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하동군에 이런 이야기가 있어요…스토리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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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동뉴스
  • 승인 2021.11.23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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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스토리텔링

-위대한 걸작은 평사리 최참판댁을 만들고 전설이 되고
악양면은 한국 현대문학의 고전이 된 ‘토지’의 주요 무대이다. 현대인들이 소설 ‘토지’가 주는 삶의 생명력과 지적 기운을 느낄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일게다. 박경리 선생이 이곳을 ‘토지’의 무대로 삼은 것은 어떤 이유일까. 선생의 말마따나 한 번도 오지 않은 이 낯선 땅을, 이곳 사람들을 긴 세월 동안 끌어안을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우리나라 전체의 역사를 읽을 수 있는 전형성이 이곳에 있다는 것을 작가적 영감으로 직시할 수 있었던 것일까. 소설의 주 무대인 악양면 상평마을에는 소설 속 평사리와 최참판댁을 재현하고, 문학관과 전통체험관을 만들어 관광객이 보다 쉽고 친숙하게 둘러보고 문학의 향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해놓았다. 소설 ‘토지’를 읽지 못한 관광객일지라도 남녀노소 누구든 문화의 향기를 자연스레 느끼고 흠뻑 취할 수 있는 곳이 이곳이다. 박경리 선생이 소설 ‘토지’ 를 통해 만든 상상력의 공간이 실제가 되어 있는 평사리는 ‘지나가거나, 둘러보는 관광지’가 아니라 한국 문학의 정수를 정면에서 체험할 수 있는 ‘문화 체험의 1번지’이다. 그러나 소설 ‘토지’를 전혀 알지 못한다면 악양면과 평사리는 다른 관광지와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화장실에서 신문대신 읽는 소설, 책을 잡는 순간 놓지 못해 ‘미친다’
[토지란 어떤 소설] 소설 ‘토지’는 길다. 1~5부까지 24권이다. 읽기에 벅차다. 하지만 다르다. 책을 잡은 순간 한마디로 ‘미친다’ 손을 놓지 못하는 엄청난 흡입력, 애인같이 읽히는 작품이다. 손을 뗄 수없는 재미가 있다. 한번 잡으면 화장실에서조차 신문대신 읽는 것이 바로 이 ‘토지’다. 한국문학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란 찬사뿐만 아니라, 한국인이라면 기어이 읽어야 필독서란 느낌과 읽고 난 뒤의 얼얼한 충격에 휩싸이는 소설이다. 소설 ‘토지’는 연재를 시작할 당시부터 완간될 때까지 많은 연구자들의 연구 대상이 된 독특한 역사도 지닌다. 방대한 규모와 700여명이란 등장인물의 얽히고설킨 이야기, 바로 나의 이야기고, 내 어머니와 아버지, 할매 할배의 이야기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전반까지 우리 민족의 삶을 총체적으로 그리고 있다. 시간적 배경은 1897년에서 1945년까지 한국 근대사회 반세기를 다루고, 동학혁명에서 외세의 침략, 신분질서의 와해, 개화와 수구, 국권 침탈, 민족운동과 독립운동, 광복에 이르기까지의 격동의 역사를 보여준다. 공간적으로는 경남 하동 악양 평사리에서 진주, 서울 부산 통영, 만주와 일본 동경에까지 이른다. 또 공간적으로는 안방에서 마당에서 골목에서, 변소로까지, 그 공간은 구석구석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소설 ‘토지’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다가 툭 던지듯 최참판댁 이야기를 하는 식의, 다의적인 서사 구조를 갖춘 것이 가장 큰 특색이다. 또 어떤 때는 판소리 같고 어떤 때는 설화, 민요 같기도 한 다양한 서술방식을 보여준다. 걸쭉한 사투리와 토속성은 박경리 만이 주는 아이스크림 같은 단맛이 있고, 된장국 진한 흙 맛이 난다. 경상도 사투리가 던지는 토속성은 박경리가 아니면 도대체 흉내 낼 수 없는 그런 형식이다. 언론에 따르면 ‘토지’는 '겨레의 재산', '노벨문학상을 우리에게 안겨줄 유일한 작품' 등 전문가들의 극찬사를 받아왔고, 영어·일본어·프랑스어로 번역되어 호평을 받았다 한다. 또 드라마와 영화 등으로 각색되고, 집필 장소는 문학공원이 되고, 해마다 전국의 수많은 문학도들이 박경리가 살고 있는 원주의 토지문학관을 찾고 있다. 일찍이 한국문학에 있어 이처럼 문학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작품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토지’가 없는 한국 문학사를 상상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시집이나 가’란 아버지, 공산주의자로 몰린 남편은 납북되고.
[작가 박경리] 1962년 장편 <김약국의 딸들>을 비롯하여 <시장과 전장> <파시(波市)> 등 현실비판적인 소설들과 <나비와 엉겅퀴> <영원의 반려> <단층(單層)> <노을진 들녘> <신교수의 부인> 등의 소설이 있다. 시집으로는 ‘못 떠나는 배’가 있다. 민중시인으로, 생명운동으로 유명한 김지하가 사위다. 충무에서 태어났고, 진주에서 공부한 박경리의 어린 시절은 아픔과 가난이 함께 했다. 그의 아버지는 열네 살에 네 살 연상인 어머니와 결혼해, 열여덟에 박경리를 낳았다. 그의 아버지는 박경리가 태어나자마자 아내를 버리고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렸다. 그런 아버지를 박경리가 좋아했을 리 없다. 진주여고를 다닐 때는 학비를 보내주기로 했던 아버지가 학비 부담을 어머니에게 미루자, 아버지를 찾아가 따졌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여자가 공부하면 뭣하나. 시집가면 그만이지.” 박경리는 울컥했다. “당신이 공부시켰어요? 그만두라 마라 할 수 있습니까?” 서슴없이 ‘당신’이라 부르며 대들자, 아버지가 솥뚜껑 같은 손으로 박경리의 뺨을 때렸다고 했다. 문학은 그 시절 박경리에게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얼마나 책을 좋아했는지, 누가 책방에 돌려주는 책이 있으면 싹싹 빌고 빌어, 밤새 읽고 돌려주곤 했다. 밤새 책 세 권을 읽고, 읽는 즐거움에 미쳐 버린 시기이기도 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인천 전매국에 근무하던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하지만 그의 남편은 ‘공산주의자’로 몰려 투옥되고, 6·25 때 납북되면서 다시 홀로 되고 말았다. 평화신문과 서울신문의 문화부 기자를 거쳤다.
1년 뒤 ‘힘들다’는 이유로 신문사를 그만두고 다시 글쓰기를 시작했다.

