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투고] 누가 옳은지가 아니라 무엇이 옳은지를 알아야
[독자 투고] 누가 옳은지가 아니라 무엇이 옳은지를 알아야
  • 하동뉴스
  • 승인 2023.06.27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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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경남 교육청 통계자료에 의하면 하동군 중학교 졸업생 중 71.2 %가 관내 고등학교에 진학하지만, 남해군의 경우 중학교 졸업생 대비 고등학교 입학생이 145.6 %로 명문고등학교의 육성이 지역발전을 위한 시급한 과제임을 알 수 있다. 이렇게 관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학생이 줄어든 것은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감소한 탓도 있겠지만, 교육여건이 좋은 다른 지역 상급학교로 진학시키기 위해 도시로 이주하는 학부모들이 늘어나 지역 활력 감소 및 인구감소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인근 남해군의 경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학생 수 감소로 폐교 위기까지 갔던 사립학교 “남해해성고”가 2006년 아닌티그룹 ( 이명중 회장 )이 인수하여 교실 증축과 기숙사 건립등 전폭적인 지원으로 전국의 중학교 상위 5% 이내 우수 학생들이 지원하는 명문 사학으로 거듭났다. 이것은 사학이 가진 장점을 잘 살려 명문고로 성장한 좋은 사례로, 열심히 공부하지 않고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듯이 투자 없는 명문고는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그동안 “학교법인 하동육영원”에서 길러 온 지역인재들이 지역발전을 위한 디딤돌이 되었음은 물론 국가 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한 것은 사학으로서의 보람이자 자긍심이다. 그러나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하여 변화된 교육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국의 많은 중 · 고교가 남녀공학으로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현실은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전남 순천시의 경우 이수중과 동산여중이 2024년부터 남녀공학으로 전환된다고 하며, 강원도는 중학교의 89%가 남녀공학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것은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멸종한 공룡처럼 환경에 지배당하지 않고 변화된 교육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려는 자치단체들의 좋은 사례이다. 선택은 타이밍이다. 구 하동역에서 철교까지 폐 철길을 걷다 보면 하동읍 시가지 쪽으로 철길이 휘어진 것을 볼 수 있다. 오래전 일이라 확인할 길은 없지만 당시 지주들이 농지보전을 위해 읍내 장터 쪽으로 철길을 밀어내어 휘어졌다고 하는 얘기가 있다.

 만약 지금처럼 너뱅이들을 가로질러 철길을 놓였다면 지금쯤 군청 주변은 신도시로 발전하여 하동은 서부 경남의 중심도시로 학교통합 같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하동고와 하동여고의 학교 통폐합 문제는 오래전부터 공론화 되어 왔으며 저출산 고령화 추세가 지속되는 한, 학교 통폐합과 관련한 논쟁은 숨은 불씨처럼 언제든 되살아나 지역사회 갈등을 키우게 될 것이다. 적극적인 투자 없이 발전한 사학은 그 사례를 찾기 힘들지만, 학교 통합으로 좋은 환경 속에서 명문 학교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가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하동여고와 하동고가 통합된다면 유휴부지를 활용하여 학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문화시설을 비롯한 교육체험관, 전시 공간, 기숙사 등을 지어 학생들이 좋은 환경 속에서 공부하여 명문학교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는 현실 앞에서 학교통합은 옳고 그름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피할 수 없는 선택이며 지역사회가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공자는 君子 和而不同이란 말로 성인은 생각하는 바가 달라도 화합한다고 했듯이, 명문고 육성 논의가 폐 철길처럼 휘어져 돌아가지 않도록 누가 옳은지 힘겨루기를 할 때가 아니라, 지금은 열린 마음으로 무엇이 옳은지를 찾아내는데,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이종수 이병주문학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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