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하동에 스며들다-11
[연재] 하동에 스며들다-11
  • 하동뉴스
  • 승인 2024.03.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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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 고군분투기 -화개면 최순옥

귀농 귀촌을 할 때 대부분은 사전 조사와 계획을 세운 후, 목적에 맞는 장소를 선정하게 된다. 하지만 나처럼 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귀농 귀촌을 하게 되는 경우라면, 정해진 지역과 장소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된다. 나는 부모님께서 하시는 일을 같이 하면서, 추가 가공이나 판로 확보 등으로 확장하는 방향부터 고민하게 됐다. 올해로 귀농 4년 차를 맞았다. 여러 가지 고민과 준비를 해왔지만, 정해져 있는 지역에서의 귀농이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번에 하동에서 귀농 귀촌 수기 공모를 한다고 해서 지난 시간을 돌아보다 보니 작년에 귀농 귀촌센터에서 지원하는 동네 작가로 참여하면서 작성했던 글들이 있어, 지난 3년간 진행해 온 안정정착 고군분투기를 정리해 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다짐하고자 한다. 누구든 새로운 곳에 정착을 하기 위해서는 나름대로 고군분투 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그동안 내가 지나온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노력이 특별한 것은 아니겠지만, 나름대로 고군분투기라고 표현하고 싶은 마음에 이 글을 쓴다. 귀농을 준비하면서 나의 관심은 크게 두 가지였고, 4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한 것 같다. 첫째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같이 늙어 죽을 때까지 뭐 먹고 살지,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일로 무엇을 할 것 인가이고, 둘째는 지역에 대한 관심이었다. 이 관심은 내가 살아가야 하는 마을에 대한 고민이었다. 

 -지역 특성 분석
첫 번째 고군분투는 지속적 수익 창출을 할 수 있는 일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귀농을 했고, 부모님이 차 농사를 하고 계시기는 했지만 제다를 하신 것은 아니고, 찻잎을 따서 파는 것만으로 1년의 소득이 보장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여러 문제를 분석해 보았다.

1. 녹차의 고장 : 한때 녹차가 붐이 일었던 때가 있었고 그 당시 녹차를 재배하는 농가들은 많은 수익을 창출했으나, 이제는 같은 방법으로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때문에 새로운 주력 아이템이 필요하다.
2. 관광명소(화개) : 화개장터로부터 10km 이상 계곡 길로 올라가야 하고, 인접한 가게가 없는 외딴집으로 일부러 찾아와야 하는 위치는 새로운 홍보 전략과 유인 인자가 필요하다.
3. 지리산 국립공원 : 창고 건축, 가교 시설 등의 설치 제한과 높은 해발고도로 인한 작물의 늦은 수확기로 출하 시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청정지역과 큰 일교차를 이용한 특화 작물 고급화가 필요하다.

-안정정착을 위한 노력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리산 국립공원에 적합한 작목이면서 지속적인 소비가 가능한 작목을 찾기 위해 부단한 노력이 필요했다.

1. ‘귀농사관학교’ 1년 과정에 ‘농산물 가공반’을 신청하여 다양한 가공에 대한 학습과 도내 귀농인들과의 교류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였고, 여전히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 신규농업인 기초영농기술(특용작물) 교육 이수 외에도 다양한 온라인 농업 관련 교육 이수를 통해 다양한 작목과 농업기술 등에 대해 학습하였다.
3. 적합한 작물 찾기 : 처음에는 지역의 관공서를 가면 지역의 특색에 맞는 다양한 자료들이 있을 것이고 자료들을 토대로 학습과 경험으로 작목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을 기대하고, 국립공원관리사무소를 비롯해 하동 귀농 귀촌센터, 하동농업기술센터, 함양약용자원연구소, 구례농업기술센터, 산림조합 등 여러 곳을 직접 찾아다니며 상담하고 자료를 요청 드렸지만, 현실은 녹록치가 않았다.물론 이들 기관들에서 아무 도움도 받지 못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내가 원하는 것은 하동지역에 맞는 혹은 지리산에 적합한 작목을 원한 것이었는데, 안내받고 도움 받은 것은 모두가 천편일률적인 소득 작목에만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에, 넓은 땅에 대량경작을 해야 경쟁력이 있는 작목들이라 닥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작목들에 대한 정보는 아니었다는 것뿐이다.
4. ‘선도농가 실습’ 5개월 과정 수료 : 다행히 귀농 지원정책인 ‘선도농가 실습’을 통해 녹차, 꽃차 관리, 가공 및 판매 등에 대한 학습을 할 수 있었고 덕분에 적합한 작목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우선은 100% 차나무 잎을 이용한 차를 만들되 하동의 주 종목인 녹차가 아닌 차를 선택하기로 했고, 다행히 단맛을 즐기는 내가 가끔 마셨던 얼그레이에서 착안한 블랜딩 홍차를 만들기로 했다.” 

