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고동소리] 쥐띠 해에 있었던 일
[노년의 고동소리] 쥐띠 해에 있었던 일
  • 하동뉴스
  • 승인 2020.01.07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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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갑자생 쥐띠 노인이 내게 들려준 이야기였다. 쥐는 영물(靈物)이다. 쥐는 사람이 도저히 상상이 안 되는 예지력(豫知力)을 지닌 동물이다. 나는 이런 체험을 했다. 50년대 정월, 휴전이 되기 전의 혼란기였다. 그 무렵 전남 여수와 부산을 왕래하는 정기 여객선 창경호가  있었다. 강추위가 덮친 어느 날 해질 무렵, 나는 여수를 출발, 부산까지 가려고 밤 배 창경호에 올랐다. 나는 객실로 들어 가다가 쥐가 한 마리 기어 나오더니 재빠르게 옆에 정박돼 있는 배로 뛰어 건너는 것을 봤다. 나는 ‘쥐는 영물인데’라는 말이 순간적으로 떠 올라 출항 직전배에서 빠져 나와, 잠시 뒤에 출항하는 장구호라는 배를 탔다.

 저녁 11시 무렵이었다. 낙동강 하류 괭이 바다에서 내가 승선했다가 나와 버렸던 창경호가 멀리 앞서 불을 반짝이며 가더니 갑자기 불빛이 없어졌다. 침몰해버린 것이다. 나는 도망가던 쥐 때문에 살아남았지. 기록을 찾아보니 당시 ‘창경호 침몰사건’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창경호는 150톤급 작은 여객선이었고, 익사한 승객은 229명, 살아남은 사람은 선원 3명, 학생 2명, 군인 2명뿐이었다고 했다. 고양이 먹이 사슬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농민들의 골칫거리로 등장한 쥐는 한편으로 번식력이 강해 다산(多産)을 상징하고, 빠르고 부지런한 활동으로 먹이를 저장하는 버릇, 자연 재앙을 예고하는 뛰어난 예지력을 지녔기에 미워 할 수만은 없는 동물이다.

뿐만 아니라 의학 연구용으로 활용되어 보기와는 달리 인류에게 공헌하는 바가 크다. 올해 경자년(庚子年)의 경(庚)은 색깔로는 흰색을 나타낸다하여 올해를 흰쥐의 해라 한다. 밝아진 새해는 과연 어떤 일이 우리 앞에 벌어질까. 마음이 설레인다. 근세 쥐띠 해에서 있었던 일들을 되새겨 본다. 병자년(1936), 6월에 안익태(安益泰)가 애국가를 작곡했고, 8월에는 평안북도 신의주 출신 손기정(孫基禎) 선수가 제11회 베를린 올림픽 대회 마라톤 경기에서 2시간 29분 19초 2로 우승, 일제 강점기 민족혼을 일깨웠다. 무자년(1948) 5월, 제헌국회 개원, 국회의장 이승만(李承晩) 선출, 7월 대한민국 정부수립과 함께 대통령 이승만, 부통령 이시영(李始榮)이 뽑혔다. 8월에 국회의장 신익희(申翼熙) 선출, 대법원장 김병로(金炳魯) 인준이 있었다.

한편 전국에 걸쳐 대 홍수가 발생, 316명이 죽고 3719명이 다쳤다. 가옥 3232채가 유실되고 농경지 1만 3971㏊가 유실 되었다. 항간에 ‘무자년 대수(大水)’라는 말이 퍼졌다. 경자년(1960) 올 해와 같은 흰쥐 해였다. 4·19 혁명이 일어나 이승만 정권이 무너지고 8월 제2공화국이 탄생. 장면(張勉)정권이 들어섰다. 대통령 집무처 경무대(景武臺)를 청와대(靑瓦臺)로 고쳤다. 세상이 확 바뀌는 듯 했다. 임자년(1972) 7월, 남북한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북쪽 호칭 ‘북괴(北傀)’를 ‘북한’으로 고처 부르도록 했다. 10월 박정희 대통령 전국에 비상계엄령 선포, 10월 유신 단행. 장기집권의 기틀을 다졌다.

 갑자년(1984) 65세 이상 노인 지하철 무료 승차 허용, 미국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한국이 10위 달성(금6, 은6, 동7). 8월에 폭우로 전국피해 극심, 북한 남한 수재민 돕기 쌀·옷감을 보내 왔다. 병자년(1996), 김영삼(金泳三) 대통령 ‘역사 바로 세우기’로 국민학교를 초등학교로 개칭, 11월 자유당 정권 때 중앙정부 청사였다가 중앙 박물관으로 쓰던 옛 조선 총독부 건물을 헐어 버렸다. 지구상의 영물 쥐, 예지력이 뛰어난 다산과 재복의 상징, 올해 쥐띠 해에는 모두가 행복을 느끼는 일들만 있었으면 좋겠다.  사)대한노인회 하동군지회 지회장 정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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