1969년 ‘토지’를 집필하면서 그는 1년간 세상과 철저히 담을 쌓고 살았다. 원래 ‘토지’는 지금처럼 방대한 분량의 대하소설로 계획되었던 것이 아니다. 외할머니에게서 들은 얘기를 토대로 한 권 분량으로 써서 탈고까지 마친 후에야 세상에 공개하기로 작정했던 작품이었다. 독하게 마음먹고서 전화도 끊고 신문도 끊고 원고 청탁도 일체 받지 않은 채 원고지를 채워 나가던 그는, 그러나 어머니와 딸의 생계를 책임져야 할 가장으로서 가난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현대문학>에 연재를 시작한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절필을 하기도 했지만 1994년에 끝내, 토지는 완성됐다. 토지의 완결은 원주시 단구동 옛 집이었다. 1997년 이 지역이 개발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이곳이 헐릴 위기에 처하자, 문화계 및 지역인사들이 나서고 토지개발공사가 협조하여 3000평짜리 ‘토지문학공원’으로 영구보존 되었다. 이곳엔 박경리가 ‘토지’를 써낸 커다란 앉은뱅이책상과 글이 막힐 때면 건너가 괜히 뒤척거리던 ‘고추말리는 방’, 기자가 오면 ‘빠꼼히’ 내다보고 내쫓곤 하던 현관 바로 옆으로 난 창문 등, 모든 공간과 가구가 쓰던 그대로 보존돼 있다. 그는 낯가림이 심하다고 한다. SBS드라마 토지에 출연한 탤런트 유준상이 원주에 사는 박경리에게 수차례 통화 후 연결이 돼 “길상이 역을 맡은 유준상입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고 한다. 이때 박경리는 한참 있다가 “그래서요?”라고 말하고, 방문을 사절했다고 한다. 드라마는 원작과 너무 많이 차이가 나 거의 보지 않았다고 했다. 젊었을 때나 지금이나 자신의 존엄을 침해받으면 견디지 못한다는 박경리는 이런 점에서 ‘토지’의 등장인물 중 최치수를 자신의 분신으로 꼽는다.

-너무 많은 인물과 너무 많은 사건들, 개인사와 역사가 반세기에 걸쳐...