-주 작목 선택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듯이 차를 주 작목으로 선택했다고 해서, 차 만들기만 할 수는 없었다. 더욱이 화개에서 차를 주 작목으로 선택했다는 것은 잘해야 하고 특별함이 있어야 한다. 귀농을 하고 종목선택을 위해 여러 과정들을 거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어렴풋이 느끼게 된 것이 있다. 제다인들에게 차는 녹차가 첫째이고, 그 다음으로 다양한 종류의 발효차이고, 100% 찻잎을 이용한 것만 ‘차’라는 이름을 허락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차나무 잎 이외의 재료로 만든 유자차, 대추차 등등은 대용차라고 해서 ‘차’의 범주에 넣지 않고, 음료로 본다는 것이다. 차는 제다법을 이용해서 만들어야 차라고 이름 붙일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꽃차 또한 꽃차 제다법을 따라서 만들어야만 꽃차로 인정을 하는(?) 약간은 그런 분위기가 있었다. 또 차를 만드는 사람은 차의 종류와 역사 제다 법까지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 같았다. 경쟁적으로 차에 대한 연구를 하고 중국차를 학문으로 공부하시는 분들도 꽤 많았다. 그리고 차를 만들어 상품으로 내놓는 분들은 자신이 만든 차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차가 좋아서 차를 만들기 위해 귀농을 선택한 것이 아닌 나로서는 이러한 암묵적 룰을 따르면서 차를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이러한 부담감을 덜기 위해 나는 내가 잘하는 것을 하기로 했다.

첫째, 내 입에 맛있는 차, 내가 매일 마시는 차를 만들자.
둘째, 내가 잘 알 수 있는 것을 이용하자.
셋째, 내가 조금 더 잘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자.

마지막으로 내가 제일 쉽게 혹은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하자. 이 4가지를 기준으로 우선은 100% 차나무 잎을 이용한 차를 만들되 하동의 주 종목인 녹차가 아닌 차를 선택하기로 했고, 다행히 단맛을 즐기는 내가 가끔 마셨던 얼그레이에서 착안한 블랜딩 홍차를 만들기로 했다.  그 다음은 내가 터 잡은 자리를 둘러보았다. 지리산국립공원 안에 자리 잡은 땅에 헛개나무와 똘배나무가 주렁주렁 열매를 달고 엉겅퀴, 산딸나무 꽃, 싸리 꽃, 원추리 등등 야생화들이 지천으로 피어있으니, 이것들을 이용하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런 일들을 추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건 차를 왜 마실까에 대한 생각이다. 우선 내 경우 맹물 대신 마실 무언가로 선택된 것이 차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물론 전통차가 가지는 의미는 좀 더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 측면을 강조하고 ‘다도’를 행했지만, 차를 상품으로 만들기 위한 사업적 측면에서 보면 가장 많이 소비되는 것은 ‘물 대신 마실 수 있다면 좋겠다’ 였다. 전통적인 제다법은 살청, 유념, 위조, 발효, 건조 등의 방법을 이용해서 차 잎 속에 들어 있는 다양한 맛과 향이 뜨거운 물에 녹아 나올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 주는 것 같았다. 해서 이러한 제다 법을 차나무 잎이 아닌 재료들에 활용해 보기로 했다. 여러 시도 끝에 몇 가지는 나름 맛있는 차를 골랐고, 작년에는 판매가 가능한 상품으로 만들어 소량씩이나마 판매를 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중에 귀농지원센터의 도움을 가장 많이 받았다. 첫해에 귀농사관학교의 ‘농산물 가공반’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신 것을 비롯해서, 주 작목 선택에 많은 도움을 받은 선도농가 실습과 녹차 밭 조성을 위한 중장비 임대 지원사업, 상품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준 창업지원까지 항상 관심 가지고 응원해 주신 센터에 감사드린다. 다만 작은 바람이 있다면 각 읍면에서 적극적으로 홍보를 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역에 대한 관심은 지역에 대한 미래가 생업의 끝자락에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귀농하는 첫 해부터 준비해서 사회복지학과 청소년지도학을 전공하고, 소멸하지 않는 마을 만들기를 위한 고민과 활동으로 이어졌으며, 지속적인 행동으로 함께 잘 사는 마을을 위해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글을 시작할 때는 작목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충분하게 하려고 했으나, 지면이 여의치 않아 생략하기로 한다, 마지막으로 행정이 좀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지역을 바라봐 주었으면 하는 부탁을 드린다. 글/하동군 제공 정리/하동뉴스 hadongnews84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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