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하동에 스며들다-12 내가 선택한 하동
[연재]하동에 스며들다-12 내가 선택한 하동
  • 하동뉴스
  • 승인 2024.03.26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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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읍 조은우(복을 만드는 사람들 대표)

우리의 삶은 온통 자신이 선택한 시간들로 채워져 있다. 무엇을 선택하든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만 인생의 문이 하나씩 열리는 것이다. 나 역시 귀촌이라는 선택의 문을 열었고, 감사하게도 이 선택은 나에게 두 번째 고향 하동과 성공한 사업가, 행복한 가정을 선물해 주었다. 오로지 나의 크고 작은 선택들과 쉽고 어려운 결정들로 나의 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지만, 하동이란 배경과 좋은 사람들 덕분에 폭넓은 시야를 가지게 되었다. 태생적으로 금수저도 아니었고, 고학력도 아니어서 일찍이 외식 사업을 시작했다. 한 번의 실패도 있었지만, 운이 좋아 두 번째 고깃집 사업은 대박을 터뜨렸다. 고깃집의 성공을 바탕으로 여러 사업을 시작했고, 성과도 나쁘지 않아 몇 번의 성공 가도를 달리게 되었고 꿈에 그리던 서울로 진출하게 되었다. 

하지만 너무 자만한 탓인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의 사업은 쓰디쓴 실패를 안겨주었다. 계속되던 성공에 실패를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터라 추락하는 자존감을 어찌할 수 없어 방황하던 차에 하동으로 오게 되었다. 자본은 제로. 쓸데없는 자존심만 남아있던 나는 그래도 압구정동에서 사장 소리 듣던 사람이었다는 우월감에 하동에서 만난 또래 청년들을 우습게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그들이 사는 모습을 보고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친구들은 하동에서 나는 농산물, 특산물 등을 가공해서 부가가치를 높였고 그 제품을 유통하고 수출까지 하고 있었다. 대단한 의지와 꿈을 가지고 있었던 그들의 모습은 나에게 엄청난 자극이 되었으며 새로운 경제 영역을 알게 해주었다. 그들을 통해 나 자신이 좁은 우물 안 거만한 개구리와 같았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면서 하동은 나에게 성공으로 가는 기회의 땅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나에게는 도시에서의 외식 사업 경험과 트렌드를 읽어 낼 수 있는 감각이 있었으며, 따뜻한 하동 사람들의 도움과 지리적 자원, 그리고 하동군과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에서 지원하는 정부 정책들을 잘 공부하면 사업 재기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초기 자본금 500만 원을 가지고 재첩 가공을 하던 빈 공장을 임대해 첫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런저런 아이디어로 제품을 개발하고, 성과가 없어 사업계획을 뒤엎기를 수차례. 그때마다 지금 이 순간이 최악이라면,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하동에 내 이름으로 된 땅덩어리 하나 없었기 때문에 농사를 지을 수도, 가축을 키울 수도 없어 유일한 선택지는 특산물 가공밖에 없었다. 제품을 만들어 전국의 축제장과 백화점에 판매하였고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도하고 전국고속도로 휴게소에 제품을 팔고 영업도 하였다. 그렇게 열정을 쏟아 붓기를 몇 년. 어느새 하동에서 대기업도 알아주는 식품회사를 운영하게 되었다. 예전에 도시에서 만났던 지인이나, 고향 친구들은 작은 농촌 하동에서 어떻게 성공을 이루어냈는지 아주 많이 궁금해 한다. 아마도 하동군에서 든든한 지원금을 줬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말이다. 나의 성공 비결이라 한다면, 어릴 적 큰어머니께서 해주신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자주 생각하며 실천한 것에 있다.

“나는 이제 하동을 넘어 세계적인 기업인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귀촌한 지 12년 동안 늘 꽃길만 걸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하동에서 평생의 반려자와 사랑하는 아이들을 낳고 키우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어떤 일을 하든지 한 가지 만큼은 세계에서 최고가 되어라. 그것이 안 되거든 한국에서 최고가 되어라. 그것도 안 되거든 지역에서 최고가 되어라. 그 또한 안 되거든 동네에서 최고가 되어라.

그때 당시에 동네에서 최고가 되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하였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큰어머니의 말씀은 이런 것이라 풀이된다. 동네에서 최고가 되면, 지역에서 최고가 될 수 있고 지역에서 최고가 되면, 한국에서, 한국에서 최고는 세계에서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말씀은 새롭게 도전하는 사업이 생길 때마다 사업의 방향을 지향하는 기준점이 되곤 한다. 사람들은 내가 아주 창의적인 사람이라 말하지만 사실 나는 그 분야에 최고가 되기 위해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갔을 뿐이다.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 지금의 사업 환경을 만들어 줬고, 나의 믿음과 끈기가 성공의 열쇠가 되었던 것이다. 세상사람 대부분이 돈을 많이 벌고, 경제적으로 풍족함을 누리는 것을 성공의 기준으로 삼는다. 나 역시 그중 한 사람으로 그들과 같이 뒤지지 않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렸다. 경제학과를 나온 것도, 식품 관련 회사에 종사해 보지도 않은 내가 귀촌이라는 선택으로 세계 12개국에 수출하는 매출 100억 회사의 대표가 되었다는 사실이 나도 가끔 놀랍다. 나는 이제 하동을 넘어 세계적인 기업인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귀촌한 지 12년 동안 늘 꽃길만 걸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하동에서 평생의 반려자와 사랑하는 아이들을 낳고 키우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가장으로 어깨가 무거워졌지만 나는 돈보다 더 큰 삶의 의미를 찾았으며 현재의 소중한 가치를 깨달은 지금이 너무나도 행복하다.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하동을 사랑한다. 글/하동군·정리/하동뉴스 hadongnews8400@nav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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