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하동에 스며들다-10 딸기 주산지 하동에서 꿈을 펼치다
[연재] 하동에 스며들다-10 딸기 주산지 하동에서 꿈을 펼치다
  • 하동뉴스
  • 승인 2024.02.2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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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종면 한정수

살면서 한 번쯤은 누구나 미래의 직업에 대해 생각을 해보는 시간이 찾아온다. 나의 경우에도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면서 가장의 책임감은 점점 더 무거워져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인생 후반기를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화두를 늘 품속에 갖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37년을 줄곧 전라북도 전주에서 태어나 직장생활을 하면서 찾아온 답답함과 무기력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는 인생의 2막을 귀농으로 선택하게 되었다. 농사(農事)의 농(農)자도 모르는 상태에서 귀농을 선택하여, 작물을 선정하고 안정된 생활을 하는 데는 몇 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귀농을 결심하고 약 1년이란 시간 동안 전국 각지에 있는 기술센터 및 귀농귀촌 센터를 찾아다니며, 작목 선정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경험을 하였고, 한 달여 동안 직접 농촌 생활을 했던 것이 귀농 초기에 적응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드디어 2014년 가족 모두가 지금 살고 있는 경상남도 하동군 옥종면으로 귀농을 하여 딸기를 재배하면서 정착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귀농 귀촌을 왜 하는 걸까? 이유는 각자 다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귀농귀촌을 하여 성공한 삶을 살고 싶어 할 것이다. 하지만, 개개인마다 성공의 목표점이 어떤 것인가에 따라서 기준도 달라질 듯하다. 농업(農業)을 제2의 직업으로 선택하여, 딸기를 재배한 지 어느덧 10년 차가 된 나의 삶을 뒤돌아본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아가서는 대학원까지 나와서 어렵게 취업을 하고 직장생활을 하다가 왜 귀농을 선택했는가에 대해 자신에게 질문해본다면, 그 이유는 바로 ‘마음의 평화로움‘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또 귀농을 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은 농가소득이다. 귀농하여 작물을 재배하는 농장주들은 누구나 생산량을 증대시키고, 최종적으로 농가경영비를 제외한 순이익을 높이기 위해서 노력을 할 것이다. 하지만, 농사란 해마다 똑같은 일들을 반복하면서도 누군가는 잘되고 또 누군가는 잘되지 않는 일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농장주의 작물에 대한 관찰과 열정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작물을 잘 관리하고,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항상 내가 아닌 작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키운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귀농을 해서 작물을 선정하고, 많은 경험과 교육 등을 통해 일정한 소득을 올리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더불어 자녀들의 교육환경도 중요하다. 내가 정착하여 살고 있는 하동군 옥종면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두 농장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딸기를 재배하기에 최상의 환경 조건을 가지고 있다. 한해에 눈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게 오고, 밤낮 기온 차가 많이 나며, 원수(지하수)도 좋고, 광량도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좋기 때문에, 작물 재배기술이 같은 조건이라면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아주 높은 지역이다. 귀농 하여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정말 다시 도시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을 했던 적도 몇 번 있었다. 

“전국에 있는 선도 농가들을 찾아다니며 딸기 적정재배기술을 배우고, 배운 것들을 내 농장 환경에 잘 적용하면서 생산량 및 농가수익을 증대시킬 수 있었다. 그 결과 지금은 주변에 대기업 다니는 친구들 부럽지 않을 만큼 소득을 올리고 있다.”

지역 주민과의 갈등, 노력한 만큼 뜻대로 보답해주지 않는 작물, 작물을 키우면서 뜻하지 않게 일어나는 부상들…. 여러 부분에서 어렵고 힘든 일이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항상 곁에서 꿋꿋이 힘이 되어준 건 가족이었다. 부족한 부분들을 계속 채워나가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나 자신은 벽돌처럼 단단해졌다. 귀농 후 몇 해가 지났을 때, 하동군 옥종면에 큰 태풍이 왔다. 수확을 위해서 몇 달 동안 열심히 키웠던 작물들이 모두 다 물에 잠겼을 때, 하우스 한쪽에서 눈물을 흘리며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아내의 모습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때 마음속으로 울음을 삼키면서 나는 다짐했다. 몇 년 안에 반드시 아내의 얼굴에 흘렸던 눈물 대신, 입가에 미소가 가득 채워지도록 만들어 주겠다고…. 그래서 더욱더 열심히 공부하고 전국에 있는 선도 농가들을 찾아다니며 딸기 적정재배기술을 배우고, 배운 것들을 내 농장 환경에 잘 적용하면서 생산량 및 농가수익을 증대시킬 수 있었다. 그 결과 지금은 대기업 다니는 친구들 부럽지 않을 만큼 소득을 올리고 있다. 배움은 끝이 없다. 딸기 농사 또한 그렇다. 알면 알수록 어려운 게 농사이지만, 잘 키웠던 작물들이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주면 그동안 고생했던 시간들은 모조리 잊어버린다. 본격적으로 딸기에 대한 교육을 받기 시작하여 경상국립대학교 최고 농업 경영자과정을 수료하고 경남농업 마이스터 대학에서 2년이란 시간 동안 공부를 하여 졸업장을 받았을 땐 감회가 새로웠고 보람이 있었다. 귀농을 하여 많은 도움을 주셨던 분들이 있다. 선도 농가를 비롯한 멘토 분들, 교수님들, 기술센터 귀농귀촌 담당 선생님 등…. 내가 힘들고 어려울 때 도움을 주셨던 분들이 있기에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10여년이 지나면서 지금은 귀농인이 아닌 지역 주민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지역에서 운영되는 자치회 활동(농민회, 청년회, 자율방범대, 후계농업 경영인회)들도 더욱더 열심히 하여 지역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조금 더 노력을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지금은 농식품부 귀농귀촌종합센터에서 귀농닥터, 하동군에서 운영하는 귀농헬퍼, 토경딸기 연구회(공동리더), 딸기야 모하노 유튜브 채널, 경상국립대학교 최고 경영자 과정, 경남농업 마이스터 대학 현장교육 농장을 운영하면서, 귀농 귀촌을 준비하시거나 정착을 하여 작물을 재배하는 분들과의 다양한 소통을 통해 적정재배기술을 익히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지금처럼 딸기 재배에 전념할 것이고, 각박한 도시에서 치열하게 버티며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  생각하고 바라보는 농촌에서의 삶(귀농 귀촌)에 대해 고민할 때 그들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안내자 역할을 하고 싶다. 한편, 농촌의 인구 고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 인구 소멸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많은 정책들이 나오고 있다. 청년들을 농촌으로 무작정 유입시키는데 급급해 하기보다는, 먼저 귀농 귀촌한 선배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게끔 여러 방법을 연구하고 지원하여 성공적으로 정착한 모범 사례들이 많아진다면 도시에서 농촌으로 인구 유입은 자연스럽게 증가하리라 기대한다. 이것이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며 귀농 10년차의 지난 삶을 되돌아본다.
2023년 6월 이곳 하동에서의 나의 꿈은 진행 중이다. 글/하동군 정리/하동뉴스 hadongnews84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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