고 왔어.” 다음날, 박 씨 집안엔 전날이 제사였다고 잔치가 벌어졌다. 소금장수도 엉금 슬쩍 그 자리에 끼어 한 끼를 얻어먹고 있는 중이었다. 그때 방안에서 통곡소리가 나더니 박 씨의 손자가 원인모를 열이 생겨 다 죽게 생겼다고 난리가 난 거였다. 소금장수는 ‘퍼떡’ 스치는 게 있어, 박 씨 자손을 찾았고, 엊저녁의 귀신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주인 박 씨는 크게 탄식하고, 당장 온 가족을 목욕시키더니, 다시 제사상을 차렸다. 이후로 아이는 깨어났다나 어쨌다나. 총각의 소금은 그 집에서 모조리 사버려, 간만에 대박을 맞은 총각은 악양에서 걸죽하게 막걸리를 한 잔하고, 춘사월 지리산 햇두릅을 잔뜩 사가지고 노모에게 대접했다고 한다. ‘구렁이를 삶아 놓았다’ 귀신들의 이야기는 머리카락이 빠졌다는 말이었다. 정성이 들지 않아 조상이 제사상을 받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글/하동군·한국국제대학교 정리/하동뉴스  hadongnews8400@naver.com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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