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피는 꽃은 이쁘고 지는 꽃은 미운가
[연재]피는 꽃은 이쁘고 지는 꽃은 미운가
  • 하동뉴스
  • 승인 2021.11.23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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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제1장 낳아주되 갖지 않는다
제2장 성인께는 정해 둔 마음이 없다
제3장 경솔함은 곧장 뿌리를 잃는다
제4장 제 태어난 바를 씷어하지 말라
제5장 배우기를 끊으면 걱정이 없다

-암컷은 항상 고요로써 수컷을 이긴다
牝常以靜勝牡(빈상이정승모라)


大國者天下之下流(대국자천하지하류)
天下之交(천하지교)
天下之牝(천하지빈)
牝常以靜勝牡(빈상이정승모)
以靜爲下(이정위하)

큰 나라라는 것은 하류이고 온 세상의 사귐이고 온 세상의 암컷이다. 암컷은 항상 고요로써 수컷을 이기고 고요로써 낮춤을 삼는다. <노자 61장 참조>

봄이 오면 온갖 새들이 나무 끝 가지에서 목청껏 소리치고 있는 모습을 쉽사리 목격할 수 있다. 목이 빠져라 허공을 향해 지저귀는 그 놈은 어떤 종류의 새이든 수컷이다. 수컷이 암컷을 불러 짝짓기를 하고자 목청껏 뽑는다. 물론 새만 그런 것이 아니다. 어느 짐승이든 소리 질러대는 놈은 수컷이다. 암컷은 소리 질러 요란 떨 것 없이 가장 강해서 가장 우렁차게 울부짖는 수컷을 골라내 짝짓기를 해 새끼를 얻으면 그만이다. 목청껏 떠들어야 할 뿐만 아니라 암컷 하나를 두고 목숨을 걸다시피 피 흘리며 결투를 해야 하는 것은 수컷들이다. 이처럼 암컷은 가만히 있고 수컷이 요동친다. 그래서 빈정모동이라 하고 음정양동이라 한다. 암컷은 고요하고 수컷은 움직이고 음기는 고요하고 양기는 움직인다고 하는 것이다. 어느 집이나 아이들이 철들면 아버지 앞에선 권위를 인정하면서도 속으로는 ‘아버지는 종이호랑이, 엄마한테 꼼짝도 못해’ 싱글거린다. 아빠는 허세이고 엄마가 실세야. 이런 지경은 초등생도 잘 안다. 어찌 가정만 이렇겠는가! 천하도 마찬가지이다. 천하에는 큰 나라도 있고 작은 나라도 있다. 큰 나라라고 밀림속의 수컷들처럼 떵떵거리면 작은 나라들이 모여들지 않고 따돌림 당해 오래가지 못한다. 큰 나라가 강한 지위를 오래오래 유지하자면 암컷 같아야 한다. 가정에서 어머니가 조용하지만 실로 강한 것처럼 강대국일수록 소국의 마음을 얻자면 어머니 같아야지 힘자랑하는 수컷을 닮아서는 강대국 노릇 오래가지 못한다. 사자 무리에서 수컷 하나가 왕 노릇 하지만 암사자들 눈에 나면 쫓겨나고 말듯이 인간의 천하도 자연의 이치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큰 나라는 천하의 하류라 하는 것이다. 물이 흘러가는 맨 하류를 바다라고 한다, 큰 나라는 바다 같아야 한다. 한강이니 낙동강이니 대동강 섬진강 나누어지지만 바다로 흘러들면 이것저것 사라지듯이 대국이 진실로 하류 노릇하면 천하의 작은 나라들이 모여들어 서로 어울려 사귀는 터를 이룬다. 그래서 대국을 일러 천하지교라 하는 것이다. 수탉이 화려하고 우렁차게 울지만 병아리들은 수수한 암탉 옆에 모여서 모이를 주워 먹는 법을 배우며 자라듯이 강대국일수록 암컷을 닮아 작은 나라들을 감싸주어야지 힘세다고 군림하려 들면 역천 즉 자연을 배반하는지라 망하고 마는 법이다. 그래서 참다운 강대국을 일러 천하지빈이라 하는 것이다. 글 읽는 법은 서당에서 배우고 사람 되는 법은 제 집에서 배운다. 물론 이 말씀이 이제는 거짓말처럼 됐지만 실로 변함없이 참말일 뿐이다. 학교에 있는 교사나 교수는 능력을 길러줄 수는 있어도 사람이 되게 가르치는 부모보다 더 나은 선생은 없다. 옛날 부모가 자식들에게 맨 먼저 가르치는 덕목이 자비해라-자하해라-하심해라 이 셋 중에 하나였다. 낱말의 소리는 다르지만 그 뜻은 한 가지로 <자신을 낮추라>는 말씀이다. 겸손 하라는 말씀이다. 잘난 척 떠들지 말고 입이 무거워 고요할수록 세상에 손가락질 받지 않음을 다 자라서 세상으로 나갈 때까지 집안의 어미애비가 귀에 못이 박이도록 가르쳐 세파를 마주하게 자식을 길렀다. 인간의 세상도 밀림 속과 별로 다를 게 없기에 그렇게 가르쳤다. 사람들이 자연을 본받아 서로 탐하지 않고 산다면 인간세도 부쟁의 세상이 열릴 터이지만 인간이 사는 곳에는 어디든 욕의 불길이 솟는지라 고요로써 겨루기 없이 살기 어렵다. 그러니 상쟁하는 세상일지라도 밀림에서 암컷이 수컷을 이기는 이치는 깨달을수록 승자로서 너그럽게 살 수 있다. 

