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피는 꽃은 이쁘고 지는 꽃은 미운가
[연재] 피는 꽃은 이쁘고 지는 꽃은 미운가
  • 하동뉴스
  • 승인 2021.04.27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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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제1장: 낳아주되 갖지 않는다
제2장: 성인께는 정해 둔 마음이 없다
제3장: 경솔함은 곧장 뿌리를 잃는다
제4장: 제 태어난 바를 싫어하지 말라
제5장: 배우기를 끊으면 걱정이 없다

 

-순리는 밤이 날이 되는 새벽과 같다 (是謂微明 시위미영이라)

將欲翕之 必固張之 (장욕흡지 필고장지)
將欲弱之 必固强之 (장욕약지 필고강지)
將欲廢之 必故興之 (장욕폐지 필고흥지)
將欲奪之 必固與之 (장욕탈지 필고여지)
是謂微明 (시위미명)

장차 그것을 접고 싶다면 반드시 진실로 그것을 퍼주고, 장차 그것을 약하게 하고 싶다면 반드시 진실로 그것을 강하게 해주며, 장차 그것을 그만두게 하고 싶다면 반드시 진실로 그것을 흥하게 해주고, 장차 그것을 빼앗고 싶다면 반드시 진실로 그것을 준다, 이를 미묘함의 깨우침이라 한다. <노자 36장 참조>

이 땅덩이가 저 해를 가운데 두고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365번 자전하면서 한 바퀴 공전하면 한 해라 하는데 지금 나는 여기 가만히 멈춰있는 듯해 참 신기할 따름이다. 그렇게 돌면서 이 무거운 땅덩이가 허공에 걸려 있다니 그 도한 참 신기할 따름이다. 무엇인가를 멈추게 하고 싶다면 반드시 움직이게 해야 하고 무엇인가를 걸어두게 하고 싶다면 비워두어야 함을 천지의 운행을 통해서 그 이치를 얻어낼 수 있는 노릇이다. 물이 막혀 넘치면 물은 길을 찾아 흘러가고 어둠이 가면 밝음이 오고 밝음이 오면 어둠이 온다. 이것이 순리라는 말이다. 왜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다고 하겠는가? 늘 어둡기만 하거나 늘 밝기만 하다면 그런 것은 순리가 아니다. 이것이 저것이 되고 저것이 이것이 되고 하는 것이 자연이라는 순리이다. 이 순리를 저버리면 그 무엇이든 억지가 된다. 억지란 인간의 짓에만 있지 자연에는 없다. 자연은 오로지 순리로만 움직이지 억지를 부리지 않는다. 순리의 변화가 드러남을 일러 미묘라 한다. 미묘란 선뜻 알기 어려움이다. 지나서야 겨우 아 그렇구나! 알아채고 후회하고 뉘우치게 하는 것이 미묘이다. 저 자벌레를 보라. 자벌레는 제 몸을 꼬부렸다 펴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그러니 자벌레는 장차 꼬부리고 싶다면 먼저 펴줄 줄을 안다. 그래서 멈추지 않고 앞으로 또 앞으로 나아갈 수가 있다. 이처럼 무엇을 접어주고 싶다면 먼저 반드시 펴주어야 하는 것이 순리의 미묘함이다. 단단하고 딱딱한 껍질로 감싸지 않은 씨앗이란 없다. 달걀이나 호두나 잣이나 나락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 껍질 속에 연약하기 짝이 없는 씨앗이 들어 있다. 이처럼 연약하고 부드럽게 하고 싶다면 먼저 반드시 강하게 해주어야 하는 것이 또한 순리의 미묘함이다. 농부는 씨앗을 뿌려 잘 자라도록 온갖 정성을 쏟는다. 씨앗이 싹을 틔우면 싹들이 잘 자라게 온갖 기름을 주어 힘을 북돋워주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가을이면 잘 영근 이삭을 거두어둘일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무엇을 그치게 하고 싶다면 먼저 반드시 흥하게 해주어야 하는 것 역시 순리의 미묘함이다. 양봉하는 사람은 왜 한낮을 피해 밤에만 벌들을 싣고 밀원을 찾아가는가? 밤잠을 설쳐가면서 꿀벌들을 옮겨줌은 꿀벌들로 하여금 더 많은 꿀을 꽃에서 채취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해서이다, 이는 꿀벌들한테 꿀을 많이 거두어들이게 꿀벌들에게 밀원을 남김없이 마련해주는 것이다. 그래야 꿀벌들로부터 더 많은 꿀을 빼앗을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무엇을 빼앗고 싶다면 먼저 반드시 주어야 하는 것 역시 순리의 미묘함이다. 
접고 싶으면 먼저 펴주고 약하게 하고 싶다면 먼저 강하게 해주며 없애고 싶다면 먼저 흥하게 해주고 빼앗고 싶다면 먼저 주어야 하는 것이 세상만사의 순리이다. 어느 한쪽만 고집한다면 서로 겨루고 다툼이 일고 만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하는데 이런 것은 사람의 뜻에서 나온 말이지 자연에는 그런 일이란 없다. 달팽이는 땅에 붙어 다니고 노루는 땅을 뛰어다니며 새는 땅위로 날아다닌다. 그러나 달팽이가 새를 부러워하지 않고 노루가 달팽이를 얕잡아보지 않아 서로 시샘하지 않는다. 사람을 빼면 모든 함생 즉 생을 품은 온갖 목숨들은 저 나름 생사를 누려 미명의 삶을 잃지 않는다. 오로지 사람만 미명의 삶을 외면하려들 뿐이다. 미명은 새벽 같다. 어둠이 밝음으로 다가오듯 온갖 가부들이 둘로 나눠지지 않고 가는 부로 되고 아니다가 그렇다로 되는 것이 미명인지라 늘 미묘하여 밤이 날이 되는 새벽 같다.
 


