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호의 시로 여는 세상] 오른쪽이 옳은 쪽
[김남호의 시로 여는 세상] 오른쪽이 옳은 쪽
  • 하동뉴스
  • 승인 2023.06.1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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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이 옳은 쪽

                                             이둘임

식사할 때 사용하는 오른손은 바른손
영어로도 오른쪽 right가 옳다고
어머니는 늘 옳은 사람이 되라고 한다

갑골문자에 왼쪽은 그르다
왼손은 그른 손이라 한다
그래서인지 오른손이 미덥다

좌우 구별 증후군 절정을 이룬 우향우 좌향좌 제식훈련
오른쪽을 가리키면서 좌향좌
왼쪽을 가리키면서 우향우
오른쪽으로 갈지 왼쪽으로 갈지 망설이다가
손의 지시에 발을 디뎌서 느려지는 뭄뚱이

오른쪽과 왼쪽이 으르렁거리다가
이데올로기가 벽으로 가로막혀
이쪽저쪽 돌아보며 망설이는 큰 혼란을 겪어도
어머니는 항상 옳은 방향이 좋다고 한다!

-시집 『우리 손 흔들어 볼까요』(상상인, 2023)

?【시인 소개】
이둘임 / 경희사이버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2022년 시사불교메너리즘 신춘문예 당선. 시집 『광화문 아리아』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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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은 그저 왼쪽의 반대쪽을 나타내는 단순한 방향일 뿐인데, 참으로 묘하게도 “오른쪽”을 “옳은 쪽”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예전에 부모님들은 아이가 왼손으로 밥을 먹거나 연필을 쥐는 것을 한사코 말렸지요. 왼손잡이는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하셨던 것이지요.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오른쪽을 뜻하는 영어의 right와 프랑스어의 droit는 ‘바르다’는 뜻이 있고, 왼쪽을 뜻하는 left와 gauche는 ‘그르다’는 뜻이 있다고 합니다. 어쩌다 물리적 방향이 윤리적 가치판단이 되고 나아가 이념적 정체성이 되었을까요? 프랑스 혁명 당시 국민의회에서 혁명파는 좌측, 왕당파는 우측에 나뉘어 앉은 것에서 좌익과 우익의 이분법은 시작되었다지요.
한낱 의자의 선택이 우리나라의 현대사에는 너무 끔찍한 나비효과를 불러왔습니다. 왼쪽이라고 죽이고 오른쪽이라고 죽였지요. 남북이 갈라지고, 동서가 으르렁거립니다. 과연 “옳은 쪽”은 어디일까요. 이념이 빚은 동족상잔의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은 6월의 아침에 묻습니다. 

(김남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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