[토지 줄거리]
▲1부 줄거리 =4권으로 이뤄진 <토지>의 1부는 평사리를 주무대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최 씨 집안의 안주인인 윤 씨 부인(최치수의 어머니)은 절에 불공을 드리러 갔다가 동학 접주가 되는 김개주에게 겁탈당해 김환(일명 구천이)을 잉태한다. 김개주는 나중에 사형 당한다. 한 20년 뒤 구천(김환)은 미끈한 남자가 되고, 뭔가 있어 보이는 남자지만 최참판 댁에 들어와 뜻밖에도 ‘머슴’이 된다. 긴장감을 갖게 하는 그의 출현이 소설 토지의 사실상 시작이다. 김환은 '아비가 다른 형' 최치수의 아내 별당아씨(따지고 보면 형수뻘인데)와 사랑에 빠져 둘은 지리산으로 도망친다. 최치수는 최 씨 가문의 재산을 탐낸 하녀 귀녀와 개차반질만 일삼는 이름뿐이 양반 김평산의 음모로 교살 당한다. 결국 두 사람의 음모는 윤 씨 부인에게 발각되고 이들은 처형당한다. 이 일로 김평산의 부인 함안 댁은 목매달아 죽고 아들 거복의 복수심은 나중에 서희의 용정살이에서 파란을 몰아온다. 최 씨 집안의 외가 쪽 먼 친척인 조준구는 윤 씨 부인이 마을을 휩쓴 콜레라(호열자)로 죽자 최 씨 집안의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음모를 꾸민다. 그는 한편으로 최 씨 집안의 유일한 생존자인 최치수의 외동딸 서희를 몰아내고 마을 사람들을 분열시키면서, 일본인들의 힘을 빌려 결국 최참판댁 모든 재산을 손아귀에 넣는다. 여기에다 조준구는 서희와 자신의 꼽추아들 병수를 결혼시키려 한다. 그러나 서희는 병수의 도움을 받아 충직한 하인 김길상 등과 함께 용정으로 탈출한다. 

▲2부 줄거리 =간도 용정을 주무대로, 최서희와 길상, 평사리 사람들의 용정살이가 전개된다. 서희는 용정에서 윤 씨 부인이 남긴 금은괴를 자본으로 장사로 성공하여 거부(巨富)가 되고, 하인이었던 길상과 혼인한다. 

▲3·4부 줄거리 =1·2부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서울 부산 진주 평사리 등 국내를 주무대로 전개된다. 어느덧 40여년이 훌쩍 넘어 1·2부의 주요 인물들은 세상을 뜬다. 우직하지만 '여난'이 많았던 용이도 죽고, 용이의 아들 홍이를 낳은 임이 네도 병으로 죽는다. 꽃피우지 못한 길상에 대한 연정을 안고 기생이 됐던 봉순(기화)은 서희를 연모했던 이상현과의 사이에 딸(양현)을 낳고 아편 중독자가 되더니 끝내 섬진강에 몸을 던져 자살한다. 그렇게도 극악을 떨던 조준구의 부인 홍 씨도 죽는다. 서희의 생모인 별당아씨와 도망갔던 구천이(김환)는 동학 잔당의 세력을 규합하여 독립운동을 벌이다가 잡혀 자결한다. 1, 2세대가 죽고 새로운 세대와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고, 새로운 이야기가 전개된다. 서희의 두 아들 윤국과 환국, 용이의 아들 홍이, 조준구의 꼽추아들 조병수 등이 주요인물로 등장한다. 그리고 이들과 관련된 식민지 시대의 지식인들이 대거 등장한다. 귀족층의 조용하, 임역관의 딸 명빈과 명희, 급진적 사회주의 사상가 서의돈, 일본인이지만 조선을 비호하는 오가다 지로, 유인실 등 백정출신의 관수는 평등한 세상을 위해 조국 독립운동에 전면적으로 나선다. 

▲5부 줄거리 =제5부는 소설 속 반세기의 역사가 정리되면서, 그 시대를 온 몸으로 살았던 등장인물들의 한 맺힌 삶도 하나씩 풀리고 ‘혹은 평온이거나 혹은 희망이거나’이다. 송관수는 죽고, 길상을 중심으로 한 독립 운동 단체는 해체되고, 길상은 마침내 관음 탱화를 완성한다. 새로운 세대로 등장한 관수의 아들 영광과 봉순의 딸 양현은 서로 사랑하게 되고, 서희의 둘째 아들 윤국은 학병에 끌려가고, 귀녀가 낳은 아들 강두메는 투철한 공산주의자로 성장한다. 그리고 중풍에 걸린 조준구는 갖은 행패와 추태를 보이다 마침내 죽는다. 오가다와 유인실은 재회하고, 길상은 사상범 예비 검거령에 의해 투옥된다. 그리고 1945년 8월 15일, 서희는 강가에 나갔던 양현으로부터 일본의 항복 소식을 듣는다. 그리고 소설은 ‘그 순간 서희는 자신을 휘감은 쇠사슬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땅에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글/하동군·한국국제대학교 정리/하동뉴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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