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피는 꽃은 이쁘고 지는 꽃은 미운가
[연재]피는 꽃은 이쁘고 지는 꽃은 미운가
  • 하동뉴스
  • 승인 2022.01.11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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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제1장 낳아주되 갖지 않는다
제2장 성인께는 정해 둔 마음이 없다
제3장 경솔함은 곧장 뿌리를 잃는다
제4장 제 태어난 바를 씷어하지 말라
제5장 배우기를 끊으면 걱정이 없다

-선한 사람은 교묘히 말하지 않는다
善者不辯(선자불변이라)

信言不美(신언불미)
美言不信(미언불신)
善者不辯(선자불변)
辯者不善(변자불선)
知者不博(지자불박)
博者不知(박자부지)

미더운 말은 꾸미지 않고 꾸민 말은 미덥지 않고 선한 사람은 교묘히 말하지 않고 교묘히 말하는 사람은 선하지 않으며 도를 아는 사람은 박식하지 않고 박식한 사람은 도를 알지 못한다.<노자 81장 참조>

아기 코에 코딱지가 붙어 있어도 밉거나 더럽기는커녕 오히려 더 예뻐 보이는데 왜 어른 코에 코딱지가 붙어 있으면 더럽고 지저분해 밉상이 될까? 젖먹이는 바로 그 자체가 선자인 까닭이다. 선자란 어려운 말로 법자연하는 사람을 말하고 법자연하는 것을 말한다. 자연을 본받음을 일러 선이라 하는 것이다. 선하면서 악한 목숨은 천지에 사람밖에 없다. 사람을 빼면 천지에 선악이란 없다. 사람만 천지에 어깃장을 밥 먹듯이 저질러대지만 다른 온갖 목숨들은 자연 따라 살다 갈 뿐이다. 오로지 사람만 선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하면서 제 주장을 내세우고 아옹다옹하며 삶을 이끌어간다. 젖먹이가 돌만 지나면 떼도 쓰고 거짓부렁으로 제 어마를 웃기기도 한다. 왜 돌잡이의 거짓부렁은 오히려 어미 눈에 예쁘게 보일까? 재 저질러놓고 엄마의 꾸중을 피해보려고 돌잡이가 아양을 떨면 어느 엄마든 예뻐서 웃지 거짓부렁 말라고 핀잔주는 엄마는 없다. 돌잡이까지만 해도 사람은 자기를 무조건 유리하게 하고자 속임수를 부리지 않지만 이것저것 알아채기 시작하면 인간은 온갖 속임수를 서슴지 않는다. 그래서 갓난애로 되돌아가야 하는 까닭을 아는 사람은 불행할 리 없다고 하는 것이다. 사람의 세상이 선악으로 물들 뿐 산천에는 선만 있지 악은 없다. 호랑이가 노루를 잡아먹는 짓은 살생이 아니다. 그러나 호랑이를 잡아 한몫 보려는 사냥꾼의 불질은 살생이다. 비행기를 타고 아프리카로 날아가 엄청난 입장료를 내고 사냥터에 들어가 야생동물을 향해 총질하면서 ‘사냥은 최고의 스포츠’라고 외치기도 하고, 낚싯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손맛 좀 보자’고 외치기도 하는데 이런 짓은 사람이 살생보다 더한 불선 즉 악이 없다는 자연의 이치를 잊어버린 탓이다. 하기야 옛날 로마에서는 사람과 사람이 서로 싸우게 하여 살인하는 장면을 구경하면서 함성을 질렀다니 인간에게 깃들어 있는 악은 참으로 무섭다. 안방에 가면 시어미 말이 옳고 부엌에 가면 며느리 말이 옳다. 왜 이런 속담이 생겼겠는가? 한 가지를 두고 사람이 귀에 걸고 싶으면 귀걸이가 되고 코에 걸고 싶으면 코걸이가 되기 때문이다. 저한테 그러면 그것은 선하고 맞고 저한테 싫으면 그것은 악하고 틀리다는 고집을 사람은 저마다 감추고 산다. 그러나 보니 아는 놈이 도둑놈이지 너스레를 떨면서 구렁이 담 구멍 들 듯이 얼렁뚱땅 눈 가리고 아웅 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이런 거짓부렁이 바로 악이다. 선은 그냥 그대로인지라 보태고 덜고 깎고 붙여 꾸미고 다듬어 거짓부렁 하는 짓이 없다. 이런 연유로 선에는 변이라는 것이 없다. 시비를 가려 어느 것이 시이고 비인지 가려내 이것이 시이고 저것이 비라고 밝혀내자는 짓이 변이다. 변은 말이 말을 불러서 말이 말을 만들고 나아가 말이 말을 물고 늘어진다. 이러다 보니 말은 할수록 늘어나 이 말이 옳은지 그른지 저 말이 옳은지 그른지 갈피를 잡지 못하게 되고 어 해 다르고 아 해 달라 이러고  저러고 말이 말을 잇다 보면 결국 말을 교묘하게 잘 꾸며대는 쪽이 말다툼에서 이긴다. 이런 결판은 따지고 보면 그냥 그대로의 자연을 잇는 선을 밝히는 짓이 아니라 오히려 선을 두루뭉수리로 뭉개버리고 사람이 제멋대로 선을 빙자하여 속임수를 부리는 짓으로 이어지고 만다. 이런지라 시비를 가리려다 시와 비 둘이 서로 다투고 마는 것이 변이다. 선은 자연을 본받음이니 선에는 시비도 분별도 없다. 그러므로 당연히 교묘하게 꾸며대는 말이란 없다. 

