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고동소리] 인연(因緣)
[노년의 고동소리] 인연(因緣)
  • 하동뉴스
  • 승인 2020.01.21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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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경에 일체의 중생은 그 인(因)으로 말미암아 얻은 간접적인 연(緣)에 의하여 생멸(生滅)한다는 말이 있다. 혼자는 살 수 없는 세상에 어울려 사노라면 하루하루가 인연의 연속이다. 저녁에 잠들기까지 무사히 하루를 넘길 수 있었던 작은 인연도 있고, 평생의 운명을 바꾼 값진 인연, 인류의 미래를 흔드는 역사적인 인연도 있다. 사람들은 세상을 흔들 수 있는 권력, 차고 넘치는 부(富)와 떨치는 명성을 반드시 이뤄내고 싶은 꿈을 갖기도 한다. 마음먹은 희망을 꼭 이루고야 말겠다는 의욕을 품고 매진한다. 그러나 성공이라는 열매만 바라보고 달리다가 자신의 인간적 기본을 망각해 버린 채 주저앉는 경우가 허다하다. 알맹이 가득 찬 좋은 인연을 맺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대부분 잘 살았다고 보람을 느끼는 사람들 가운데는 좋은 인연이 엮여져 운명이 달라진 것이라고 비춰진 경우가 가끔 있다.

 지난 시절 공직에 있을 때 어느 군수님이 들려준 경험 이야기다. 그 군수님은 고향이 동래였다. 그는 어릴 적 아버지를 잃어 할아버지 슬하에서 자랐다. 할아버지의 정성으로 공부하여 산업화 시대 공무원으로 중앙부처에 들어가 근무하였다. 내무부 감사 부서에서 일할 때였다. 그 무렵 새마을 운동이 한창 활기 있게 전개 되었다. 그 때 새마을 운동을 제대로 공급이 됐는지 감사부서에서 확인하라!”는 지시였다. 군수님은 전라남도를 담당했었다. 확인 결과 리야카(손수래)가 군 농협 창고에 잠자고 있더라는 것이었다. 군수님은 새마을 운동 지휘 책임자인 전라남도 내무국장의 사실 확인서를 받았다. 내무국장이 문책을 피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군수님께서는 업무를 마치고 짐을 챙기는데 전보가 왔다. 고향 동래에 계시는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는 급한 전보였다. 군수님은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어쩔 줄 몰라 허둥대는데, 전남 도청 공무원들이 서둘러 광주 공항으로 안내, 김해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 표를 끊어주는 등 급박하게 도움을 주더라는 것이었다. 군수님께서는 그만 마음이 약해져 내무국장의 도장이 찍힌 사실 확인서를 전송 나온 내무국장에게 되돌려주며 ‘비상 대책을 강구하십시오.’라는 당부를 하고 고향으로 달려가 할아버지 장례를 치렀었다.
 
 물론 군 농협 창고 안에 쌓여있던 리야카(손수래)는 하루 만에 도내 전 마을에 공급 되었다. 그런 뒤 몇 년 지나지 않았을 때 그 때의 전라남도 내무국장이 국회의 내무부 국정 감사장에 나타났다. 그 내무국장이 국회의원이 되어 하필 내무 분과위원이 됐더라는 것이었다. 군수님께서는 그 사람을 확실히 알아보지도 못하고 그냥 무덤덤했는데, 그 국회의원이 먼저 자기를 알아보고 무척 놀라더라는 것이었다. 그 국회의원은 두 손을 거머잡고 두 눈을 붉히기까지 하며 감격해 하였다. “평생에 잊지 못할 도움을 받았었습니다! 이제야 제가 선생님에게 보답을 드리겠습니다! 그 때 선생님께서 살펴주시지 않았더라면 제가 어떻게 오늘 이렇게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겠습니까?”

 그 때의 ‘농협 창고 리야카(손수래)’상황이 곧이곧대로 장관에게 보고가 됐더라면 불같은 성격의 김현옥 장관 서슬에 책임자 내무국장은 신분이 온전할 리가 없었다. 군수님께서는 그 국회의원의 보살핌을 받아 쉽게 군수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순간의 인연이 사람의 운명을 바꾼 경우가 아닌가 싶다. ㈔대한노인회 하동군지회 지회장 정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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