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일 칼럼] 슬픈 졸업식 
[박영일 칼럼] 슬픈 졸업식 
  • 하동뉴스
  • 승인 2023.02.2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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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의회 7·8대 의원
(교육사회위원장) 박영일

한참 인구가 많았던 70년대 우리나라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는 80여명에 다 달았다. 그 큰 운동장은 어린이들로 가득했고 교실이 부족해 상당수 학교는 오전, 오후 2부제 수업을 했다. 오늘날 젊은 세대는 상상할 수 없겠지만 전국의 대부분 학교는 똑같았다. 지금은 초등학교라 부르지만 그때는 일제강점기 교육정책 산물의 명칭이 국민학교라고 불렀고 졸업식장은 졸업생보다 더 많은 가족들이 자리를 메꿨다.

가족의 숫자에 따라 졸업생의 가정환경, 부모님의 경제력, 사회의 지위를 가름할 수 있는 시절이었다. 교가와 졸업식 노래를 부를 때는 이곳저곳에서 눈물 훔치는 학생이 대다수였고 초·중학교와는 달리 고등학교는 졸업식 문화가 많이 달랐다. 교복과 모자를 찢고 밀가루 범벅이 되는 호기도 부렸으며 요즘 학생들이 수능을 치룬 후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그런 현상이었다. 하지만 대학은 혈연, 지연과 관계없이 전국 여러 곳에서 모인 사람들이 집단을 형성하였기에 헤어진다는 감흥이 다를 수밖에 없고 학생 대표나 수상자, 좋은 직장에 입사하게 되는 학생을 제외하고는 참석하는 학생이 적었으며 결과는 바구니에 담을 만한 추억들이 없었다.

오늘날 반세기 가까운 세월이 흐르면서 졸업식장의 풍경은 너무 많이 달라졌고 한동안 급격한 인구 증가로 살기가 어려워 가족계획을 하다 인구 5천만여명을 정점으로 감소추세인 지금 출산 장려 정책이 실시되고 있다. 지금의 상황이 계속되면 50년 후는 지구촌에서 우리나라가 소멸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입학하는 학생이 없으면 당연히 졸업생도 없다. 먼훗날 졸업식이라는 낱말이 생소해지고 문화가 사라지지는 않을는지? 이처럼 인구문제가 심각한데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후 순위로 밀리는 것이 많은 안타까움을 주었다. 다행히 지금은 인구 및 청년정책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 큰 기대를 하며 어느 정권이 국가를 책임지더라도 지속적이고 탄력적인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 본다.
 
졸업식이 추억으로 회상되는 날이 와서는 안 되고 아이들 울음소리, 웃음소리, 소란스러움이 멈춰서도 안되며 활기찬 학교가 존재해야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국가라는 것을 잊으면 정말 대책이 없다. 매년 2월이면 졸업 시즌이다. 3년간 코로나로 쓸쓸한 비대면 졸업식을 했다. 모처럼 2023년은 대면 졸업식을 했지만 농·산·어촌은 슬픈 졸업식장이 되었다. 1946년 윤석중 작사, 정순철 작곡으로 졸업식 노래가 탄생 되어 오늘날까지 졸업식장에 울려 퍼졌던 이 노래가 어쩐지 울적하고 슬프게 했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 아름 선사합니다. 물려받은 책으로 공부를 하며 우리들은 언니 뒤를 따르렵니다.”라는 1절은 지금 시대와는 맞지 않고 교과서가 없어 선배들의 책을 물려받아 공부했던 그 시절 시대상을 잘 반영했지만 이젠 꽃다발을 주고받을 학생도 언니 뒤를 따를 학생도 없다. “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 부지런히 더 배우고 얼른 자라서 새 나라의 새 일꾼이 되겠습니다.” 2절은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을 음미하면 눈에는 이슬이 맺히는 내용이고 역시 잘 있을 아우도 정겨운 교실, 기다리는 선생님도 없으며 영원히 찾을 수 없는 학교가 자꾸만 늘어남은 서글플 뿐이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우리나라 짊어지고 나갈 우리들 강물이 바다에서 다시 만나듯 우리들도 이다음에 다시 만나세” 3절이다. 끌어주고 밀어줄 학생이 없다. 인구 감소로 전국적으로 수 천 명이던 대규모 학교는 소규모 분교로 이제는 폐교가 되어 학교 그 자체 의미를 잃었다. 인구 감소를 직접 느낄 수 있는 곳이 학교의 입학식과 졸업식장이다. 슬픈 졸업식장이 되지 않으려면 모두의 노력과 지혜를 모아야 하며 인구가 국력임을 인식하고 찔끔찔끔한 정책은 오히려 혼란만 초래하기 때문에 중앙정부나 지자체든 체계적인 인구정책과 무한대의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결혼하고 싶고 자녀를 제대로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인구가 국력에 비례함과 존립의 최대 상수임을 잊지 말아야 건강하고 미래 있는 지구촌 최고의 나라로 존속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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