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일 칼럼] 명절이 “삶”의 근원입니다
[박영일 칼럼] 명절이 “삶”의 근원입니다
  • 하동뉴스
  • 승인 2024.02.06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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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도의회 7,8대 의원
(교육사회위원장) 박영일

  계절 바뀌고 또 바뀌어 가면서 하나하나 사라지는 것들이 늘어만 간다. 우리가 흔히 인용하는 “상전벽해”라는 고사성어를 송환하지 않아도 추억이 묻어있는 지난날의 이곳저곳을 찾았을 때 너무나 많은 것들이 변해 한동안 높은 하늘을 우러러볼 때가 있다. 특히 그렇게 반겨주고 보듬어 주던 그런 사람은 보이질 않고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만 자리 잡고 있어 무척 황당했던 일들이 빈번했다. 이렇게 변한 것들도 많지만 유형·무형의 생활습관과 관습도 그러하다. 농경시대를 거쳐 산업화 시대에는 명절 그 자체가 효도의 장이요 “삶”의 근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월 대보름, 백중, 단오, 한식, 동지 등은 관심에서 벗어나 세속 풍습을 지키며 그에 맞는 음식이나 풍속을 지키는 이들이 점점 줄어들고 아예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도 있다. 하루하루가 바쁜 오늘날에 요즈음 사람들이 생각하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났거나 생각에서 그냥 지나치는 것이 아닐까? 그나마 민족 대 명절인 설과 추석은 아직 우리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도지만 코로나 19로 급속하게 무게가 가벼워진 것은 사실이다. 고향을 찾고 부모님을 뵙고 차례를 지내는 사람은 극히 줄어들고 명절 고유의 취지와 목적에 부합되지 않게 자기 위주 연휴를 마음껏 즐기는 모순적인 현대인의 이기적 현상에 서글픔과 삭막함이 낙엽 지는 가을과 같음이 아쉽다. 

여기저기서 경제 환경이 좋지 않아 힘들다고들 하면서 고향과 부모님을 찾는 대신 외국 여행을 떠난다는 사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명절 며칠 전부터 평소 접하기 어려운 음식을 만들고 그믐날 밤에는 잠을 설치며 가족들과 시끌벅적한 시간을 보냈다. 부족한 것 많아 생활환경은 변변치 못했지만, 마음만은 풍족했던 설 명절! 이제는 자꾸만 옅어지는 현상에 아쉬움 남으며 영원히 저편 저 멀리 사라져 추억 속에만 남아 있는 시절이 올까 봐 무거운 마음이 더 할 뿐이다. 그리고 명절도 사람이 만들어낸 것이기에 이젠 많이 바뀐 세상만큼 새로운 명절 문화도 어제를 경험했고 오늘을 판단하며 내일을 읽을 수 있는 지금 세대가 정비를 해야 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 본다. 하지만 본질은 그대로 지키고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은 것은 과감하게 정리해야겠지만 개인주의가 심한 오늘날 이기주의가 팽배하지 않게 균형 맞게 지혜를 모으는 것 또한 필요하다는 생각도 해본다. 여러 가지 이유로 생활 전선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면서까지 명절을 지키라고 해서는 안 되겠지만 개인의 생일잔치보다 못한 명절이 되어서도 아니 된다는 사실 만큼은 그들에게 이해시켜야 할 것이다. 그래야 사랑과 존중으로 조상들의 영혼에 대한 추모만은 담백함이 남는 의미 있는 명절이 되리라 믿는다. 참! 아쉽고 걱정이다. 

가족의 끈끈한 정과 든든한 울타리인 명절이 퇴색해지고 옅어짐에 “우리”라는 단어는 무색해지고 나만이 잘 먹고 잘살면 된다는 사람이 늘어남에 “삶”의 질이 급격히 낮아진다는 사실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생각의 차이는 있겠지만 결혼하지 않고 자식 낳지 않으면 불효라는 도덕적 개념이 차츰 낮아지고 사람과의 부대낌이 많은 명절의 무게가 가벼워지다 보니 인구 감소의 원인이 되어 지역 소멸과 국가 존립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누구나 하고 싶은 일 마음대로 하면서 편하게 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한번쯤 관심을 가지고 주의 깊게 주변을 살펴보면 사람은 혼자 살 수 없고 가정을 꾸리고 이웃과 함께해야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명절 연휴에 해외여행도 좋다. 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하여 고향과 부모를 찾는 아름답고 정겨운 마음을 보여주면 어떻겠나? 고향을 지키는 이들은 그들이 부모님을 찾을 때 추억이 묻어있는 산과 들을 콧노래 부르며 거닐 수 있게 최선을 다할 것이다. 가족의 끈끈한 정과 든든한 울타리인 명절이 되고 사람 냄새 나는 명절이 되어 아쉬움 없으며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 않는 명절이 되어야 “삶” 그 자체가 의미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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