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고동소리] 남편 임대업
[노년의 고동소리] 남편 임대업
  • 하동뉴스
  • 승인 2019.11.26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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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9급 또는 7급 공무원 공채 시험에 젊은이들이 구름처럼 모여 든다. 이웃나라 일본의 같은 수준 공직 채용 시험 경쟁률은 4대 1정도라고 알려졌다. 우리나라의 청년 실업률이 심각해서일까. 아니면「공직」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서일까. 따지고 보면「공직」은 국민의 심부름꾼이라「공복(公僕)」에 지나지 않으니 전혀 부러워할게 없다. 하지만 공무원은 우리 시대 최고로 안정된 평생 직업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청년들이 덮어 놓고 몰리는 게 현실이다.
 우리 민족은 전통적으로 기술을 가볍게 보고 기술자를 천시하는 의식이 아직도 잠재하고 있다. 탁월한 두뇌를 가진 청년 인재들이 현장에서 소질과 재능을 발휘하며 삶의 가치를 찾으려 하지 않고 손에 기름 묻히지 않는 편한 자리만 찾다 보니, 일자리가 모자라는 게 아닌가 싶다.「눈높이」를 조금 낮추면 일자리가 널리 보일 것 같기도 하다.  시대 변천과 함께 가급적 편하게 살려는 인간의 의식 수준, 과학기술 발전은 일자리 축소를 부채질 하고 있다. 인력이 필요 없는 생산 시스템 구축이 곧 경쟁력의 핵심이다. 따라서 청년들의 생계가 달린 일감은 점점 소멸돼 가고 있다. 집안 청소도 로봇이 구석구석 말끔히 쓸어 주고 닦아 준다. 자동차가 저절로 굴러 간다. 대량 생산 공장에서 보턴 하나만 누르면 저쪽 출구에서 제품이 저절로 쏟아져 나오는 현상은 벌써 옛날이야기다.
 자유 경쟁 사회에서 가족의 생계를 짊어진 가장이 자신을 변화시켜 일자리를 찾아내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20세기 말엽 미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느 젊은 변호사가 벌이가 시원찮아 마음에 차지 않았다. 그는 아내와 머리를 맞대고 궁리한 끝에 기술을 배우기로 했다. 가장 손쉽게 배운 기술이 하수구 뚫는 기술이었다. 밑천도 많이 들지 않았다. 남편이 기술을 지닌「기술자」임을 자랑스럽게 여긴 아내는 곧 바로 남편의 재능을 알리는 광고 만드는 작업에 착수하였다. 아내는 "내 남편 아무개는 이러 이러한 기술을 갖고 있습니다. 필요하신 분은 언제든지 연락 바랍니다!"라는 전단지를 만들어 하단에 큼지막하게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었다. 아내는 전단지를 생활 반경 요소요소에 붙이고 가가 호호 뿌렸다.
 예상했던 대로 곧 연락이 왔다. 전직 변호사 남편은 서둘러 작업 도구를 챙겨 자기를 필요로 하는 가정을 방문하였다. 그 집은 신혼부부가 새 살림을 차린 조금은 부유해 보이는 집이었다. 주방에서 하수구로 빠져 나가는 오수관이 막힌 것이었다. 기술을 발휘한 전직 변호사는 손쉽게 막힌 하수구를 뚫었다. 남자 집 주인이 고맙다며 삯이 얼마냐고 물었다. 기술자는 출장비와 기술자로서의 합당한 일당을 따져 삯을 청구 했다. 집 주인은 삯이 너무 비싸다는 표정을 짓고 말했다.
 “뭣이 그렇게 비쌉니까?” 기술자는 ‘이 양반이 뭘 모르는구나’ 하는 투로 말했다. “당신 직업이 뭐요?” 집 주인은 약간 뽐내듯 당당하게 대답하였다.
 “난 변호사요!” 기술자는 안타깝다는 눈빛으로 타이르듯 말했다. “나도 전에 변호사를 해봤는데 그것 갖고는 못 먹고 사요! 나처럼 이런 기술을 배우시요!” 집 주인 변호사는 할 말이 없었다. 전직 변호사 아내는 자신도 모르는 새 ‘남편 임대업자’로 자리 매김한 것이었다. ㈔대한노인회하동군지회 지회장 정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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