-내 맘속에 똬리 드는 시비부터 다스려라 (終身不求 종신불구라)

塞其兌 閉其門 (색기태 폐기문) 
終身不勤 開其兌 (종신불근 개기태)
濟其事 終身不救 (제기자 종신불구)

그 이목구비를 막고 그 이목구비를 닫으면 평생토록 근심하지 않는다. 그 이목구비를 열고 그 이목구비의 짓을 다스리면 평생토록 재앙을 막지 못한다. <노자 52장 참조>

잠잠히 머물던 물도 바람이 불면 출렁이고 요요히 서 있던 나무도 바람이 일면 온 가지들이 흔들려 이파리들이 떨며 요란스레 흔들린다. 이처럼 불어닥친 바람 탓으로 산천이 온통 어지러워진다. 이처럼 사람도 바람 들면 바람 들어 속이 숭숭 빈 무처럼 마음속이 가벼워져 이리 불면 이리 구르고 저리 불면 저리 구른다. 세상에는 생각보다 제정신 못 차리고 남 따라 흘러 사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정신 나간 사람들은 세상 바람에 휩쓸려 풍전초개 같다고 흉잡히게 마련이다. 얕은 도랑물이나 빈 수레 같이 되지 말라고 한다. 이는 난사람 되지 말라 함이다. 어느 세상이나 된 사람을 환영하지 난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목구를 함부로 열어두면 대문 열린 집 같아 소갈머리 다 털리고 만다는 게다. 입이 무거울수록 주변이 너그러워지고 눈귀가 부드러울수록 주변이 밝아진다. 입이 가볍고 눈귀가 매서울수록 주변이 담을 치고 외톨이로 몰아버리는 것이 세상인심이다. 좋은 일도 못다 하는 세상에서 미운 털 박힌 애물단지가 될 까닭이 없다. 
입을 가볍게 열면 세 치 혀가 자신한테로 되돌아오는 화살이 되고 만다. 입은 말을 내지 않을수록 마음속이 편안하고 마음속이 편안할수록 사는 일들이 든든해지고 떳떳해지고 당당해진다. 산천의 초목은 잡은 자리를 따라 몸집을 마련하면서 땅에서 힘을 얻고 하늘에서 빛을 얻어 숨김없이 산다. 그래서 낙락장송 자리 밑에는 작은 나무들이 범접하지 않는다. 낙락장송을 사람으로 친다면 입이 무거워 듬직한 대장부이다. 대장부의 입은 함부로 열리지 않아 늘 닫아주는 셈인지라 말로써 탈을 낼 리도 없고 살 리도 없다. 
시끄러운 세상이 수렁에 말려들지 않으려면 맨 먼저 색기태 하라 한다. 여기서 태는 이목구비를 묶어서 비유함이다. 입 귀 코를 막고 눈을 감으면 세파의 너울도 넘보지 못한다. 세상이란 본래 시비 분별의 소용돌이 같다. 그 소용돌이에 휩쓸려 출렁임도 내 짓이고 물러서 휘몰리지 않음도 내 짓이다. 삶이 얽히고설키는 시비의 그물에 걸림은 남의 탓이나 세상 탓이 아니다. 온갖 시비의 그물에 걸려들지 않고 싶다면 그 무엇보다 색기태 하면 그만이다. 눈을 감고 입 코 귀를 막고 살라함은 시비에 놀아나지 말라 함이다. 『장자』에 <언무언 종신언>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는 『노자』의 <색기태>를 남김없이 풀이해준다. 말해도 말이 없다면 평생토록 말하는 것이다. 시비를 떠나 사리를 밝히는 말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슬기로운 바람을 일으킨다. 어리석은 사람들을 슬기롭게 돌려놓기라면 슬기로운 말보다 더 솔깃한 것은 없다. 매사에는 다른 면이 있다. 그 다른 면을 일러 사리의 사라 한다. 그리고 모든 일에는 같은 면이 있다. 그 같은 면을 사리의 이라 한다. 일마다에 숨어 있게 마련인 그 사리를 분명하게 가름해 밝혀주는 말이란 시비를 넘어 너와 나를 하나 되게 한다. 시비를 떠난 말이라면 평생을 말해도 말 안 한 셈이 된다. 그렇지 않고 마음속에 시비가 일고 있다면 설령 말을 하지 않아도 잠자코 있는 것이 안 된다. 남의 귀에 들려야만 말한 것이 아니다. 제 마음속에도 말이 있음을 깨닫고 사는 사람은 제 마음속에서 똬리를 트는 시비부터 다스릴 줄을 안다. 이것이 색기태의 뜻을 진실로 깨달아서 비롯되는 슬기로움이다. 슬기로운 사람은 모든 일에 흑백이 분명하되 좀처럼 그 분명함을 입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슬기로운 사람은 만에 하나 시비로 이어질세라 살펴 헤아려 조심해 이목구비로 세상을 어지럽힐까 색기태 한다. 계속~ 글/윤재근 정리/하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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