-가장 낮게 고개 숙인 벼이삭이 볍씨 된다.
必以身後之(필이신후지라)


江海所以能爲百谷王者(강해소이능위백곡왕자)
以基善下之(이기선하지)
故 能爲百谷王(고 능위백곡왕)
是以 聖人欲上民(시이 성인욕상민)
必以言下之(필이언하지)
欲先民(욕선민)
必以身後之(필이신후지)
가람과 바다가 수많은 골짜기의 왕인 까닭인 것은 그것이 아래 자리에 있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백곡의 왕이 능히 된다. 이를 본받아 성인은 백성 위에 있고자 할 때면 반드시 말로써 낮추고 백성에 앞서고자 할 때면 반드시 손수 자신으로써 뒤로 물러선다. <노자 66장 참조>

개천의 물은 시냇물보다 작기에 위쪽에서 아래로 흘러내리고, 시냇물은 강물보다 작기에 강물의 위쪽에서 아래로 흘러내리며, 강물은 바다보다 작기에 위쪽에서 아래로 흘러내리고, 바다는 맨 아랫자리에 있기에 더없이 크고, 옹달샘의 물은 맨 윗자리에 있어서 작디작다. 이처럼 작을수록 윗자리에 있고 클수록 아랫자리에 있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꽃이 하늘을 향하다가 시들면 땅으로 향하고 꽃잎이 떨어지고 나면 그 자리에 열매가 들어서며 풋 열매도 하늘을 향하다가 영글면 땅을 향하고, 다 영근 열매는 땅으로 떨어져 씨앗이 된다. 이런 연유로 옛날에는 가을걷이 전에 황금물결을 치는 논으로 나아가 가장 낮게 고개 숙여 땅을 향하고 있는 벼 이삭을 골라 내년 벼농사의 볍씨로 삼았다. 이처럼 볍씨가 될 이삭은 다른 이삭들보다 더 탄탄히 영글어 고개를 더 많이 이래로 숙인 것이다. 그래서 선하지 하거나 선후지하면 살아가는 길이 위태롭지 않아 길다고 한다. 남보다 아래쪽에 있기를 좋아하라. 남보다 뒤쪽에 있기를 좋아하라. 그러면 남들이 기꺼이 자기를 위쪽에 있게 해주고 앞쪽에 있게 해 준다. 내가 남보다 앞서자고 하면 남들이 나를 뒤로 밀쳐내고 위쪽에 있자고 하면 남들이 나를 아래쪽을 밀어내려 나와 겨루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내가 탐하고 네가 타마면 필유상쟁이라 반드시 서로 다툼이 일어난다. 여기서 서로가 살기 힘든 가시밭길을 자초해 버린다. 이러한 상쟁이란 인간에게만 있는 겨루어 다툼이지 자연에는 없다. 사람은 발광하고자 아우성치지만 자연은 늘 미명할 뿐이다. 인간은 눈부시게 과시하고자 밝음을 쫓고 어둠을 싫어해 밝음과 어둠을 둘로 나눈다. 그러나 자연은 밝음과 어둠을 하나로 아우른다. 그 아우름을 일러 미명이라 한다. 미명은 첫새벽을 연상하면 된다. 어둠과 밝음이 함께하면서 어둠이 서서히 가고 밝음이 서서히 돌아오는 순간의 첫새벽에는 명암이 함께 한다. 그래서 선후-상하-귀천-대소-장단-미추 등등을 둘로 보고 차별하면 사람의 짓이고 하나로 보고 아우르면 자연의 짓이다. 달리 보이는 둘을 차별 않고 하나로 아우름이 미명이다. 사람이 왜 자연에는 없는 악을 범할까? 겉과 속을 능청스럽게 달리하면서 미명을 비웃는 까닭이다. 속으론 싫어 찡그리면서 겉으론 좋다고 미소 짓는 시늉을 사람은 척척 해낸다. 이런지라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하는 게다. 이처럼 겉 다르고 속 다른 짓을 능청맞게 범하는 사람한테 앞서고 싶다면 먼저 뒤로 물러나고 윗자리가 탐나면 먼저 아랫자리를 택하라고 하면 응할 리 없다. 남을 짓밟고서라도 위로 올라야하고, 남을 밀쳐서라도 앞서가야 승자로서 살아남는다고 확고한 속셈을 감추고 있는 한 자하하라거나 자후하라는 말씀은 쇠귀에 경 읽어주는 꼴 되기 쉽다. 자신을 낮추고 자신을 뒤로하라고 하면 겉으로 그렇게 하고 속으로 자상하고 자선하는 꾀를 부리면 된다고 속셈치는 순간 선
은 팽개쳐지고 불선 즉 악이 달라붙고 만다. 이를 일깨워주고자 나는 분이 곧 성인이다. 성인은 뒤로 물러서기를 좋아하면서 자기를 낮추어 말하고 백성을 살기 편안한 세상으로 이끌어가고 싶어서 스스로 뒷자리를 택한다. 이런 성인이 몇 분 옛적에 있었지만 그 뒤로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도 남겨놓은 말씀이 여전히 살아 있으니 다행스럽다. 글/윤재근 정리/하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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