-클수록 어둑하고 작을수록 눈부시다
明道若昧(명도약매라)

明道若昧(명도약매)
進道若退(진도약퇴)
夷道若類(이도약류)
上德若谷(상덕약곡)
大白若辱(대백약욕)
廣德若不足(광덕약부족)
建德若偸(건덕약투)
質眞若偸(질진약투)
밝은 도는 어두운 듯하고 나아가는 도는 물러나는 듯하며 평이한 도는 끼리인 듯하다. 높은 덕은 고을인 듯하며 더없는 흼은(白) 검은 듯하고 큰 덕은 모자란 듯하며 굳건한 덕행은 박정한 듯하고 소박한 진실은 변하는 듯하다. <노자 41장 참조>

시냇물은 철철 흘러감을 논으로 보게 한다. 그러나 강물은 늠름히 가만히 멈춘 듯 보지만 바다로 흘러가는 중이다. 이처럼 작은 흐름은 눈에 보이지만 큰 흐름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우렛소리는 귀청을 찢을 듯 울리지만 이 땅덩이가 자전하면서 질러대는 소리는 아무도 듣지 못한다. 이 역시 작은 소리들은 귀에 들리지만 크나큰 소리는 귀에 들리지 않음이다. 이처럼 큰 것은 드러내지 않고 작은 것이 드러내고자 안달한다. 생선가게 망신은 꼴뚜기가 한다고 하지 않는가! 이처럼 클수록 어둑해 보이고 작을수록 눈부시게 보인다. 
명도란 안으로 밝히되 겉으로 밝히지 말라는 이치를 담고 있는 말씀이다. 호랑이와 표범은 빛나는 털옷 탓으로 사냥꾼을 불러들이고 나무를 잘 타는 원숭이와 족제비를 잡는 개는 드러난 제주 탓으로 목줄에 매인다. 소인은 자광하지만 대인은 자명한다고 한다. 대인은 명도를 진실로 본받고 소인은 명도를 얕보고 비웃다 못해 업신여기려는 까닭이다. 스스로 뽐내자고 밖으로 과시하면 그 끝은 세상의 손가락질을 면하기 어렵고, 안으로 자기를 밝혀 않을 자리 설 자리를 알아채는 사람은 끝내 세상의 환호를 저절로 받는다. 때 빼고 광내야 세상이 알아주지, 어수룩하면 할수록 등신바보가 돼서 치이니 떵떵거려야 된다는 세상이 판을 치는 듯 보이지만 세상은 늘 자광을 버리고 자명을 받는다. 자명하는 사람은 명도를 왜 본받고 살아야 하는지 곰곰이 새겨 살피고 헤아려 깨우치게 해주는 길잡이가 되어준다. 요새 세태는 너도 나도 인기스타가 되었으면 하지만 마음 편히 세상살이를 누리자면 눈에 확 들어오는 화단의 모란보다 눈에 잘 뜨이지 않는 풀밭 속의 풀꽃이 되어야 하는 것은 예부터 지금껏 변하지 않았다. 물론 풀꽃 같은 사람을 만나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보일 터이지만 그래도 그런 인간들이 어디선가 태어나고 있기에 세상이 거칠어도 참고 견디면서 살아갈 맛이 나는 법이다. 왜 갓난애 같아지라고 노자께서 여러 번이나 당부했겠는가? 배고프면 보채고 배부르면 색색 자고 눈뜨면 벙긋벙긋 웃는 돌 전 어린애를 보라. 젖내를 솔솔 풍기는 토실토실한 몸매를 보라. 풀꽃 같은 생기를 풍기는 어린 인간은 명도의 인간이다. 그 어린것의 마음속이 곧 명도 즉 밝은 도 바로 그것이다. 명도란 자연 바로 그것이다. 어린애 마음 그것은 타고난 그냥 그대로의 마음이다. 그래서 영아는 명도의 인간이요 자연의 인간이다. 명도니 자연이니 이런 낱말이 어렵다면 핏덩이가 타고난 그 마음을 생각하면 된다. 영아의 마음을 잃지 않고 사는 분을 일러 성인이라 한다. 왜 성인의 마음을 일러 약경이라 하는가? 오면 오는 대로 비추고 가면 가는 대로 사라져 마치 구름이 바람 따라 오고가는 하늘같은 마음인지라 성인의 마음은 거울처럼 무심해 영아의 마음 같다. 무심은 그냥 마음이 없음이 아니다. 욕심이 없다면 무욕이다. 마음에 이욕이 없는데 세상천지에 막힐 것이 없다. 성인의 마음에는 이욕이 없으니 온 세상 사람들과 걸림 없이 통해 다툴 일이 없는지라 세상 나아가 똑똑한 척할 것이 없어 어수룩하기 짝이없다. 속마음은 더없이 밝지만 겉보기로는 어둑해 보임을 약매라 한다. 명은 드러나지 않는 밝음이고 광은 겉으로 드러나는 밝음이다. 그래서 광도라 않고 명도라 한다. 드러나지 않는 밝음이니 어둠 같아 보일 뿐이다. 타고난 마음을 살면서 잃어버렸음을 두려워하는 순간 명도가 곧 누구에나 찾아들어 속을 밝힌다. 글/윤재근 정리/하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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